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기초단체장들, 정부 취득세 감면 조치 ‘반발’

이명박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취득세 50% 감면 방침’에 대해 인천지역 기초단체장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의 자주 재원인 취득세의 감면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인천시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3월 28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대한 협의회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홍미영 부평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전년성 서구청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노력에는 공감하나, 세금이 많은 국세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지방재정의 근간을 훼손하는 취득세 감면을 반대한다”고 한 뒤 “부득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부동산 매매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지방소득세로 전환하는 항구적인 보전 대책을 마련하거나, 국세인 양도세득세 감면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거래세(=취득세)는 지자체 세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세목으로, 거래세 세율 인하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인천지역의 재개발, 재건측 등 각종 주민숙원사업과 관련해 이를 충당할 재원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사업의 지연 또는 중단으로 주택거래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의 피해와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전국 지자체장들이 지방재정의 문제점을 건의했는데, 오히려 취득세를 감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인천의 지자체는 빈사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도 “송도 개발과 분양으로 상황이 좋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선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는 부동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취득세 소급 적용 문제로 오히려 주민과 지자체간의 갈등만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가 6.2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야당 단체장들의 무상급식 등의 정책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박우섭 남구청장은 “만약 정부가 그런 의도가 있다면 정말 나쁜 정부다. 우리는 정치적 고려보다는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서울과 부산 등의 기초자치단체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홍미영 구청장도 “지방정부 죽이기라면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배려 부족이라면 이 또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택상 동구청장은 “이미 올해 예산을 다 편성해 놓았는데, 교부금을 삭감하게 되는 취득세 감면 조치는 지자체의 예산 전체를 흔드는 것으로, 당사자인 지자체와는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방재원을 감면하는 조치는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신동근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2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대한 인천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ㆍ인천시>
인천 최대 자치구 부평, 모라토리엄 선언할 지경

인천의 최대 자치구인 부평구의 일선 공무원들조차 취득세 감면 소식을 접하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만큼 재정 여건이 심각한 실정이다. 부평구 2011년 전체예산 3826억원 가운데 보조금 예산이 57%인 2189억원을 차지한다. 국시비 보조사업이 거의 대부분인 사회복지사업 예산이 214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56%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재원자주도 42.8%, 재정자립도 27.7%로,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서 최하위권이다.

현재 부평구는 2009년, 2010년도 취득세 감소로 인한 인천시 재원조정교부금 삭감으로 재정파탄 위기에 놓여있다. 재원조정교부금은 2009년도에 152억원, 2010년도에 172억원이 각각 삭감됐다. 이로 인해 올해 공무원 인건비 4개월 치인 110억원을 아직 예산에 편성하지 못했다.

더욱이 행정운영경비 등 법정 필수경비를 제외하면 국․시비보조사업 부담분과 인건비 일부도 부담하지 못할 실정이며, 가용재원이 없어 교부세나 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재정수입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정부의 취득세 추가 감면 정책에 따라 재원조정교부금 151억원, 시세징수금 7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평구는 “교부금 감소에 따라 인건비 110억원, 국시비 보조사업 미부담액 등 12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상태”라며 “여기다 취득세를 감면할 경우 재정이 파산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구 관계공무원은 “국회의원이 국비를 따와도 자체 재원이 없어 국비를 반납하는 실정이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광역시도에 있는 자치구가 국가의 사업만 하는 지자체로 전락하게 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무상급식비도 지급 못하는 남구

남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남구는 현재 재원조정교부금 감소로 인해 무상급식비 16억원, 노령연금 5억원, 쓰레기 처리 대행료 11억원, 인건비 인상분 20억원을 부담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에 긴축재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하는 형편인데, 취득세 50% 감면 조치가 시행될 경우 추가로 133억원이 감소한다.

이에 남구는 “긴축 재정과 실행 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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