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과학이야기 ⑥ 휘발유 온도 보정

주말에 조카 돌잔치가 있어 가평에 다녀왔다. 나들이 철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가득했다. 햇빛에, 아스팔트 열기에, 비좁은 차안이 후끈해져 창문을 조금 열고 가는데, 운전대를 잡은 언니가 주유하고 간다며 차를 세웠다. 순간, 이번 ‘사소한 과학이야기’ 주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먼저, 차를 운전하시는 분들에게 여쭤볼 게 있다. 주로 어느 시간대에 주유를 하시는지? 조금 생뚱맞은 질문일지 모르겠다. 대부분 기름이 떨어졌을 때나 장거리 운전을 하기 전 등, 상황에 따라 기름을 넣지 시간을 봐가면서 주유소에 들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알면서도 묻는 이유는, 언제 주유하느냐에 따라 같은 값으로도 들어가는 기름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번 ‘열팽창’에 대해 썼듯이, 온도가 올라가면 물체의 부피가 커진다. 물체를 이루는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자의 개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게도 늘어나지 않는다. 휘발유도 마찬가지다. 날이 더워지면 부피가 늘어나지만, 에너지를 내는 기름 알갱이의 개수는 변하지 않는다.

여러분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보겠다. 머리가 좀 아플 테니, 딱 한번만.
휘발유는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부피 0.11%가 늘어난다. 요즘 휘발유 가격이 1ℓ당 1900원에서 2000원 사이인데, 이것을 2000원으로 계산해서 한 번에 5만원어치(25ℓ)를 넣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일교차를 10℃로 계산해보면 최고 온도일 때와 최저 온도일 때의 가격 차이는 550원이다(25ℓ×0.11%×10℃×2000원).

한 달에 20만원어치 기름을 사용하는 운전자는 최대 2200원 손해를 보게 된다. 1년이면 2만 6400원. 라지 사이즈 피자를 한 판 쏠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러니 자동차에 기름을 꼭꼭 눌러 담고 싶다면 온도가 가장 높은 낮 2~3시는 피해서 주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뭔가 석연찮다. 가뜩이나 신경 쓸 것도 많은데, 주유시간까지 따져야하나? 사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도시가스는 온도에 따른 부피 변화를 감안한, ‘온도 보정’을 해서 사용량을 계산한다. 즉, 가스는 무게에 따라 값을 매긴다. 또, 정유사에서 주유소나 관공서에 휘발유나 경유를 공급할 때도 온도 보정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주유소의 주유기엔 ‘온도 보정장치’가 없다.

스위스나 독일에선 유류를 거래할 때 온도 보정을 하도록 돼있다. 우리도 주유소가 일반 소비자에게 유류 온도 보정 판매를 하도록 석유사업법을 개정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차는커녕 운전면허도 없지만, 기름 값 생각에 성질대로 악셀레이타도 팍팍 못 밟는 울 언니를 생각하면, 에그, 눈물이 찔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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