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처지의 여성들이 눈물과 희망으로 만든 ‘연꽃축제’

지난 18일 부평문화사랑방에서는 노동자, 주부, 교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여성들이 모여 2005년 한 해를 돌아보는 축제가 열렸다.
‘진흙 속에서 핀 연꽃 축제’는 대우자동차 여성조합원 등 여성노동자, 삼산타운 여울여성회를 비롯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해온 여성, 부평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장애여성 회원 등 처지와 조건은 다르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땀흘리며 살아온 여성들이 모여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나누는 자리였다.
연꽃축제는 장애여성의 하루를 담은 영상으로 첫 시작을 알렸다. 영상의 주인공은 부평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총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희씨.
“나는 커서 장애인은 안 될 거야” 언젠가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의 다짐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앓이를 했던 시간들은 경희씨를 강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엄마라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장애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딸의 대견함을 이야기하는 경희씨의 눈물은 참가자들의 눈물로 번져갔다.
올 한해 부평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창립하고 활동을 전개하면서 장애여성이 ‘집 밖으로’ 나와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깨달았다는 경희씨는 “더 많은 장애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와 활동 할 수 있도록 많은 마음들과 정책들이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가며 웃고 울었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성모자애병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22년 동안 병원 밥을 지으며 헌신적으로 일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되자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삭발까지 감행하며 투쟁했던 이야기,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던 시간을 회상했다. 또한 투쟁에서 승리하고 복직은 됐지만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현실을 이야기하자 격려의 박수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다음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작년부터 농성에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KTC 노동조합 성미라 위원장. “2004년 겨울은 노동조합을 인정받기 위해서 싸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회사가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 퇴직금과 밀린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어 매일 농성장을 지키고 있지요” 성 위원장의 농성 이야기에 행사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신금자 대의원은 “여성들이 잘하는 살림과 보살핌 정치가 구석구석 파고들어야 한다. 소외된 가족, 아이들, 여성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따뜻한 격려의 박수가 이어진 연꽃축제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합창하는 가운데 2006년 여성들의 삶을 힘차게 다짐하며 축제의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를 준비한 민주노동당 인천광역시당 이옥희 여성위원장은 “소외받고 차별받는 여성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라며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회곳곳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발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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