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시장 후보 등 다수 당선
홍미영 “부평의 심장과 맥박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어 기뻐”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접전을 벌였던 부평구청장 선거에서 ‘범야권단일후보’인 민주당 홍미영(54) 후보가 당선됐다. 부평의 민심은 모든 것을 바꿔라였다.

홍 당선자는 99% 개표한 결과 52.66%(11만 3557표)를 득표해 40.38%(8만 9227표)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박윤배(58) 후보를 눌렀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졌던 상황을 뒤집은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현상 후보는 5.95%(1만 2843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인천에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민주당 송영길 후보도 53.09%로 당선됐으며, 대다수 단일후보들이 당선됐다. 특히 범야권 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와 조택상 동구청장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도 연출됐다. 수도권에서 최초로 민노당 기초단체장이 탄생한 경우라 전국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미영 당선자는 기초의원에서 시작해 광역의원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된 인천 최초의 여성 정치인이다. 여기다 부평구 최초의 민선 여성 기초단체장이 되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정치권에서 소위 말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한국 최초의 여성정치인이 된 셈이다. 

홍 당선자는 2일 당선 소식을 접하고 <부평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이 참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을 해줬다. 존경하고 자랑스럽다”고 감격어린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북풍’ 때문에 걱정했는데, 투표일을 3~4일 남겨두고 달라지는 분위기를 느꼈다”며 “그동안 부평구가(인천시에서) 홀대를 받았지만, 구청장이 아무 말도 못하고 무기력했던 것을 구민들이 제대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부평구 5대 민선구청장으로 당선된 민주당 홍미영 구청장 후보. 홍미영 당선자는 한국 여성 정치인 최초로 기초, 광역, 국회의원을 거쳐 기초단체장 타이틀까지 거머쥔 여성 정치인이 됐다.

홍 당선자는 승리의 원동력으로 ‘서민과의 진정어린 교감’과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꼽았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 삼산동과 갈산동의 임대아파트와 산곡동 화랑농장, 부평2동 희망천, 구산동 등 외곽에 사는 삶이 어려운 주민들을 찾았다. 주민들에게 ‘홍미영, 저 개인은 약하지만 여러분의 힘을 합해주면 거인이 될 수 있다. 그 힘으로 어려운 이들의 등받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특히 재래시장을 돌면서 상인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상인들은 한나라당의 배신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무산된 것에 불만이 많았다. ‘산곡동에 롯데마트가 들어선 후 산곡시장이 해가 다르게 죽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는데, 상인들이 ‘그런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박 구청장이 임기 동안 재래시장 활성화를 이야기했지만 말로만 그랬다는 것을 상인들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홍 당선자는 이어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의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 풀뿌리 단위(=지방자치단체)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다행히 인천은 이번 선거에서 이에 대한 대응을 적극 모색했다. 인천은 5.3항쟁의 전통이 흐르고 있다. 그 주역들이 정당, 시민단체, 자활기관, 노동현장 등으로 흩어져 각기 활동해왔다. 그 역량이 선거연합과 범야권 후보 단일화로 모아졌다. 민주노동당도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 속에서 잘 규합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구정 운영에 대해 홍 당선자는 ‘민과 관의 네트워킹’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행정을 최우선에 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부평구의 1년 예산이 4000억원 된다. 부족한 예산인데, 중요한 건 네트워크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공동정책도 만들었다. 희망근로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리는 사업이 아닌, 관과 민이 안전한 그물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산이 적게 들어도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훨씬 효과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일례로 지역아동센터, 민간 작은도서관과 구립도서관, 교육청 소속 도서관 등을 네트워킹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 다음에 시와 국가에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각종 프로젝트 사업도 신청해 예산을 지원 받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 당선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진 행정편의 중심이었다. 이제 행정이 코디네이터, 지원자의 입장에 서야한다. 구청장의 가치와 철학이 다르면 동네가 달라질 수 있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라는 책을 읽었는데, 생태도시를 실현한 브라질 꾸리찌바의 꿈을 부평에서 실현하고 싶다. 자랑스럽고 현명한 구민들과 함께 부평의 심장과 맥박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는 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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