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굴포천 상류 복개구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1>

<편집자주> 인천시는 하천 살리기 일환으로 지난 2006년부터 정비 공사를 시작해 약4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평구청부터 부천시 경계까지 굴포천 하류 6.6㎞구간을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했다.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는 썩은 물이 고여 있던 굴포천 밑바닥을 준설한 뒤, 부평구청 앞에 오수 차집시설을 설치해 복개구간 오수를 차집하게 한 다음 서울 풍납취수장으로부터 한강 물을 끌어와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2008년 10월 완료됐다.

하지만, 중상류지역 복개구간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자연형하천의 면모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특히 일정량의 비가 오면 오수 차집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굴포천 중상류의 오수 등 오염물질이 하류로 흘러넘친다.

이로 인해 투자한 비용에 비해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며, 중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형하천은 요원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복개구간도 하천으로 복원해야한다는 이야기다. 굴포천의 현 실태와 타 지역 하천 복원 사례를 살펴보면서 굴포천의 복개구간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 2008년 자연형하천 조성공사가 완료된 굴포천 삼산동 구간.
자연형하천 조성공사 후 2년, 달라진 굴포천

2008년 10월 자연형하천 조성공사가 끝난 뒤 이듬해 2월에 겨울철새인 청둥오리가 굴포천에 날아들었다. 그해 4월에는 잉어 떼가 출현했다. 잉어 떼는 조그만 치어에서부터 길이 30~40cm에 달하는 3년 이상 된 성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잉어 외에 붕어 등의 민물고기도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흰뺨검둥오리 떼가 찾아왔다. 올해 2월에는 부평구청 앞 부근에 붕어 떼가 떼죽음을 당한 채 물 위로 떠올랐다. 떼죽음의 원인은 30cm밖에 안 되는 얕은 수심에 한파로 하천이 얼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우거진 수풀 사이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 먹잇감을 찾아 여기저기를 누비는 백로와 청둥오리들, 그리고 거북이(자라?)까지 볼 수 있다. 굴포천이 자연형하천으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이다.

크게 나아지지 않는 수질, 비만 오면 다시 오염

하지만 굴포천을 흐르는 물은 그렇게 맑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서울 풍납취수장으로부터 한강물을 끌어와 갈산천과 청천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갈산2동 한국아파트에서 양쪽으로 흘려보낸다. 한 쪽은 부평구청 앞을 지나 삼산동 쪽으로, 다른 한 쪽은 그 반대편으로 흘러 삼산유수지에서 합쳐 흘러간다.

그런데 통수 지점(=갈산2동 한국아파트)에서 멀어질수록 수질은 크게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부평구 재난안전과 치수방재팀은 “상류구간은 하천 수질 환경기준 1~2등급으로 비교적 깨끗하지만 부평역사박물관 아래로는 3~5등급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경인아라뱃길 공사를 하면서 하류 구간을 막아 수위가 높아 물이 잘 흐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8월 20일 굴포천을 둘러본 결과, 삼산유수지 부근은 하천에 검은 퇴적물이 두껍게 쌓여있었으며, 깊지 않은 하천 바닥이 전혀 보이질 않을 정도로 부유물이 많았다. 그런 곳에서 백로가 먹잇감을 찾아 기웃거리는 것이 딱해 보이기도 했다.

삼산유수지 부근에서 하천을 따라 부평구청 앞까지 쭉 올라오면서 살펴보니, 차츰 물이 맑아 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물은 탁했다. 특히 구청 앞 삼각지는 통수지점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 아닌 데도 더 멀리 떨어진 곳보다 수질 오염이 심해 보였다.

그 이유는 이곳이 상류 복개구간과 경계지역인데, 비만 오면 오수 차집시설이 제 역할을 못하고 복개구간의 오수와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범람하기 때문이다. 특히 복개구간의 하수관거 근처는 심하게 오염된 상태였으며, 악취가 진동했다.

도심하천의 문제점, 합류식 하수관거

▲ 복개구간과 경계인 부평구청 부근, 수질이 상당히 오염돼있다.
박남수 부평의제21 실천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굴포천은 도심 하천이다. 도심 하천은 전국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하수관거가 우수와 오수로 분류돼있지 않고 혼합돼있다는 것(=합류식)”이라고 지적했다.

자연형하천으로 정비한 굴포천에 여러 구멍(=관거)을 막아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작은 구멍은 오수관이고, 큰 구멍은 우수관이다.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하면서 이곳들에 오수 차집시설을 설치했다. 대표적인 게 구청 부근의 오수 차집시설이다. 차집은 차단해 모은다는 뜻으로 오수만 모아 굴포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낸다. 청천천의 경우 한국아파트 앞에서 오수를 차집하고, 갈산펌프장에선 부평4동 오수를, 삼산유수지에선 부개동의 오수를 차집한다.

박 운영위원장은 “그런데 장마 때면 오수 차집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오수와 하수가 혼합돼 굴포천으로 흘러든다. 또, 굴포하수종말처리장은 미생물을 투여해 오수를 분해, 정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비용이 많이 든다. 장마 때 오수만이 아닌 많은 양의 하수가 섞여 들어오면 그만큼 미생물을 많이 투여해야하기 때문에 하수종말처리장 유입을 차단한다”고 들려줬다.

부평구 치수방재팀은 강우량이 시간당 10mm 이상일 경우 오수 차집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상류구간의 하수가 굴포천으로 범람한다고 했다. 범람 횟수는 1년에 12번 정도다. 또한 비가 많이 오면 상류구간의 오염 물질이 빨리 쓸려 내려가고 희석되기 때문에 하천의 수질 오염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때문에 굴포천이 온전한 자연형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복개된 상류구간의 생활오수를 철저히 차단해야한다. 결국 복개구간의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박남수 운영위원장은 “예외로 울산 태화강은 오수관을 모두 정리했다. 그래서 상류까지 연어가 올라온다. 생활오수를 철저히 차단해야한다”며 “이것이 굴포천이 온전한 자연형하천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하수관거 분류와 복개구간 복원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 굴포천 삼산유수지 부근. 오염된 퇴적물이 쌓여있다.


인천에서 가장 긴 하천, 굴포천

굴포천은 한강하류부의 왼쪽에 위치한 지류로서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인천가족공원(옛 부평묘지공원) 내의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옆과 부평구청, 삼산동을 지나 경기도 부천시를 통과해 김포시 신곡동의 신곡 양배수장에 이르는 유역면적 133.8㎢, 하천길이 23.820km의 지방2급 하천이다. 인천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지방2급 하천인 청천천, 계산천, 귤현천, 갈산천과 기타 하천인 세월천, 목수천, 산곡천, 구산천 등이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든다.

하지만 산업화로 인해 부평이 도시화되면서 굴포천의 상당 구간은 복개됐다. 부평동 평온길 부근을 복개 시점으로 해서 부평구청 앞까지 복개돼있다. 복개연장은 총3.460km다. 복개의 종점 부근에서 역시 복개된 산곡천이 합류하고, 전면 복개의 형태를 지닌다. 복개구간은 전부 주차장과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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