수불사업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인천서 열려…‘보편적 보건사업’ 재확인

▲ 수불사업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보건부 구강보건국장 아부 탈립씨.
우리나라에서 처음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을 실시한 곳은 1981년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다.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사업 시행 지역에 사는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수불사업은 미국의 ‘맥케이’라는 치과의사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환자를 진료하던 중 유독 콜로라도에 사는 주민들의 치아에서 갈색 반점이 발견되는 것을 보고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먹는 식수의 불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맥케이는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을 발견하는데, 바로 치아에 갈색반점(=반점치)이 있는 사람은 충치가 거의 없거나 아주 드물다는 점이다.

멕케이는 식수에 들어있는 불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면 치아에 갈색반점이 생기지 않으면서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토대로 1945년 미시간주에서 처음 공공정수장에 불소를 투여해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 14일 인천에서 열린 수불사업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프레손 미국질병관리본부 사업서비스팀장은 “올해로 수불사업 시행 66주년을 맞는 미국은 인구의 72%가 수불사업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81년, 진해에서 첫 수불사업 실시

우리나라에선 1977년,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구강진료를 받던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이 충치를 예방할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담당교수가 수불사업을 설명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여러 기획과 검토 과정을 거쳐 법제도 정비 후 1981년 진해시 경화정수장에서 수불사업을 처음 시작했는데, 목표 불소이온농도는 0.8ppm으로 이는 설악산의 오색약수(1.3ppm), 강원도 평창의 창신약수(1.5ppm)보다 농도가 낮다.

진해시에 이어 1982년 청주시에서도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이재광 박사가 11년간 수불사업을 실시한 청주시와 그렇지 않은 수원시의 12~18세 청소년의 충치 치료비를 비교 조사해 1993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인당 치과진료비는 청주시가 2032원, 수원시가 3848원으로 약 두 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차이가 더 커져 18세의 경우 네 배에 가까운 진료비 차이를 보였다.

이후 수불사업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다가, 1994년 과천시에서 시작한 시민운동 형태의 수불사업 요구가 여수ㆍ성남ㆍ울산ㆍ전북ㆍ인천 등 각지에서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규정된 수불사업에 관한 조항에 근거해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 2001년 36개 시ㆍ군의 34개 정수장에서 수불사업을 시행해 483만명(전체 인구의 10.5%)이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

수불사업 반대 의견도 있어

확장되는 듯했던 수불사업이 외국에서 유입된 반대논리로 또 한 번 주춤한다. 불소의 독성에 대한 우려와 개인선택의 자유가 반대논리의 중심에 있다.

이와 관련해 조수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수불사업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자료집를 통해 “불소는 독성이 있다. 하지만 공공보건을 위해 인위적으로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예가 있다. … 예컨대 수돗물 소독을 위해 염소를 사용한다. … 독성물질 ‘불소’가 아니라 섭취되는 불소의 양(量)적 개념에서 불소의 건강위해도를 평가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아부 탈립 말레이시아 보건부 구강보건국장은 주제발표에서 “미국과 영국 법정에서 불소농도조정사업이 기본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개인 사생활 보장을 위한 헌법 권리도 위반하지 않으며, 강제적 의료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혜택 받는 보편적 보건사업”

김진범 구강보건사업지원단장이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9년 건강보험 외래환자의 진료비 중 1위ㆍ3위ㆍ5위를 차지한 것이 치아 관련 질환이다. 특히 충치(=치아우식증) 단독 치료비용이 5위를 차지했다. 치아 치료비용이 암 치료비용보다 더 많다. 하지만 수불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국민 1인당 연간 200~300원 정도로 치아 치료비용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수불사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또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공공성’이다. 수불사업은 특정 성(性)과 연령, 소득의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보건사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 구강위생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없는 장애인ㆍ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아부 탈립 국장은 “1957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수불사업을 실시한 이래로, 지난 50년 동안의 연구 결과,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와 관련 기관 간의 지속적인 지지, 헌신과 협력이 이 사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수불사업은 최대 인구에게 최대의 효과를 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프레손 팀장은 “수불사업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업에 필요한 활동을 기획하고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유도하는 것, 지속적인 과학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 위험성에 대한 열린 자세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활동이 꾸준히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