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십정동 열우물마을 농사꾼 성기석씨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이 11월 11일인 이유는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원래 농업인의 날은 원홍기 전 축협 대표 등의 주도로 1964년부터 개최됐다. 원 대표가 살던 강원도 원주시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행사가 1996년부터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이 됐다.

재밌는 것은 11월 11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빼빼로데이’이기도 한데, 2003년부터 안철수연구소가 빼빼로데이 대신 가래떡을 먹는 ‘가래떡데이’로 지정해 사내 행사를 시행한 이후 확산돼, 농림부에서도 가래떡데이를 농업인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부평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평구 경제과는 부평에서 농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220명 정도(관외 농가 포함)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십정동 열우물마을에서 선조로부터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성기석(61)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우물마을에선 12명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들의 연령대는 50~80대다.

▲ 십정1동 열우물마을에서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성기석씨.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계속 일을 해야 돼 힘들기도 하고 손과 손톱에는 항상 흙 때가 묻어있어 누구와 악수하기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즐겁고 떳떳하다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다. 농사짓는 것을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다”

성씨가 열우물마을에서 태어나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맞지만, 사실 농사를 생업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성씨는 2004년 퇴직한 후 재취업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어렸을 때 어깨 너머로 배운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부인 김순이(56)씨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성씨는 1300평 정도의 땅에다 상추ㆍ배추ㆍ무ㆍ파ㆍ고추 등의 채소류 농사를 짓고 있다. 밭에다 씨를 직접 뿌리는 것이 아니라 모종을 따로 키우고 이식하는 방식을 사용해 성씨는 다른 사람들이 두 번 수확할 때에 세 번 수확한다.

성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채소를 출하해 부평3동 신촌지역에서 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 인근 약수터에서도 직거래 판매를 하기도 한다. 오후가 되면 밭에 가서 김을 매거나 물주는 일을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하루일과는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끝난다는 것이 성씨의 설명이다.

성씨는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것 외에 다양한 채소류 모종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상자텃밭 사업 같은 곳에 모종을 제공하고, 부평농협에서 연례행사로 고객에게 나눠주는 고추ㆍ토마토ㆍ오이 등의 모종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성씨네 집은 열우물마을 모종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열우물마을에 아시안게임 경기장이 들어서면 성씨는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다. 열우물마을의 다른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성씨는 요즘 일본이나 농업교육기관 등을 방문해 여러 가지 교육도 듣고 공부하고 있다. 성씨는 열우물마을에서 농사짓는 게 어려워지면 다른 곳에서 식물공장을 운영할 꿈을 가지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가 봄가을이 없어지는 등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어 농사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도시 근교에서 이렇게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도 다량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식물공장 운영을 고민 중이다.

의식주 중에서 먹는 것이 참 중요하지 않나. 우리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사짓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농산물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유통단계를 많이 줄여 농민들이 보람 있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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