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져서 환기를 시키기에 부담이 없어졌다. 창문을 열었더니 날씨가 맑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름 때문에 흐린 것도 아니고, 안개도 아닌 것이 눈앞을 뿌옇게 만들고 있다. 간밤의 묵은 공기를 시원하게 바꾸고 싶었는데 그만 마음이 찝찝해졌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황사’. 그것이 찾아온 것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거대한 모래 군단. 한반도까지 날아와 우리 호흡기와 생활환경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황사. 황사는 주로 봄에 발생한다. 황사를 몰고 오는 바람은 우리나라에 1년 내내 부는 편서풍이다. 그런데 왜 유독 봄에만 이 난리인 걸까?

황사가 발생하는 주요 지역은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지역이다. 바람 속에 많은 모래 먼지가 담기려면 강한 상승기류를 탄 바람이 필요하다. 겨울의 가느다란 햇빛으로는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 정도로 대지가 충분히 달궈지지 않고, 모래 더미 또한 얼어붙기 때문에 추운 계절에는 황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늘 한 점 없는 메마른 사막에 햇빛이 비치면 그 열은 고스란히 공중으로 반사돼 공기가 매우 뜨겁게 달궈진다. 이렇게 가열된 공기가 빠른 상승기류를 만들면서 많은 모래를 공중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아 건조한 겨울과 봄이 계속되면 그야말로 마른 장작더미에 기름을 부어놓고 성냥불이 닿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모래더미는 상승기류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게 된다. 이러다가 비가 오고 따뜻한 날이 지속되면 풀이 자라고 드디어 황사도 잠잠해지는 것이다.

이 거대한 모래 폭풍은 발원지에선 높이가 수백 미터에서 1킬로미터를 넘기기도 하고 면적도 우리나라 전체를 덮을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은 가시거리에 따라서 황사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황사는 생활에 주는 영향이 엄청나다. 중국도 황사를 줄이기 위해 나무를 심고 비행기로 풀씨를 뿌리는 등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이지만 그 효과는커녕 황사의 규모와 피해는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고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사막화이고, 이 사막화의 원인은 바로 기온 상승에 있다.

모두 아는 것처럼, 황사는 호흡기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또 눈에 들어가서 각종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농작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무기물 성분이 많아 천연비료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만나는 황사는 그리 달갑지 않다.

삼국시대에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황사의 역사는 깊다. 요즘 걱정하는 것은 황사에 섞여 있는 중금속 물질인데, 사실 현재 황사의 발원지는 공업지대가 아니기에 아주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막화가 계속 진행되고 황사가 나날이 심해진다면 공업지대의 오염물질이 한반도에 몰려올 가능성은 높다.

아주 크고 강력한 선풍기를 만들어 바다 쪽으로 황사가 날아가도록 조치를 한다면?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바다 속으로 들어간 오염물질은 바다를 상하게 할뿐만 아니라 거대한 자연의 순환과정을 거쳐 결국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황사 그 자체보다는 중금속을 발생시키는 산업 환경과 기온 상승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불어온 황사바람을 우리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는가. 산업 환경에 대한 국가를 뛰어 넘은 전 지구적인 관심, 기후 온난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만이 건강에 대한 염려와 생활의 불편함, 그리고 환경의 파괴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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