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화분으로 살아있는 환경교육 만드는 부흥중학교
길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우선 눈살부터 찌푸리게 만드는 ‘징그러운’ 동물이다.
그러나 징그럽기만한 지렁이가 보물단지처럼 귀하게 여겨지는 곳이 있다. 지렁이화분으로 유명한 부흥중학교(교장 양회룡)가 바로 그곳. 부흥중학교 교실 뒤편에 놓여진 특이하게 생긴 화분 두세 개, 이것이 부흥중학교가 여느 학교와는 다른 ‘지렁이 사랑’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화분은 보통 2단에서 3단으로 구성돼 있다. 맨 위의 화분에선 화초가 자라고 아래 화분에서는 지렁이가 자란다. 지렁이의 먹이는 다름 아닌 음식물쓰레기. 학생들이 학교급식을 먹고 남은 반찬을 지렁이의 먹이로 주면 지렁이는 그 음식을 먹고 배설을 한다. 지렁이의 배설물은 ‘분변토’라고 해서 양질의 퇴비 역할을 한다. 아래 화분에서 검은 분변토만 골라 맨 위의 화분에 옮기면 화초는 특별한 영양제 없이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지렁이화분 키우기와 빈그릇운동을 지도한 권영미 교사 |
부흥중학교가 지렁이화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작년 봄. 도덕교사인 권영미 선생의 시도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불교단체의 체험학교를 통해 지렁이화분의 효과를 알게 된 권 선생 역시 지렁이화분을 알기 전까지는 지렁이, 하면 우선 소름부터 끼치고 얼굴이 찡그려졌다고. 그러나 지렁이화분을 분양 받아 집에서 키우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효과를 확인한 뒤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지렁이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권 선생이 학교에서 교과를 맡은 반부터 시작해 전교에 지렁이화분을 전파하면서, 학생들 역시 처음엔 졸도까지 할 정도로 싫어했던 지렁이가 이제는 교실의 보물단지가 됐다.
지렁이화분 가꾸기와 빈그릇운동 함께 벌여 효과 톡톡
지렁이화분과 더불어 부흥중학교의 환경교육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빈그릇운동. 빈그릇운동이란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을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이다. 이 운동 역시 권 선생의 제안으로 작년 가을부터 시작됐는데,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주변 이웃들과 거리에서 서명을 받아 와 한번에 1천여 명의 서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빈그릇운동에 서명을 한 학생들은 밥을 먹을 때마다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 것은 물론 ‘내가 서명을 받은 사람들도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 걱정까지 하면서 밥을 먹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지렁이화분 가꾸기와 빈그릇운동을 실시하면서 부흥중학교의 잔반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한 학년에서 적게는 80㎏에서 많게는 120㎏까지 나왔던 잔반이 이제는 30∼40㎏까지 준 것. 학생들은 스스로 지렁이를 키우면서, 빈그릇운동에 서명을 하고 받으면서, 음식의 소중함과 환경사랑을 자연스럽게 익혀가고 있는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
지난 가을 지렁이화분 2차 분양을 하는 부흥중학교 학생들 |
“우리가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기까지 농민들의 손길이 여든 여덟 번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서 수업시간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자신이 먹고 사용하는 것들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는지 훨씬 더 쉽게 이해하게 되죠.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도덕교육, 환경교육 아니겠어요?”
권 선생의 말대로 부흥중학교 학생들은 지렁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여느 학교보다도 깨끗하고 활기찬 부흥중학교에 가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렁이와 친구 되니 참 좋아요!”
2학년 심은보 처음에 지렁이를 만지면서 신기하고 또 징그럽다는 생각을 했다. 꿈틀꿈틀거리는 것이 시간이 지나니 친숙하고, 또 맨손으로도 만질 수 있게 됐다. 2학년 전혜리 1학기 때 잔반 체크를 했는데, 음식을 다 먹은 아이들을 체크하면서 처음으로 아이들이 이렇게 음식을 많이 남기지는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