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구씨가 말하는 네일아티스트의 세계

네일아트는 단순히 손톱의 지저분한 부분을 제거하고 매니큐어를 바르는 수준을 벗어나 손톱이라는 공간에 펼치는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패션, 헤어 등 많은 미용분야에 남자들이 진출해 있지만 유독 네일아트만큼은 여성들‘만’의 것이라 생각되는 것은 아마도 네일아트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섬세함’과 ‘친근함’이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통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남자는 결코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성역, 네일아트의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남자가 있다. 부평동 MBC뷰티아카데미의 네일아트 강사 박준구(32)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건설업에서 네일아티스트로, 180도 달라진 직업

준구 씨는 경상도 사나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밥 묵었나?” “자자” “아는?” 이렇게 짧은 말을 툭툭, 내뱉는 것이 전부인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을 그 역시 천성처럼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처음 하게 된 일은 건설업. 허우대 멀쩡하고 건강한 남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직업이었다.
그랬던 준구 씨의 인생을 바꾼 것은 군대와 여자친구였다. 군 입대를 하면서 건설업을 그만두게 됐고, 제대 후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미용의 세계를 접했기 때문이다. 7년 전 미용업계에 관심이 많던 여자친구의 권유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네일샵을 찾은 것이 인생의 항로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학원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면서 흥미는 열정으로 변화했다. 단순히 손톱 장식이라고 생각했던 네일아트가 손의 교정을 통해 사람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준구씨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네일아트의 매력을 깨달을수록 고객들에게 네일아트를 시술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네일아트라는 매력적인 직업세계를 안내하고 싶은 욕심에 4년 전 네일아트 전문강사로 나서게 됐다.

 

섬세함은 여성만의 전유물? 편견을 버려!

준구씨가 네일아티스트가 된 지 7년째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남자 네일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하다. 그러나 사회의 편견을 대하는 그는 오히려 당당하다.
“네일아트를 하면서 저 역시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틀을 많이 깰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전문직업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섬세함과 친근함은 갖춰야 할 능력 중 일부일 뿐 성별로 구분될 기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준구씨와 같은 남자 네일아티스트는 전체 네일아티스트의 5%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섬세함은 여느 여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뒤 처지지 않는다고 한다. 섬세함이 여자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안에 숨어 있는 기질을 발견하지 못해 생기는 편견이고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네일아트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심리치료”

“네일아트로 손을 예쁘게 관리하는 것은 어쩌면 부수적인 것입니다. 네일아트의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 있죠”준구씨가 말하는 네일아트란 ‘사람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한풀이’이고 네일아티스트는 ‘심리치료사’이다. 많은 여자들이 기분이 우울할 때 머리 모양을 바꿔 기분 전환을 하듯, 네일아트 역시 마음을 달래는 심리적 치유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어두운 표정으로 네일샵에 들어섰던 고객이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 그리고 달라진 손톱을 보면서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기쁘다는 준구씨. 더 많은 이들을 매력적인 직업세계인 네일아트로 안내하는 것, 그래서 실력 있는 네일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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