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부평구시설관리공단 이대로 좋은가?(상)

<편집자주> 부평구가 지정하는 공공시설물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ㆍ운영하고 구민의 편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이 민선5기 홍미영 구청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부평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공단 운영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특히 공단에서 내년부터 부평국민체육센터 수탁 관리ㆍ운영권을 요구할 계획이라는데, 그 타당성을 집중 점검해본다.

▲ 부평구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은 1999년 설립돼 ▲공원과 공공청사 관리 ▲공영주차장 관리ㆍ운영 ▲종량제봉투 판매 ▲노인여가시설 관리 ▲배수펌프장 관리 사업 등을 부평구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차장 운영 외에는 이렇다 할 수입원이 없다.

이에 지난해 3월부터는 구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해온 현수막 게시대를, 올해 3월부터는 옥외광고물 안전도 검사 사업을 공단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 조성된 신트리공원과 백운공원 인조 잔디운동장을 관리하면서 사용료로 수입 증대를 꾀하고 있다.

공단에는 유재홍 이사장을 비롯해 일반직 35명, 상용직 41명 등 총117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89억 2100만원으로 인천시 자치구 산하 공기업 중 두 번째로 큰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단은 방만한 경영으로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평구 살림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최근 구가 부평구생활체육협의회에 5년째 맡겨온 국민체육센터 관리ㆍ운영권을 공단에 달라고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구청장의 공약 사항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단이 홍미영 구청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단은 행정안전부로부터 경영실적이 부진한 공기업으로 평가돼 경영개선 명령을 받은 바 있으며, 2008년의 경우 22억 4000만원의 수입을 낸 반면, 지출은 42억 5400만원에 달했다. 그 적자 분은 고스란히 부평구가 맡게 됐다.

▲ 부평구는 2007년 3월 새마을금고에서 판매하던 종량제 봉투 사업을 부평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겼다. 공단의 경영 개선도 주요한 이유였다. 

밥상 차려줘도 못 먹는데…

공단의 국민체육센터 수탁 관리ㆍ운영 여부는 향후 청소년수련관과 민방위교육장 등의 공공 시설물에 대한 위ㆍ수탁문제와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센터를 공단이 관리ㆍ운영할 경우 청소년수련관 등도 공단이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공단 경영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단은 국민체육센터를 수탁 운영할 경우 공단의 경상수지 비율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되며, 신규 사업 실시에 따른 사업본부장직 도입으로 사업부서의 역량이 강화된다고 그 효과를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은 지금까지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먹지 못해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행정안전부는 2008년 4월 공단의 부실한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청산토록 하는 ‘청산 조건부 경영정상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공영주차장 이외에 수익 구조가 없어 새마을금고에서 담당해오던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 사업을 2007년에 인수했다. 또한 민간에서 맡아온 현수막 지정 게시대 사업도 지난해 3월부터 맡았다.

하지만 공단은 위탁받은 현수막 게시대 사업의 일부를 바로 A업체에 재 위탁했다. 공단은 인터넷 신청 접수, 대행 수수료 등의 징수 관리, 시설물 유지관리, 구 담당부서와 업무협의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A업체는 신청 현수막 수령과 분리ㆍ보관, 현수막 탈ㆍ부착, 회수 현수막 보관, 상단 광고 유치와 광고료 징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공단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재 위탁하면서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는 게시 대행료와 상단 게시대 광고 수익을 포기했다. 두 사업만 해도 약 3억원(게시 대행료 9326만원+상단 광고 수익 2억 3600만원)의 연간수입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민선5기 부평구청장 인수위원회가 검토한 결과, A업체는 광고주로부터 게시대 상단 상업광고물의 수수료를 1면 당 연간 250만원을 초과해 징수할 수 없도록 돼있음에도, 실제로는 재위탁 등의 방법으로 연간 383만원에 판매한 사례도 있어 감독기관의 사실 확인이 요구된다.

특히 2008년 4월 행안부가 민간업체와 위ㆍ수탁 계약이 만료되는 게시대 관리 사업에 대한 신규 사업 타당성 검토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강화하라는 경영 개선 명령에도, 민간업체(=A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재 위탁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도 제기된다.

현수막 게시대 사업, 겨우 인건비만 건져

앞서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운영해온 D업체 대표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 받자 구는 현수막 게시대 운영권을 공단에 위탁했다.

하지만 공단은 알짜배기 사업을 민간업체에 재 위탁해 연간 수입이 1억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중 도로점용료는 구에 넘겨줘야한다. 그럴 때 연간 2500만원 내외의 수입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인건비를 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은 없다.

특히 A업체 사장은 D업체 사장의 부인이다. 세금을 횡령한 업체 대표 부인의 업체에 사실상 알짜배기 사업을 떼어서 수의계약으로 나눠준 것이라 특혜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게시대 현수막 탈ㆍ부착 전담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대행수수료 수입과 인건비 등 지출 비용을 비교할 때 수익이 저조한 사유 등으로 재 위탁했다고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렇듯 공단 운영과 관련해 여러 지적과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단에 국민체육센터 관리ㆍ운영을 위탁하는 게 타당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청에 근무하는 익명의 공무원은 “현수막 게시대 사업에서 수익이 창출되지 못하는 것은 공단 이사장 임명권을 행사한 전임 구청장과 D업체의 관계,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한 태도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한 뒤 “근본적인 경영 혁신 노력이 없는 한 어떠한 사업을 맡겨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전임 구청장의 측근과 지인 등에 대한 보은인사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결국 공단은 세금만 먹는 거대한 하마로 변해 버렸다”며 “조직은 조직을 낳는 만큼 공단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통해 조직을 쇄신하지 않으면 현 구청장의 구정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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