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②
증권회사 과장으로 근무하는 고아무개(45)씨는 이틀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내원한 날은 아침식사 중 통증이 발생했다. 응급실 앞 화장실을 나오다 의식을 잃었으며, 응급실로 옮겨져 심전도를 찍은 결과 심실 잔떨림(=심장의 전기적 신호만 있고 심장박동은 없는 심장마비 상태)이 발견돼 응급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어 급성 심근경색증 소견을 보여,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인 관상동맥중재술을 응급으로 받은 후에야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고씨는 평소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으며, 동료 중 가장 승진이 빠른 잘 나가는 직장인으로, 능력도 있고 열심히 살아왔다. 스트레스가 많아 술과 담배를 즐기는 편이다. 고씨의 아버지는 47세에 급사했다.
돌연사의 원인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길을 걷다가 혹은 운동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숨졌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간혹 들을 때가 있다. 이처럼 건강해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를 ‘돌연사’라고 하는데, 그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증(動脈硬化症)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전체 돌연사 원인의 80%가량에 해당한다.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끊임없이 공급하려면 다른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통해 지속적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한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심장혈관이 ‘관상동맥’인데 이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 심기능이 정지돼 사망에 이르게 된다.
동맥은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파이프 역할을 하며, 파이프가 오래돼 녹이 슬거나 막히거나 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상동맥 내부가 좁아지고 막히는 것이 ‘동맥경화증’이다. 동맥경화증은 일종의 ‘혈관 노화 현상’으로 나이와 비례해 그 진행 정도가 증가하나, 성인병을 포함해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그 진행 속도와 정도가 결정된다.
즉 성인병이나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많이 가진 사람이 혈관 노화도 빠른 것이다. 평소 건강해 보였더라도 성인병으로 동맥경화증이 몸 구석구석에 발생하거나 이미 심한 정도로 진행된 사례는 의외로 많다.
성인병 치료는 혈관 노화 진행, 즉 동맥경화증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이다. 겉으로는 아무리 건강해 보여도 성인병을 예방하지 않으면 돌연사와 같은 변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돌연사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성인병에 관심을 갖고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인트 ☞
고 과장은 그날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돌연사를 당하는 사람 대부분은 집, 직장, 길가에서 심장마비가 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이다. 그의 아버지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돌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고 과장도 아버지와 같은 체질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건강에 큰 관심이 없어 관리하지 않았고,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 즉 혈관 노화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는 퇴원 후부터 관리에 들어갔다. 즐기던 술과 담배를 끊고 시간을 내어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 다음호에서는 혈관질환의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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