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⑧

“요즘 놀이터에 나가서 노는 사람 있니?” / “아니요” / “왜?” / “시간 없어요” “유치해요. 애들 노는 것만 있어요” “제대로 된 놀이기구가 없어요” / “그래, 얼마 전 유치원 아이가 무너진 그네에 깔려 죽은 일도 있었잖아” / “정말이요?” “왜요?” / “놀이기구가 오래된 걸 손보지 않아서 그런 거지” “우리 동네 놀이터도 그러니?” / “한번 가보세요, 놀고 싶나. 얼마나 더러운데요” “그리고 어딜 가나 똑같은 놀이기구들 정말 지겨워요” / “그러면 우리 한번 우리 동네 놀이터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볼까?”

 


우리 동네 놀이터 실태조사 해보기

 

▲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찾은 ‘가고싶은 놀이터’와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는 일신동 어린이놀이터(아래)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동네 놀이터를 조사하러 갔다.
“선생님, 모래 위에 어른들이 먹은 술병 조각이 보이세요? 먹다 버린 콜라 뚜껑도 있어요” / “그래, 그 위에 어린 아이들이 넘어지기라도 할까 걱정된다” / “그네 줄은 칠이 벗겨져 있어서 잡으면 녹이 묻을 것 같아요” “구름사다리에 철 하나가 빠져 있어서 건너가다가 넘어질 것 같아요” “시소 밑 고무는 터져서 시소 타다가 엉덩이 찢어지겠어요” “어머! 미끄럼틀 바로 아래가 하수구예요” / “어머!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다니?” / “저기 보세요. 의자는 다 떨어져 있고” “나무 밑에는 오줌 냄새가 나요” “모래 위에 개똥도 있다니까요” / “그런 개똥 때문에 모래에 기생충이 산다고 하더라” / “우리 동생은 이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하는데…” “어머! 그럼 네 동생 기생충 만진 거다”놀이기구는 단순한 체력단련용 수준인데 그나마 제대로 된 것도 없다. 모래에는 굵은 자갈이 섞여 있고 쓰레기는 어지럽게 널려 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까지 버려져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 싶은 놀이터 찾아보기

 

아이들과 놀이터를 조사하고 들어오니 생각보다 놀이터가 아이들이 편안하게 놀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유치원생 사고 같은 일이 우리 동네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었다.
“그럼 우리, 놀이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아볼까?” / “그런데 어떤 게 좋은 놀이터인지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 “그럼 좋은 놀이터의 모습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자”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좋은 놀이터 찾기에 여념이 없다.
“어머! 여기는 집이 거꾸로 되어 있는 모양의 놀이기구가 있네요” / “와! 너무 신기하다. 여기 어디냐?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 “창문도 거꾸로 달려있고. 집을 거꾸로 걸어 다닌다고 생각하니 이상하다” “이런 놀이기구라면 매일 놀이터 가고 싶을 것 같아” “내가 찾은 건 뭔지 알아? 과학 놀이터야. 여기서는 놀이기구가 온통 실험기구네”“애드벌룬 놀이터도 있다. 여기 있으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을 거야” “야! 이런 놀이터가 우리 동네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놀면서 공부도 하는 놀이터 아냐” “그럼, 엄마들이 제발 놀이터 나가서 놀라고 등 떠밀겠지?” “그래. 지금의 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아닌 것 같아”해외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어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왔다. 조각가와 건축가들이 놀이기구를 만들어 아이들의 미적 감각을 자극하기도 하고 최소한의 기구만을 제공해 놀이를 만들어가게 하는 놀이터도 시도해보고 자연의 촉감을 체험하게 하는 놀이터도 있었다.

 

 

사라진 권리 찾기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놀이터를 만들지 못하는 거죠?” “제 생각엔 아이들을 무시해서 그런 것 같아요” “맞아. 아이들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떤 놀이터를 바라는지 물어보고 만들 거 아니야. 그럼 지금처럼 위험한 놀이터가 되지 않았을 텐데”“한번 만들고 나면 다시 고치지 않아서 그런 것도 같아” “어른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만약 어른들이 노는 곳이라면 이렇게 내버려뒀을까?”“그럼 어떻게 놀이터를 바꿀까?” / “CCTV를 설치해서 놀이터를 험하게 쓰는 사람들의 얼굴을 알리면 어떨까?” “그건 조금 심하다. 그러면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지 못하고 감시당하는 느낌만 들 것 같아” “쓰는 것도 문제지만 제일 먼저 위험한 놀이터를 바꾸는 것부터 해야 할 것 같아” / “제일 급한 것부터 하나씩 바꾸어보자” / “놀이터 모래를 바꾸는 거야” “기생충이 있는 놀이터는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어떻게 모래를 바꾸지?” “그야 어른들한테 바꿔달라고 하면 돼지. 우리가 돈이 없잖아” “제일 먼저 놀이터가 우리 어린이들한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알리자” “어른들은 놀이터가 우리한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아” “그래. 그럼 우리 생각을 글로 옮겨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게 어때?”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의 주장을 써서 대통령에게 보내는 거 어때?” / “그래, 그럼 한번 글을 써보자”

 

일신초2. 김경민

놀이터를 바꾸자

 

 

우리 동네 놀이터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기 좋은 곳이다. 왜냐하면 의자도 있고 화장실, 바둑판이 있어서이다. 또 쑥도 있다. 그런데 어쩔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놀이터를 싫어한다. 왜냐하면 의자에 껌하고 코딱지가 있어서다. 또 밤에 무서운 형이랑 아저씨가 와서 놀이터에 낙서를 하고 놀이기구를 떼어가고 부수고 착한 아저씨들이 오면 도망간다.
그럼 어떻게 하면 놀이터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아하게 만들까? 놀이터를 더럽게 하는 사람한테 봉사활동으로 놀이터 쓰레기를 줍게 한다. 또 놀이기구가 깨끗해지게 만드는 거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