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시정일기 새로운 도전” 호평…민원 댓글 도배로 취지 무색

▲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후 ‘시정일기’를 직접 작성해 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후 시정을 이끌면서 드는 자신의 생각을 일기로 작성해 시 홈페이지에 게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송 시장의 ‘시정일기’는 시 행정을 이끌면서 닥치는 어려움과 정치인으로서 각종 소회 등을 진솔하게 작성, 일단 새로운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시장의 시정일기는 일주일에 3~4회 정도 시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있다. 송 시장이 쓴 시정일기는 그날 저녁이나 다음날 홈페이지 올라온다. 처음에 수백건에 그쳤던 조회 수는 8월이 넘어서면서 수천건에 이르고 있다. 댓글도 수백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댓글은 집단 민원성이 차지하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 7월 20일부터 시작해 이달 20일 현재까지 총25건의 시정일기를 공개했다.

송 시장은 7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민선 5기 16개 시․도지사의 간담회를 시정일기로 옮기기도 했다. 이날 송 시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예산확보와 송도 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위한 국비 지원 등의 필요성을 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송 시장은 ‘이 대통령이 야당 서울시장 재임 시절 노무현 대통령 등 중앙정부의 협조가 없었으면, 청계천 사업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고, ‘자신(=송 시장)의 기억에 의하더라도 여당 의원들이 지적이 있을 정도로 노 대통령이 이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프로그램에 협조했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도 여야 구분하지 않고 사안별로 열심히 하는 시․도지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점을 재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송 시장은 ‘4대강 문제와 남북관계의 문제는 예상한대로 알려진 자신(=이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을 피력했고, 큰 문제인식의 차이를 느끼는 대목’이라고 적기도 했다.

송 시장은 이달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도 시정일기를 통해 공개했다. 송 시장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해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대서특필되는 상황임에도, 겨우 36만 표 차로 힘겨운 승리를 했다. 어려운 권력교체였다. 분단시대로 왜곡된 피해의식과 맹목적 보수의 벽이 그렇게 두터웠다’고 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86년의 세월이 그대로 한국의 현대사였다’고 회고했다.

송 시장은 이날 산동성 왕쥔미 부성장 일행을 만난 소감도 적었다. 송 시장은 ‘산동성은 인구가 9000만명이 넘어 여행객들이 앞으로 2000만(명)정도는 될 것이라고 한다. 산동성만 2000만이 되는 관광객을 누가 소화해 낼 것인가.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대중국 관광 인프라 구축 필요성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특히 송 시장은 이날 시정일기에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설을 보류로 집단 반발하고 있는 서구 주민들에 대한 생각도 적었다.

송 시장은 ‘아시안게임 경기장 5개 신축, 히딩크 축구센터, 인천지방법원 서부지원, 청라지구 로봇랜드, 7호선 연장문제, 서구 인천의료원 개원문제 등 다 서구에 있는 시설들과 서구에 들어설 시설들 문제로 고민하고 지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정 현안 고민 중 서구 관련 사항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왜 서구를 외면하겠는가’라고 최근 서구에서 일고 있는 집단 민원에 대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송 시장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를 전제로 선수촌, 미디어촌 분양으로 얻게 될 분양 차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디자인된 서구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립문제는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차익은커녕 분양 자체 성패가 불투명하게 된 상황에서 당연히 국고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시장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국비 지원이 전제되지 않은 주경기장 신설은 어렵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 송영길 시장이 8월 18일 작성한 시정일기. 예산문제로 인해 아시아 경기대회 주경기장 신설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혀, 서구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송 시장이 최근 시정일기를 통해 서구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냈다. <송영길 인천시장 시정일기 화면 캡쳐>

하지만 서구 주민으로 보이는 다수의 네티즌들은 송 시장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댓글로 적기도 했다.

네티즌 손원영씨는 ‘송 시장이 능력이 없다’며 ‘주경기장을 서구에 신축해야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김은미씨도 ‘주경기장 신설 문제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물러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 시장의 시정일기를 보고 시장의 진솔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격려하는 댓글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송 시장이 임기 4년 동안 작성하게 될 시정일기는 또 다른 형식의 역사 기록물이 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송 시장이) 일주일에 3~4회 일기를 쓴다. 기간이 짧아 시정일기를 평가하기 어렵지만, 시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높게 보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일부 공무원들은 너무 예민한 사항도 일기로 표현해 정책 추진에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다만, 인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서구 아시아 경기장 주경기장 신설 문제로 특정 인물이 시정일기 댓글을 도배해 안타깝다”며 “송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의정일기를 꾸준히 작성해온 점으로 미뤄 임기 4년 동안 시정일기를 계속 작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도 “시장이 시정을 이끌면서 드는 여러 생각을 솔직하게 일기 형식으로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소통을 중요시했던 송 시장의 시정 철학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은 참신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