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⑥

도서관에 한 아이가 왔다. 책을 펴고 이곳저곳을 골라 줄거리를 쓰고 있다. 독서감상문 숙제를 한단다. 편 수가 많을수록 상을 받는단다. ‘독서감상문’을 쓰는 목적이 무엇일까? 책읽기의 즐거움을 아이들 스스로 정리해 보기 위함이 아니던가. 책을 읽고 느낌을 정리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이 좋았으면 그걸로 만족할 수는 없을까?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됐다.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고 좋아하는 독서감상문을 쓰고 싶었다. ‘오스카 와이들’의 「행복한 왕자」를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아이들은 제비가 어려운 사람을 돕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지 못하고 얼어 죽는 장면에서 숙연해지기도 했고 왕자의 동상을 철거하고 자신의 동상을 세우려는 시장의 모습을 보습에서 야유도 보냈다.
이 마음을 어떻게 글로 옮길까 고민하던 아이들은 서로 기자가 되어 그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리곤 영화잡지를 꺼내 인터뷰 기사는 어떻게 쓰는지 서로 의논했다. 서로들 행복한 왕자만 인터뷰하고 싶어 하자 그렇게 되면 신문이 재미가 없어진다며 누구는 책 광고, 누구는 4컷 만화, 누구는 뒷이야기를 쓰자고 결론을 냈다. 아이들이 스스로 신문제목, 기획부터 글쓰기, 디자인까지 역할을 나누어 만든 신문 내용을 싣는다.

인터뷰1.  천국의 행복한 왕자를 만나고서

남을 위해서 자신의 눈도 뽑아준 행복한 왕자를 천국호텔 VIP룸 203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혜진기자 : 행복한 왕자씨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행복한 왕자 : 네. 저는 천국에서 제비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혜진기자 : 요즘은 뭘 하고 계십니까?
행복한 왕자 : 요즘은 천국전망대에 매일 올라가 있지요. 거기서는 불쌍한 사람이 더 잘 보이거든요. 거기서 불쌍한 사람들에게 복을 더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혜진기자 : 와! 정말 대단하시군요. 맨 처음에 가난한 사람을 보았을 때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행복한 왕자 : 정말로 그렇게 가난한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혜진기자 : 혹시 눈을 뺄 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요?
행복한 왕자 : 솔직히… 들었죠. 하지만 살아있을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잘 살았으니까 남을 위해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했습니다.
혜진기자 :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행복한 왕자 : 앞으로 불쌍한 사람에게 복을 더 많이 나누어 주고 살 거예요. 기자님도 나누는 삶을 살아요. 행복해지게요.
혜진기자 : 네, 저도 그러겠습니다. 지금까지 임혜진 기자였습니다.

(일신초 5. 임혜진 기자)

인터뷰2. 제비와의 만남

천국의 나무 위에서 노래하는 제비를 만나보았다.
최명규 기자 : 왕자를 도와주면서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제비 : 왕자님과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남을 돕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처음엔 몰랐습니다.
최명규 기자 : 왕자를 만나기 전에는 어떻게 사셨습니까?
제비 : 나눌 줄 몰랐습니다. 남이 잡은 먹이를 빼앗고 ‘혹시 누가 내 것을 또 빼앗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늘 불안했습니다.
최명규 기자 : 그럼 지금은 생각이 바뀌셨다는 것입니까?
제비 : 지금은 내 것을 전부 나누니까 빼앗길까봐 염려할 일도 없고… 정말 행복합니다.
최명규 기자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제비 : 세상에 나눔장터처럼 나눔을 키울 수 있는 행사가 많아지고 나눔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 다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일신초 5. 최명규 기자)

인터뷰3. 시장

‘행복한 왕자’에서 가장 한심한 시장을 만나보았다. 만나러 가면서도 걱정이 많이 됐다.
박찬성 : 왜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볼품없어지자 없애버리려고 했습니다.
시장 : 왕자가 어린 나이에 죽어서 왕자의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동상을 화려하게 지었는데, 그것도 얼마나 보석을 많이 달았는지 아십니까? 그런데 그 동상이 화려하지 않게 되어서 없애 버렸습니다.
박찬성 : 그럼, 왜 왕자의 동상을 내리고 당신의 동상을 세우자고 말했습니까?
시장 : 그야 당연히, 내가 시장이니까 내 동상을 세워야 도시가 아름다워지지 않겠습니까?
박찬성 : 제비와 왕자가 불쌍한 이웃들을 도와주다 그렇게 볼품없게 되고 또 죽기까지 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까?
시장 :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게 가난한 사람이 아직도 있나요?
박찬성 : 그래서 시장님은 불쌍한 이웃을 돕지 않았습니까?
시장 : (땀을 뻘뻘 흘리며 거짓말로) 저는 정말 불쌍한 이웃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박찬성 : 제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시장님을 싫어합니다. 행복한 왕자처럼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시장 : ……

(일신초 5. 박찬성 기자)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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