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 무료 건강검진 실시

▲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대표 박성표)은 10월 31일 경인지역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대규모 건강 검진과 건강권 포럼을 개최했다.
갑자기 찾아왔던 추위도 사라졌다. 화창한 10월의 마지막 날, 마침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도심 근교로 나들이를 나가는가 하면, 어느 유행가가 생각나 감성에 젖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날 인천부개초등학교(부평구 부개1동 소재) 운동장에선 외국인노동자들과 뒤엉켜 분주한 하루를 보낸 이들이 있었다.

바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건강검진에 나선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대표 박성표)’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무료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이주노동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건강검진에는 인천ㆍ안산ㆍ부천을 비롯한 경인지역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해 강원도 등지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주노동자들도 볼 수 있었다.

‘희망세상’은 이날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독감과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도 무료로 진행했다. 오후 4시부터는 ‘인권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포럼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이주노동자는 모두 300여명. 이들은 내과ㆍ외과ㆍ가정의학과ㆍ정형외과ㆍ피부과ㆍ이비인후과 진료와 혈액ㆍ소변ㆍ신체ㆍ방사선 검사 등을 받았다. 이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 초음파와 내시경 검사 등 후속 진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이주노동자들은 약물 오남용ㆍ에이즈 예방ㆍ칫솔질 등을 교육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행동하는 의사회, 의과팀 우정, 인천시약사회, 참의료실천단,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인천의료원, 평화의료생협, 짜짜봉사단, 주)지레이테크, 인천적십자병원, 한림병원, 한국간호조무사협회 인천시회, 부평구의사회, 랩지노믹스 검사센터,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경기지회 등이 함께했다. 특히 ‘짜짜봉사단’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동과 자장면을 무료로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 이날 치과의사들은 200여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을 진료했다.
치과진료실 앞에서 만난 네팔 출신 버비(34)씨는 시화공단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진료를 받고 싶지만, 말이 잘 안통하고 회사에서 병원 가려면 어렵다”고 말한 뒤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방진료 대기실에서 만난 멀리 중국 출신의 피해옹(40ㆍ여)씨는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하지 벌써 4년째라고 소개한 뒤 “진료와 검진을 받기 위해 아침 7시에 강원도 동해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해라는 작은 도시에서는 언어 장벽이 커서 병원가기도 힘들어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멀리 동해에서 왔다”고 덧붙였다.

‘희망세상’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정화 참의료실천단 단장은 “이미 단체를 통해 200여명이 진료를 희망했고, 개별적으로 진료를 희망해서 오시는 분들이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3D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정신․육체적으로 질병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해, 뜻있는 분들과 무료진료를 계획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한 장 단장은 “희망세상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진료를 진행하지만, 내년에도 무료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예산과 장소에서 애를 먹고 있다”며 “희망세상은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지향한다. 짧은 하루지만 이 안이 이들에게 작은 희망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세상은 낯선 이국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혼자 아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뜻을 가진 의사ㆍ한의사ㆍ약사ㆍ간호사들이 모여, 지난해 9월 20일 부개1동에 개소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치과ㆍ내과ㆍ외과ㆍ한방 등을 진료하고 있으며, 2차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인천의료원과 한림병원 등에 연계시켜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게 한다.

▲ 한방치료를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 3D업종 종사자가 많다보니 물리치료보다 한방치료를 선호한다고 한다.
한편, 주로 3D업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낮선 이국에서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 생활양식의 변화, 언어 장애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격고 있다. 또한 과도한 직무와 거주환경의 불안정성, 저임금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이나 육체건강을 상당히 위협받고 있다.

국제보건의료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 와서 아픈 경험이 있는 경우가 6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중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3분의 1’이상이 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해 만성질환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2009년 조사 당시 가장 많은 질환은 위ㆍ십이지장 궤양(25.1%)이었고, 고혈압(24.9%)ㆍ 알레르기(18.4%)ㆍ관절염(12.7%)ㆍ당뇨(10.3%)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 현황은 30% 정도로 낮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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