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년 기념 평양 문화유적·집단체조 예술공연 ‘아리랑’ 참관기

부평신문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간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광복 60년 기념 평양 문화유적 참관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이번 방북의 핵심은 북측이 자랑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 어우러진 <아리랑> 관람이었다. 이밖에 동명왕릉, 대동강 쑥섬 등의 문화유산 관람과 만경대, 개선문, 학생소년궁전 등 북측이 내세우는 주요 혁명 유적지 방문이 있었다.
이번 평양 방문은 반세기가 넘는 분단 장벽으로 인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고 민족의 동질감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했다. 또한 서로의 체제와 사상, 문화, 생활 양태 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지 않고서는 결코 통일은 쉽게 찾아 올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며, 남·북 상호간의 교류 활성화와 서로의 체제에 대한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평양의 첫 인상- 평양 산천과 동포들이 주는 정겨움

평양 순안 공항에 내려 평양시내로 들어서는 도로변에는 가로수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도로 양편의 논에는 벌써 추수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인상적인 것은 분주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느려보이지도 않는 북측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북녘 땅을 밝으며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우리네 시골 같다는 것이며, 서로 누군지 모르지만 손을 흔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아 주는 동포들의 정겨움이었다.
평양 시내로 접어들자 거리 곳곳에는 조선노동당 당 창건 60돌을 맞이하는 다양한 구호가 붙어 있었다. 안내를 맡은 북측의 안내원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당 창건을 준비하기 위한 특별한 구호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구호가 많이 붙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구호는 ‘모두 다 가을걷이 전투에로’라는 구호이다. 구호에서 나타나듯 평양 외각은 학생, 군인 등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모두가 나서 가을걷이에 한창인 모습이 이채로웠다. 평양 풍경에 잠시 심취했나 싶더니 어느새 참관단을 실은 버스는 양각도 호텔에 도착했다. 대동강 한가운데 서 있는 양각도 호텔은 지난 1998년에 새롭게 지은 국제 규모의 호텔로 규모와 주변 경치 면에서는 남측의 여느 호텔에 뒤지지 않았다.   
 
어머니가 두 팔을 벌리고 아이를 맞는 형상, ‘학생소년궁전’

참관단은 먼저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하고, 이어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찾았다. 1989년 10만3천평의 넓은 부지에 건립된 소년궁전은 평양 시내의 예능, 체육 등 다양한 방면에 장기를 가진 5천명의 학생들이 ‘1인 1기’를 연마하는 곳으로 교원만 해도 600명에 이르고 있으며, 각 소조(=반)별로 학생 10여명에 1명의 교원이 지도를 하고 있다.
건물에 들어서자 양쪽에 위치한 과학동과 예능동에서 소조별 수업이 한창이었다. 참관단이 누르는 사진기 셔터 소리에 아이들이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제법 의연한 자세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심취해 무의식적으로 누른 셔터 소리가 수업에 방해되겠다는 생각에 미안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소년궁전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순진 교원(=교사)은 “지금은 과학의 시대이기에 과학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며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이 교원은 “소년궁전은 어머니가 두 팔을 뻗어 아이를 품는 형상”이라며 “조국(=북측)은 아이들을 그런 맘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무상교육제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집단문화의 결정체, ‘아리랑’공연

저녁 7시가 넘어 참관단은 양각도 호텔을 나와 어두워진 평양시내를 버스로 이동, 아리랑 공연이 펼쳐지는 5·1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참관단을 압도하는 분위기에 숨이 턱 막혔다. 먼저 경기장 객석에 입장해 있던 수만의 동포들이 ‘반갑습네다’, ‘어서 오시라요’를 외치며 단일기를 흔드는 모습에서 코끝이 찡해지는 동포애를 느꼈다.
아리랑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측의 표현을 빌리면 “평화롭던 아리랑 민족이 외세에 의한 침략과 지배, 그리고 분단을 통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부흥한 국가로 하나 된다”는 뜻을 표현한 대 집단체조 예술공연이다. 이 공연의 핵심은 배경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카드섹션과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공연의 조화이다. 이중 참관단 모두의 맘을 찡하게 했던 것은 북측의 표현대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희망을 표현한 어린 아이들의 공연이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 박경수 사무차장은 “북측의 집단문화의 결정체 같다”며 “북측만이 할 수 있는 공연으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대단한 공연이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관람하고 경기장을 나서는 남측 참관단을 향해 북측 관람객들은 다 같이 일어서서 “다시 만나요”, “통일되면 꼭 오시라요” 등 석별의 아쉬움을 전했다.
숙소인 양각도 호텔에서 남측 참관단은 비교적 자유스럽게 호텔 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북측 손님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민족통일에 대한 강한 희망을 표현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동명왕릉과 쑥섬

