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상업문화 속 대안을 꿈꾸는 문화수용자운동

획일적, 일방적 문화에 파문 일으킨 일본의 ‘우타고에’, 캐나다의 ‘애드버스터’

 

‘문화’라고 하면 대부분 춤꾼, 노래꾼, 미술꾼 등 전문적인 창작자집단이 각고의 고뇌 끝에 창작한 예술작품을 대중들이 감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껏 문화는 창작자 집단의 수준이 어떤가에 따라 고급문화와 하위문화로 나뉘기도 했다.
또한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문화는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주도해서 만들고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무작위로 배포되는 방식으로 변화해왔고, 이때도 역시 대중은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로 머물렀다.
지금은 고도의 정보화시대로 인터넷을 통해 더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작품이 더욱 많은 대중에게 ‘살포’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은 ‘클릭’ 이상의 적극적 행동을 하지 못하는 존재다.
그래서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돈이 되는’ 문화상품만 생산하는 현재의 문화소비방식은 서울과 인접하다는 이유로 인천을 문화의 불모지로 만들어 버렸다.
더 이상 인천에서는 볼 만한 전시회나 공연을 찾기 어렵고, 대중은 인천의 소극장과 전시장을 찾는 대신 특정 마니아 층만 서울의 홍대나 대학로로 원정을 떠나고 생업과 일상에 쫓기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예 자포자기 상태에 이른 것이다.
하기에 다음 달 새로이 창립되는 인천문화예술시민센터가 1천명의 ‘문화바람’ 회원과 더불어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문화수용자운동’이 과연 공황상태에 이른 인천 문화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관객이 곧 기획자이자 생산자

 

문화수용자운동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지금까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 같은 미디어 부문에서나 작게나마 그 흐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공연문화, 전시문화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부문으로는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부산의 ‘바다무대’라는 온라인 모임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첫 운동이라 할 수 있지만, 공연 할인 서비스가 주요 기능이 된 바다무대는 문화수용자운동이라기보다는 문화소비자협동조합의 형태라 할 수 있다.

 

1. 10만의 대중이 열도를 흔들다 - 일본의 우타고에

▲ 올해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한국을 방문, 공연한 우타고에 단원들.
가까이 일본의 ‘우타고에(うたごえ: 노래소리)’는 1948년 태평양전쟁의 포염이 채 가라앉기 전에 생긴 민간단체다. 전쟁으로 인해 핵폭발이라는 인류 초유의 악몽을 통해 ‘전쟁반대’와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동네마다 합창단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
시작은 합창단이었지만, 우타고에 단원들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시와 공연을 찾아서 유치했고, 58년이 넘은 지금은 10만명의 회원이 일본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타고에가 유치하는 공연과 전시는 상업논리만으로는 절대 ‘장사가 되지 않는’ 비주류가 많았지만, 관객이 추천하고 유치하는 공연은 아무리 시골동네에서 공연을 해도 당연히 관객이 ‘들었다’.
그들은 보여지는 것을 관람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평화’의 목소리를 합창으로, 공연과 전시의 유치로 일본 열도에 퍼뜨리고 있다.

 

2. 광고로 오염된 세상과 싸우는 문화방해꾼 - 캐나다의 ‘애드버스터’

▲ 캐나다 밴쿠버의 문화운동네트워크인 애드버스터 활동의 기록 <애드버스터>(현실문화연구)
캐나다 밴쿠버의 문화운동네트워크인 애드버스터는 거대 기업의 광고로 가득차 있는 도시를 적극적으로 바꾸는 단체다. 각 지역마다 자기 고유의 문화가 있고 정서가 있는데도 세계 기업의 광고에 휩싸여 모든 문화가 획일적으로 변하는 것에 경고를 던지는 것이다.
이들이 하는 활동은 대기업의 광고를 패러디해서 대안광고, 여성을 예술가가 아닌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고발하는 포스터를 제작한다. 광고 바깥에서는 ‘TV 끄기 주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애드버스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광고에 둘러싸인 대중의 영혼과 정신에서 진정성과 자발성을 되살리려 하는 것이다.

 

인천의 문화수용자운동, 작은 걸음이 큰 파문 만들길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의 문화수용자운동은 물론 일본의 우타고에나 캐나다의 애드버스터와는 또 다른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진행될 것이다. 시민들이 참여해 작품을 선정, 유치하고 관람한다는 면에서는 우타고에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어떤 물결을 만들게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문화에 있어서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던 인천시민들이 자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찾아내고 즐김으로써 꺼져가는 인천 문화에 향기로운 문화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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