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회 ‘보랏빛 가면무도회’

송년회 시즌, 송년회라 하면 꼭지가 돌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지만, 무작정 마시기보다는 주제와 이야기가 있는 새로운 송년회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 또한 눈에 띈다.
지난 17일 십정동 ‘삶이 보이는 창’에서 열린 인천여성회의 송년모임 ‘보랏빛 가면무도회’ 역시 거한 술보다는 여성들의 흥겨운 수다와 감춰두었던 끼의 발산이 돋보였던 자리.
‘보랏빛 가면무도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원들은 저마다 옷, 스카프, 가방, 장신구 등 보랏빛 장식에 자신만의 개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면을 만들어 참가했다.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도서관 등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던 나이 지긋한 회원부터 학교 어머니회에서 활동해온 여성, 다양한 여성모임에서 활동해 온 젊은 여성까지 나이를 뛰어넘은 여성들의 송년회는 술은 있으되 과한 취기는 없었다. 그러나 뜨거운 열기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이날 송년회를 준비한 인천여성회 김영란 대표는 “지금까지 여성들은 가정에서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고 폼나지 않는 보살핌 노동을 해왔다”며 “지금까지 타인을 보살피고 봉사하느라 애쓴 만큼 오늘은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부응한 듯, 참가자들은 저마다 감춰두었던 노래와 춤 실력을 뽐내며 자리를 흥겹게 했고,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나누며 2005년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았다.
아내와 두 딸과 함께 가면을 만들고 선물을 준비해 이 자리에 참석한 남편, 애인을 위해 보랏빛 넥타이를 매고 장미꽃을 들고 참석한 남자친구 등 남성들도 함께 어울려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보랏빛 가면무도회’라는 문구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참석했다는 한 여성은 “늘 가정과 남편, 아이밖에 모르고 지내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오로지 나를 위해 즐겼던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