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운기 ‘스페이스 빔’ 디렉터, 대학미술교육의 대안 제시

인천 동구 배다리에 있는 대안미술문화공간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디렉터는 ‘스페이스 빔’이 격월간 발행하는 인천지역 미술ㆍ문화 비평지 ‘시각’ 3~4월호(사진)를 통해 “정체성 잃은 대학미술교육의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졸업전시회의 대안을 모색해 공공예술의 영역과 지속적인 소통과 교감을 나눠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운기 디렉터는 미술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졸업전시회가 예술이 갖는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순수미학의 범위를 벗어나 세간의 평가에 치우쳐 졸업 후 목표나 진로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 플레이’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한 뒤, 진정성을 찾아가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졸업전시회와 졸업작품은 학생과 교수들(강사 포함)간의 적절한 조화와 타협, 충돌이 빚어낸 최종 결과물이다. 그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며 과거의 아카데미 제도와 같은 도제식 기능 수준에 머물고 있는 미술대학의 졸업평가 방식을 비판했다.

즉, 학생들이 지닌 남다른 사고와 잠재적 역량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발휘하도록 현실속의 삶과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

또한 그는 대학미술교육의 진정성을 회복시키자는 주장을 펼치면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어진 세계와 삶과의 연관 속에서 지속적으로 던지게 하고 그 안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내고 풀어낼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민운기 디렉터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졸업전시회 장소를 전시장이나 특정의 공간으로 한정짓거나 제약을 두지 말고, 표현 매체나 방법에 있어서도 자기완결적인 작품을 요구하기 보다는 각자가 선택한 제반 영역과 맥락에 적절한 소통방식과 언어를 스스로 선택하고 개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졸업작품전시회가 기존의 형식 안에 내용을 담는 방식이 아닌, 세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을 통해 인간의 삶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도록 도와줘야한다고 말했다.

민 디렉터는 “결론적으로 4년의 대학과정을 밟은 미대생들이 졸업 후 할 수 있는 역할을 작품 제작과 전시에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예술활동의 지속과 생활적인 측면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공예술의 영역을 부단히 개척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대를 졸업한지 1년이 지났고 현재 ‘스페이스 빔’ 학술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병진씨는 “졸업작품전시회에 내놓는 한 두 번의 미숙한 결과물보다는 작가(=미대생)로 하여금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작업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해야한다”고 공감했다.

덧붙여 강씨는 “적어도 작가가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교육과목은 대학 내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시스템은 작가 스스로와 미술관, 정치, 교육, 대중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해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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