▲ 1948년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가 열렸던 쑥섬

다음날 오전에는 동명왕릉을 방문했다. 북측 안내원에 따르면, 고구려 시조인 동명왕릉은 장수왕이 평양으로 수도를 천도하면서 현재의 왕릉 자리를 잡았다. 일제가 1941년 도굴해 대부분의 유물을 강제 수탈하고, 이후 90년 이후 북측이 발굴을 시도해 지금까지 100여 점의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북측 안내원은 “동명왕이 지금 살아있다면 나이가 2천302살”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고구려 시대는 우리 민족이 가장 부흥했던 시기”라며 “동명왕릉 재건은 부흥한 강성대국의 미래를 건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참관단은 마지막으로 남측에도 잘 알려진 쑥섬을 방문했다. 쑥섬은 19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가 열렸던 곳. 당시 연석회의에는 남측에서 김구 선생을 비롯해 민족자주연맹 김규식 주석, 민족독립당 홍명희 위원장, 남측 신문기자단 대표 정진석 등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김일성 주석 등이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난히 청명한 마지막 평양 하늘

점심 때 평양의 단고기(=일명 영양탕)집을 나와 평양 순안공항으로 가는 길은 첫 날 우리가 왔던 길과는 사뭇 달라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일부 도로를 공사하고 있어 평양시내 외각으로 돌아 나오게 됐다고 설명해 줬다. 
빠듯한 일정 탓일까, 처음 평양에 도착했을 당시의 설렘으로 심장이 멎는 느낌은 간 곳 없고 어느 덧 인천의 어느 시내를 바라보듯 평양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평양 공항에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제는 제법 친해진 북측 안내원과 농담도 주고받고 석별의 아쉬움을 나눌 때 북측의 안내원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습네까, 하루 평양에서 지내니 이렇게 친해지지 않습네까? 자주 만나다 보면 통일이 빨리 오지 않겠습네까!”
북측 안내원의 짧은 표현이지만 통일은 남과 북이 서로 자주 만나고 교류하다보면 성큼 다가 올 것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남측 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쳐다본 평양의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고, 햇살은 따가웠다. 

 

평양에서 만난 MBC 느낌표(!)  

MBC 느낌표(!)’의 통일시리즈 2탄 ‘남북청소년 알아맞히기 경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연승호 군을 비롯해 청소년 5명이 이번 참관단에 함께했다. 그들 중 순천고등학교 박일용 학생에게 평양에 대한 느낌을 들어 볼 수 있었다.


△ 평양 문화유적 참관단으로 참가한 소감은?
▲ 뉴스 등에서 보았던 북과 직접 와서 만나본 북은 매우 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해가 좀 안 되는 것도 있고, 친구들이 못 본 것을 보니 더욱 뿌듯하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 우리를 보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감 있게 손을 흔들며 맞이할 때 ‘딱딱한 사람들’이란 선입관이 깨지는 것 같았다. 북은 참 구호가 많은 사회 같았다. 어색한 구호도 꽤 있었다.

△ 아리랑 공연을 본 소감은?
▲ 집단체조 공연을 보며 민족애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연의 전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북측 사회가 민족과 통일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만 명이 집단예술을 펼치니 웅장함과 위압감이 교차했다.

△ 북측의 음식이나 문화는 어떠했나?
▲ 북측에서 먹은 단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그 밖의 음식도 대부분 입맛에 맞았다. 북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북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북측 사회에 대한 배경 지식이 너무 없는 것을 느꼈다.

△ 이번 방문을 통해 동포애와 민족애를 느꼈는가?
▲ 소년궁전에서 북측과 남측 사람들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박수칠 때는 정말 우리가 같은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리랑을 볼 때도 같은 민족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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