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작가 등, 갈등 상황 성토

▲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인천광역시지회(이하 인천미협)의 2010년 정기회원전 개막식에 참가한 원로작가 등이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이 13대 인천미협 지회장 당선자였던 이정박 작가,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길남 인천미협 지회장 직무대행.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인천광역시지회(이하 인천미협)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ㆍ중전시실에서 정기회원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정기전시회 치고는 분위기가 무겁다. 인천미협이 내부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갈등은 올해 초 실시한 지회장 선거에서 시작됐다.

인천미협은 올해 초 회원 직접선거를 통해 13대 지회장으로 이정박 작가를 선출했다. 총 660명의 회원 중 400명이 투표한 가운데, 이씨는 상대 후보인 정아무개씨를 ‘199 대 198’ 즉, 1표 차로 이겼고, 그후 취임식도 치렀다.

13대 지회장 선거 결과 놓고 공방 이어져

그런데 뒤늦게 상대 후보였던 정씨 측에서 당시 검표 작업에 대한 2차 재검표 작업을 하지 못했다며,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선다. 하지만 당시 선관위 측은 이미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의 검증 작업을 거쳤기에 관례상 다득표제로 당선된 것은 번복되기 어렵다고 거부하자,  정씨 측은 법원 공증절차를 통해 3월께 재검표를 진행한다. 재검표 결과 무효 17표를 제외하고 정씨가 ‘193 대 190’으로 오히려 3표를 앞서게 된다. 이에 따라 당선의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된 것은,  정씨 측이 소송 당시 함께 제출했던 "법원 재검표 다득표자가 당선자가 돼야 한다"라는 것에 대해서 법원은 "정관 규정 상 재적인원의 3분의 2(440명)가 총회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다득표제 논리는 이유없다"고 기각한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정박 지회장이 당선된 선거 과정 자체도 무효이고, 정씨 측이 재검표를 통해 얻은 다득표만으로 지회장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투표가 끝난 후 투표함이 봉인도 되지 않은 상태로 3일 동안 미협 사무실에 방치된 경우를 지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지만 의혹만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검표 당시 법원에 투표용지 복사본을 제출할 때도 정씨 측 선관위원 중심으로 참가한 채 진행돼, 결정적 근거가 된 무효표(=잉크가 양쪽에 묻은 표) 검증작업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는 우리 측 유효표 일부가 무효표로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두 후보 측은 공방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법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다다르게 된다. 정씨가 이 당선자의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낸 ‘직무금지 가처분’ 신청 1차 심리에서 법원은 “현행 공직자선거법을 적용해볼 때 과반 득표를 하지 않은 것을 인정해 선거는 무효다”라고 판결함으로써, 10월 27일자로 지회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하지만 논란은 지속됐다. 정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이다. 정씨는 법원에서 실시한 재검표 과정(공증)을 통해 자신이 과반에 가까운 득표를 했음에도 다시 재선거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논리(=다 득표제)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너무 황당해서 말도 나오질 않는다. 우리는 처음 투표에서 ‘다(多) 득표제’로 이긴 게 아니었냐. 당선되고도 여러 갈등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지도 못했는데, 이제 와서 또 다시 저런 논리를 내세우니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 인천미협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라도 이번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원로작가 등 “화합을 위해 좀 더 성숙하길”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번 전시회 개막식에 나온 원로 작가와 김길남 지회장 직무대행은 인천미협의 갈등 상황을 성토했다.

김 직무대행은 “책임을 맡은 지 수 일만에 저를 어느 편이냐고 몰아세웁니다. 이제는 그 정도는 웃어넘길 정도의 여유는 있습니다”라며 “나 참 어이가 없지요. 저는 제 편이에요. 언제까지 남의 편에 서야 하나요. 그것도 자기 입으로 가장 훌륭한 작가라고 떠드는 용기 넘치는 작가들이 남 탓이나 하고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라며 전시 도록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또한 그는 “사람 놓고 흔드는 모습, 정말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성숙하기를 바라고 앞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아니 행복하기를 바라는 모두를 위해 참을 줄도 알고 공동체의 화합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 같은 회원으로서 제안해봅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 원로 고문은 “70주년 생일을 맞아 가장 큰 행사가 돼야할 인천미협 회원전이 갈등과 대립으로 반목하는 양상을 보게 돼 너무 부끄럽고 안타깝다”라고 한 뒤 “71주년이 되는 새해에는 회원 700여명의 모든 작품이 참여해 그림으로 화합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진 수난과 고통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지만 모두 웃으면서 하나 된 풍토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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