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개동 부일버스노조 파업, 3일만에 타결
준공영제 실시 이후 시의 관리감독 허술

지난 19일 새벽부터 21일 오후 5시께까지 부평을 오가는 마을버스 579번, 559번, 순환579번이 운행되지 않았다. 이들 노선을 운행하는 부일버스의 노동조합이 파업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노사는 21일 오후 5시 극적으로 타결해, 파업은 멈췄다. 버스 운행 중단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고, 인천시의 행정지도에 압박을 느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왜 부일버스 기사들은 시민의 불편을 예상하면서도 파업을 선택했을까?

▲7월 19일, 전면파업을 선언하고 백운 공원 옆 차고지에서 비박 농성에 들어간 전국운수노조 버스본부 경인지부 부일버스지회(지회장 이순권, 이하 부일버스) 조합원 25명은 백운 공원 옆 임대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빼앗기지 않으려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었다.
파업 일지 - “노조를 인정해 달라”

“(회사가 알려주지 않아) 직원들이 자신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도 모른다. 근로계약서 또한 체결 당시 이후로는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지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임금교섭을 실시해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는 것뿐이다. 동네 이웃 같은 주민들의 발을 묶는 것이 너무나 죄스럽지만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착잡한 심정이다”

노사 합의에 앞서 20일 오후 9시께 백운공원 옆에 있는 마을버스 차고지(임대)에서 조합원들과 농성을 하고 있던 전국운수노조 버스본부 경인지부 부일버스지회 이순권 지회장의 한숨 섞인 푸념소리다.

무더위와 빗방울이 차고지를 뒤덮던 이날 조합원들은 돗자리만 달랑 펴놓고 허기진 배를 라면으로 때우며 오래도록 동고동락했던 마을버스 곁에서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7월 19일,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철야농성에 들어간 부일버스지회 조합원 25명은 마을버스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사측이 출근시간에 맞춰 대체 버스기사들로 버스를 운행하려하자 이를 저지하고자 그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부일버스지회는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된 지 약 4개월 후인 지나해 12월 25일에 설립됐다. 기사들의 고용안정과 복리후생을 위해서다. 하지만 사측은 관교지점과 간석지점에 이미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부일버스지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부일버스지회가 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었다.

버스 120대를 소유하고 있던 부일운수는 준공영제 최저 지원기준인 40대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7월에 회사를 노선별로 6개로 쪼개서 각기 다른 사람에게 매각했다. 이중 3개의 사업주들이 모여 부일버스 법인(41대)을 만들었고, 나머지 3개는 부일운수 법인으로 남아있다.

현재 부일버스는 부개지점(579ㆍ559ㆍ순환579번), 관교지점(24번), 간석지점(593ㆍ514-1번)으로 구성돼있고, 각 지점의 사장 3명 중 2명이 부일버스 법인의 대표로 돼있다.

▲ 부일버스지회 조합원들이 차고지 한쪽에서 돗자리를 깔고 식사하는 모습.
수익배분만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파업까진 안 갔을 것

하루 2교대 근무, 새벽 4시에 출근해 밤 12시 30분에 끝나는 고된 일과에 대한 보상이 그들에겐 너무나 턱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지선버스인 마을버스를 운행하면서 느낀 상대적인(간선버스 임금체계와 비교해서) 박탈감 또한 그냥 감당해왔다. 하지만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인천시의 수입금 공동관리제에 따른 사측의 일방적인 수익 배분문제가 제기되면서, 명확한 임금체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사업주의 적자보전만 혜택을 보게 된 것 같았다. 정작 그 혜택의 중심이 돼야할 기사들은 정규직 이행 여부도 제대로 모르고 회사의 방침만 준수해야했다. 수익배분문제만 제대로 이행됐어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너무 죄송스럽지만, 우리의 생존권을 이렇게라도 지켜야하는 심정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파업을 풀 수 있는 길은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고 대화로 풀고자하는 의지밖에 없다”(이순권 지회장)

준공영제의 수입금 공동관리형 정책은 버스운송사업자의 운송수입금을 정규직 80%, 비정규직 20%씩 배분하는 방식이다. 노선의 공공성 확보와 고객서비스 개선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전체 운전기사의 25% 수준에 머물던 정규직 비율을 80% 수준으로 올리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다르게 각 사업장 대표들이 지원금을 임의로 배분하다보니 기사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버스기사들의 임금을 220여만원으로 시에서 책정해 회사로 지급하는데도, 회사는 180만원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나머지 금액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는지, 어디에 쓰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시민 세금으로 매년 재정 지원, 관리감독은 ‘글쎄’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기업에 운행 관리만 맡기고, 사업 운영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지자체에서 하는 방식이다.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민영체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내용적으로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공영제적 역할을 부여해 노선입찰제 시행, 수입금 공동관리와 적자 보전 등 공영적인 요소를 강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는 운전자의 친절도 향상과 책임감 고취, 배차간격 준수에 따른 운행 정시성 확보, 노선운영의 책임성 확보, 업계의 경영환경 개선 등의 효과가 잇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노사 간 임금ㆍ단체협약 문제가 사업자위주로 돼있어 노동자의 이익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7년 IMF이후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의 준공영제는 상대적으로 노조가 없거나 취약한 환경의 사업장에서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또한 매년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 집행내역에 대한 관리감독의 한계성과 일부 민간 사업주들의 불투명한 자산 운영이 적지 않은 혼선을 주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버스 노조는 시의 행정지도와 관리감독 강화, 수익금 배분문제에 대한 감시역할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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