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⑦

아이들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문화를 소비하며 자란다. 공중파를 타고 수도 없이 반복해 들려오는 노랫말은 아이들의 생각을 형성한다. 노랫말이 담고 있는 생각들을 꼼꼼히 짚어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요즘 인기 있는 가수가 누구지?” / “당연히, 동방신기죠” “아니야. 요즘은 SS501이야” “채연” “이효리” / “우리 이 가수들이 부르는 인기가요를 한번 찾아보고 뮤직비디오도 보자” “우선 채연의 ‘둘이서’를 먼저 찾아보자”

▲ 채연의 ‘둘이서’ 뮤직비디오 한 장면

둘 이 서

작사, 작곡/ 김창환 노래/ 채연

나나나― 나를 보고 있어 다가오고 있어
내가 보낸 눈빛에 끌려 말을 걸고 있어
빠져들고 있어
내가 거는 최면에 취해 오늘 너를 택했어
나를 한번 안아봐 나의 외로운 맘
니 가슴에 모두 맡길게
조급히 서두르지마 좀 더 멋지게 다가와
가슴이 뜨거운 사람 이 밤 너와 함께 느끼고파
사랑의 노래를 불러 너와 나 하나가 되어
멈출 수 없는 그 춤을 이 밤 너와 함께 추고 싶어
나나나―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너에게 줄게
거침없는 너의 사랑 너와 나 단둘이서

“변태 같아요” “남자를 꼬시는 노래 같아요.”
평소에 노래만 잘 부르던 아이들이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다. “노래 속에서 말하는 사람이 남자 같아. 여자 같아?” / “여자요” / “노랫말 속에서 여자가 바라는 게 뭐지?” / “멋지게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요” / “이 밤 너와 함께 느끼고파 라는 말이 어떻게 들리니?” “변태라니까요”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러는 게 이상해요” / “그럼 우리 채연의 뮤직비디오를 같이 보자” (솔직히, 채연의 뮤직비디오는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민망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수업 전에 몇 번 씩 봤다고 한다.)
“너무 이상해요” “꼭 약 먹은 것 같아요” “몸을 너무 흐느적거려요” “처음 봤을 때는 이상하더니 나중에는 별 느낌이 없더라구요” “저는 여자가수들이 불쌍해요. 꼭 저렇게 해서 인기를 끌어야 하나 싶어요. 부모님들이 보면 속상하실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쥬얼리의 ‘수퍼스타(super star)’ 뮤직비디오를 봤다. 가죽바지와 짧은 치마를 입은 섹시한 도둑(쥬얼리)이 물건을 훔쳐서 온갖 유흥비로 쓰지만 결코 경찰에게 잡히지 않는다.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아이들은 “도둑을 멋있게 만들었다” “얼굴이 예쁘면 도둑도 용서가 된다는 내용을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의 뮤직비디오는 민망함이 하늘을 찔러서 다 못보고 끄고 말았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부르고 보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자세히 보니 자신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게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대안으로 좋은 노래 찾기 수업을 했다.
키우던 동물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담은 김민기의 ‘백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노랫말이 담긴 박학기의 ‘아름다운 세상’, 동그란 세상을 꿈꾸는 화이트의 ‘네모의 꿈’ 등이다. 노랫말 수업은 언제 어떤 아이들과 해도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노랫말 수업 이후 아이들은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볼 때 꼼꼼히 따져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자

성다인(연안초6)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웃찾사’ ‘X맨’ ‘인기가요’ 등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인기도 많지만 그만큼 문제도 많다.
먼저 ‘웃찾사’라는 프로그램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라서 웃음을 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웃음에 있다. 어떤 한 사람을 따돌리거나 놀리면서 웃기기 때문이다. 왜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왕따를 시키는가? 그런 건 웃을 일이 아닌 슬픈 일인데, 그것을 보고 웃는다는 것이 정말 못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이다.
‘X맨’도 문제다. 연예인이 커플이 되어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이것도 웃음을 주지만 매일 사랑타령만 한다.
음악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들려주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상한 옷을 입고 흐물거리는 춤을 추는 여자가수들을 보면 정말 불쌍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보라고 보여주는 방송사도 이상하다.
이쯤에서 내가 가진 의문점이 있다. 왜 우리가 이런 걸 봐야 하는가?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연예인들 사랑얘기 해주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보는지 모르겠다.
그럼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먼저 여자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바꿨으면 한다. 보통의 여자 가수들은 ‘섹시’를 내세운다. 아까 말한 흐물거리는 춤이 섹시춤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춤이 아닌 것 같다. 그게 뭐가 예쁜가? 난 솔직히 ‘섹시’보다는 자연스럽게 자기를 나타내는 게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사에 ‘나를 가져봐’처럼 여자를 물건으로 표현하는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는 사랑얘기만 아니라 좋은 내용의 노래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가수들도 건전한 내용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예를 들어 god의 ‘길’이라는 노래는 사랑얘기가 아닌 우리의 보통날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노래를 자주 들려줘 아이들이 이런 노래를 즐겨 부르게 하면 어떨까?
내가 낸 해결 방법은 조금씩 바꿔야 되는 일들이 아닌 지금 당장 해야 되는 일이다. 내가 먼저 실천하고 우리 반이 실천하고 우리 학교가 실천하면, 우리의 건전한 문화가 우리나라에 퍼질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가 우리나라를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