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평화장장 타 시도 추가 개방…부평구민 불편만 가중

“부천시 등 인근 지역은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화장장 건립을 시민 반대를 핑계로 기피하면서 타 지역에서 이미 갖춰온 시설만을 활용하고자하는 지역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여왔다. 부평구민들은 1977년부터 인천가족공원(옛 부평공동묘지)과 화장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통체증 등 불편 요소를 감내해왔다. 30년 넘게 고통을 감수한 부평구민에 대한 아무런 배려와 소통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천시민과 불편의 당사자인 부평구민에 대한 배려 없이 부천시민 등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인 것이 혹시 화장장 문제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부천시장이 송영길 인천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시의회 강병수(부평3ㆍ국민참여당) 의원이 19일 열릴 임시회 본회의에서 할 5분 발언 내용 중 일부다. 인천시가 부평구 또는 부평구민들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고 인천가족공원 내 시립 화장장(=부평화장장)을 부천시민에게 추가로 개방하기로 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 인천가족공원 조감도.
부평구와 부평구의회에 확인한 결과, 시는 부평화장장 추가 개방과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 과정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 시는 ‘부평화장장은 인천시 10개 군ㆍ구를 위한 시설로, 부평구의 화장시설이 아니’라며 협의 필요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에 최근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송영길 시장을 만나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렇다 할 답을 얻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평화장장 연혁
1977. 부평시립 승화원 현 위치로 이전(화장로 7기)
1994. 10. 신축 화장로 준공(화장로 총8기)
2002. 4. 시설관리공단 시설 인수(수탁운영)
2003. 1. 신축 화장로 준공(화장로 총11기)
2004. 9. 화장로 4기 증설(화장로 총15기)
2008. 1. 인천시민 우선 예약제 시행(인천시민: 오전, 기타 지역 시민: 오후)
2011. 4. 화장로 증설공사 준공 예정(화장로 총20기)

인천지역 화장율은 2007년 65.6%, 2008년 72.8%, 2009년 79.4%, 2010년 80.0%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화장건수도 이 기간에 각각 7721건, 8270건, 9259건, 9488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는 2025년 인천시 인구 370만명, 화장율 90.0%로 예상해 총86억 7900만원을 투입, 이번에 화장로 다섯 기를 신설했다. 이로써 화장로는 15개에서 20개가 됐다.

시는 화장로 증설로 발생하는 여유분 가운데 일부를 타 시도에 배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화장로 20개 중 3개를 김포ㆍ부천ㆍ시흥ㆍ안산시민 전용으로 배정해 운영한다고 이달 초 밝혔다. 5월부터는 시행할 예정이다.

부천시 등 인천의 인근 4개 지역 주민들은 오후에만 부평화장장을 이용했지만, 이렇게 되면 오전에도 이용이 가능해진다. 현재 인천시민은 6만원, 외지인은 100만원을 화장료 비용으로 지출한다.

시는 타 시도 주민들에게 화장로 이용을 추가 개방함으로써 화장로 5기 증설에 따른 오전시간대 화장로 공실률 발생을 예방하고 관외 시민의 장례일정 단축으로 민원사항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각 지자체의 화장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부천시 등 타 지자체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화장장 건립을 못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는 서울시(화장로 23기), 인천시(15기), 성남시(15기), 수원시(9기)만 화장장을 보유해 운영 중이다.

▲ 인천가족공원 내 공동묘지.
부평구민 합의 없었는데, 시 일방 결정

<부평신문>이 부평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을 대상으로 부평화장장 타 시도 추가개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은 시의 일방적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조진형(부평갑) 국회의원은 “부평화장장 추가 개방은 인천시민의 불편만 가중할 뿐이다. 시의 이번 결정은 부평구민과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으로, 부평구민을 무시한 결정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거부감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인 신은호 부평구의회 의장도 “사전에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성명서를 준비하니, 구청장이 좋다고 했다”며 “불편은 부평구민이 지는데, 사전 협의도 없고, 추가 개방에 따른 세수도 시에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강병수 의원 “장례문화를 담당하는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화장장 추가 개방을 결정했다”며 “인천시민의 편의와 권리를 빼앗아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관외 주민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조례 개정을 통해서라도 관외 주민의 화장장 오전 이용을 막겠다는 의사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부평지역 시의원들조차 송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라 조례 개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 인천가족공원 초입의 분수대. 1977년부터 인천지역 화장을 담당해온 부평화장장은 인천가족공원으로 명칭 등을 변경하고, 진입로 주변 정비사업을 통해 주민 쉼터 등으로 거듭났다.
“인천아시안게임 정부 비협조로 부평구민만 피해”

시는 불과 6개월 전 만에도 부평화장장의 사용자가 많아 인천시민이 사용하게에도 부족하다며 부천시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부천시는 ‘부천엔 화장장을 짓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평화장장을 확대 이용하게 해줄 경우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을 고쳐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인천시에 제안했고, 시는 최근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아시안게임 경기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가 부천시민에게 화장장을 추가로 개방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측은 “시가 인접도시의 경기장을 활용해 아시안게임을 치를 것으로 계획하는 곳은 8개 도시 16개 경기장에 달한다. 그 중 김포와 안산은 부평화장장을 주되게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그렇다면 화장장 이용이 또 다시 포화상태에 접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천연대는 또한 “이런 주장은 님비현상이나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할 순 없다. 인천은 현재 아시안게임 준비로 진통을 겪고 있다. 주경기장 국고보조문제를 비롯해 각종 기반시설 비용 마련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가 풀리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MB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만약 인천이 포항이나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지역이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을 길들이기 위해 부산 아시안게임 유치 때의 국비지원보다도 부족한 국비를 지원해, 결국 송영길 시장이 자당 소속의 부천시장과 손잡고 빅딜을 실시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포항, PK, TK 지역에 비해 인천을 홀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소한 부산 아시안게임 수준의 국비 지원은 이뤄져야한다. 이명박 정부의 야당 길들이기 정책은 고스란히 인천시민에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평화장장 문제처럼 시의 자존심과 시민 피해 모두를 감수할 정도로 아시안게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시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결단을 내릴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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