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문화ㆍ예술 공간] 부평시장 먹자골목 모텔촌 ‘루비살롱’

▲옛 부평극장이 있던 먹자골목 모텔촌 한 쪽에 자리 잡은 루비살롱 카페 입구.
옛 부평극장이 있던 먹자골목으로 들어서자 모텔촌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한 쪽에 낙서로 물들인 듯한 카페 ‘루비살롱’ 입구가 보인다. 입구 작은 현판에 적혀 있는 글귀가 꽤 선정적이다. ‘루비살롱 카페-정책은 알콜과 공연 뿐!’

카페 루비살롱의 주인장이자 루비살롱레코드 대표 이규영씨를 만나려 했지만, 소속 밴드의 공연 기획 등으로 울산 출장 중이란다. 이곳에 손님으로 왔다가 어느새 루비살롱의 마담이 돼버린 신종길 실장을 만났다.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한 조명과 각종 악기로 구성된 무대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짐짓 66㎡(=20평)가 조금 넘는 실내는 비온 뒤라 한기로 가득하다.

루비살롱은 원래 이규영 대표의 작업공간이었다. 아는 음악인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저 흥을 즐기는 개인음악실이었다. 그러다 인디밴드 마니아들이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모이면서 점차 루비살롱레코드의 전초기지가 완성됐다.

“90년대 후반 처음 부평을 찾고 백운역 근처에 있는 ‘록 캠프’라는 곳에서 연주만 했어요. 그러다 이규영 대표가 성장한 인천에서 아예 록을 키워보자는 뜻에서 루비살롱 자리를 마련했지요. 이후 후배들과 여러 레이블 소속팀들이 합세하면서 자연스레 록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공연에 대한 승부욕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음악성을 대중과 교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루비살롱레코드에 소속된 팀은 모두 7개 팀으로 국카스텐ㆍ허클베리 핀ㆍ스왈로우ㆍ타바코 쥬스 등이 대표적 밴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 앨범 제작보다는 디지털 싱글앨범을 발표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토요일 저녁마다 록 밴드들 공연

▲루비살롱 카페 내부 공연장 모습. 여느 라이브 카페와 다름없는 단조로운 모습이지만 이 자그만 무대에서 록으로 중무장한 음악부대들이 나와 관객들과 함께 한바탕 땀과 열정의 전쟁을 치르고 떠난다.
현재 루비살롱 카페는 평일에는 운영하지 않고, 토요일 오후 7시부터 평균 4개 팀의 밴드가 초청돼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록음악에서 어쿠스틱 공연까지 이들이 다루는 음악장르 또한 다양하다.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지만 지리적 여건과 수용자의 관심 부족으로 많은 애로점이 있습니다. 옥상을 개조해서 편한 집처럼 즐기려고 고민도 해봤고 조그만 실내야구장을 지어 어떻게든 함께 공연의 묘미를 맛보게 하려 했습니다. 아직은 그 한계점 때문에 홍대클럽 등에서 공연 위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록의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아울러 신종길 실장은 문화적 볼거리가 적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연과 퍼포먼스로 깊게 다가서려는 마음도 전했다.

“인천은 본래 록의 본거지였습니다. 이름만 알면 유명한 인디음악의 선두주자들이 모두 인천출신이라는 걸 잘 모를 겁니다. 향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지역문화단체와 연계하는 다양한 공연기획을 구상해 홍대클럽 버금가는, 아니 프린지 페스티벌과 경쟁하는 문화도시 부평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타임 투 록(=Time to rock), 이제 다시 록의 부활을 꿈꿔 봅니다”

▲리얼 로큰롤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사진출처ㆍ루비살롱>
로큰롤 다큐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개봉 박두

루비살롱엔 두터운 마니아층이 자리 잡았다. 독립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접했던 극성(?) 팬들은 픽션(=fiction)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로큰롤 라이프의 논픽션(=non fiction) 속으로 빠져들고야 만다.

모텔촌으로 뒤덮인 어스름한 골목 틈새로 듣도 보도 못한 록음악이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 잠자는 도시를 뒤흔든다. 그 속에서 밤낮이 바뀐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와 ‘타바코쥬스(=Tobacco juice)’라는 인디레이블 록 밴드가 시시콜콜한 인생사에 대해 하염없는 비명을 지른다.

부평의 모텔촌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디레이블 루비살롱. 이들의 일상과 록에 대한 열정을 담은 록 다큐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감독 백승화, 제작 빅풋필름, 제작지원 인천영상위원회)’이 4월 22일 개봉한다.

이미 서울 홍대클럽에서 인디밴드의 황태자로 정평이 나 있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로 유명세를 타면서 각종 음악상에 이름이 올라갔다.

술ㆍ사랑ㆍ싸움ㆍ게으름의 대명사가 된 ‘타바코 쥬스’. 술 먹다가 공연까지 펑크를 내고 각서를 쓰게 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멤버들이 있다.

루비살롱의 탄생과 그곳을 근거지로 삼은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의 이야기를 거친 화면에 담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 백승화가 1년 동안 제작했다. 영화의 주제는 ‘우리의 록은 당신의 삶보다 미치도록 뜨겁다’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