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①

대기업 과장인 홍아무개씨가 내원했다. 홍씨는 38세에 키 173cm, 몸무게는 83kg이다. 최근 체중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머리가 아프고, 예전과 달리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 병원을 찾았다.

혈압은 130/85mmHg, 혈액 검사에서 공복혈당 118mg/dL, 콜레스테롤 213mg/dL, 중성지방 243mg/dL, 고밀도지질단백 43mg/dL가 나왔다. 담배는 군대에서 배웠는데, 흡연량은 하루 한 갑 정도다. 퇴근 후 동료들과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란다.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바쁜 탓에 평소 운동하기는 어려우며, 주말에 등산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주 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1년 전 건강검진에서는 혈압 120/85mmHg, 몸무게 76kg, 공복혈당 107mg/dL, 콜레스테롤 210mg/dL, 중성지방 225mg/dL, 고밀도지질단백 45mg/dL이었다. 1년 동안 혈압, 체중, 공복혈당, 중성지방이 조금씩 상승한 것.

홍씨는 당장 약물 치료를 받아야할 병은 없으며, 숨이 찬 원인은 최근 1년 동안 늘어난 체중으로 인한 호흡 곤란과 스트레스에 의한 두통일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앞으로 1년, 5년, 10년, 20년 뒤의 그의 모습은 어떨까?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꿈꾸나 실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평소에 노력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상태에 별 문제가 없다면 건강을 지켜야한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고 몸이 불편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성인병’이란 용어는 ‘노인병’에서 유래된 말이다.

오늘날 성인병에 포함시키는 많은 질병은 과거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것이 경제 발전에 따라 식생활이 변하고, 편의를 앞세운 생활양식이 보편화된 가운데 30대 후반에까지 발생하는 질환이 된 것이다. 성인병은 서서히 진행되기에 초기에는 대부분 자각증상이 없으며 40~50대에 가장 흔히 나타난다.

성인병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한테 운동 부족, 비만, 흡연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이 동반될 때 잘 발생하므로 ‘생활습관병’이라고도 한다. 기실 우리가 앓는 질병의 60%가 나쁜 생활습관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며 조기에 발견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청소년기의 나쁜 생활습관, 예를 들어 흡연, 운동 부족, 과식에 의한 비만이 중년이나 장년까지 이어질 경우 성인병 발병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청소년기에서부터 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은 향후 뇌졸중, 심장병, 당뇨병과 같은 위험한 질환 발생 예방에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지질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지속적인 폭식은 비만의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하나 더 늘리는 셈이 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적시에 해소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 하겠다.

일반적으로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비만 등은 각각의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성인병이 중복 발병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에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의 발생 위험이 높으며,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 고지질혈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므로 성인병 치료는 각각의 질환에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환자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하여 성인병의 여러 질환을 동시에 호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오랜 기간 축적된 나쁜 생활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활습관 교정은 빠를수록 좋다.

☞포인트. 홍씨는 나쁜 생활습관에 의해 현재 건강에 노란불이 켜진 상태이다. 아마 5년 뒤에는 건강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그러므로 홍씨는 지금 당장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서는 돌연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