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청천1동 정명옥씨 노인들에게 미용봉사
지인 소개로 봉사단체 가입이 계기

▲ 정명옥씨.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본 사람이라면, 나눌수록 그 나눔이 커지고 자신도 덩달아 풍성해진다는 것을 안다. 청천1동에 사는 정명옥(52·사진)씨도 요즘 그렇다.

정씨는 1월 26일부터 한 달에 한 번 동네 노인들의 머리를 무료로 다듬어 주는 미용봉사를 시작했다. 청천1동 주민자치센터 2층 회의실이 한 달에 한 번 미용실로 바뀐 셈이다.

정씨는 이날 미용도구를 챙겨 집을 나서면서 참 설렜다. 몇 명이나 올까? 어떤 노인들이 올까?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미용봉사에는 모두 11명의 노인이 왔다. 청천2동 주민센터의 홍보 덕분이다. ‘새해를 맞아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어주니 한결 개운하다’는 둥 모처럼 머리를 다듬은 노인들이 만족해하며 전하는 말에 처음 시작한 일이지만 힘든지를 몰랐다.

정씨는 “2시간 정도 걸렸다. 스무 명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며, “만족해하시고 가는 걸 보니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머리모양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어르신들이 깔끔한 모습으로 귀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까지 다듬어진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정씨는 앞으로 원하는 노인이 있으면 염색도 해 줄 예정이다. 한 노인이 염색이야기를 한 것. 머리를 감겨줄 공간이 안 된다는 사정을 말했더니, 집에 가서 감으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해주기로 맘을 먹었다.

정씨가 미용봉사를 시작한 것은 9개월 전부터 시작한 봉사활동 영향이 크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인천 한우리회’라는 봉사단체에 들어갔고, 회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시회복지시설 ‘소망의 집’을 방문해 봉사했다. 주로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에는 청천동과 효성동 일대에 사는 노인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일에 회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그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자신의 주변에 아직 연탄 때는 집이 있고,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그 후 정씨는 연탄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걱정됐고, 찾아가 노인들의 손을 한번이라도 잡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우리회 회장과 총무와 함께 다시 노인들을 찾아갔고, 연통을 갈아드리기도 했다.

정씨는 그 노인들을 보면서 시간을 조금 더 내고 싶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미용봉사를 맘먹고 있었던 것. 그러던 차에 청천1동 주민센터와 연결이 돼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미용봉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정씨가 미용기술을 배운지는 20년도 넘었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정씨는 결혼해 부평에 살면서 미용일을 배웠다. 그 때는 자녀들이 어려서 직업으로 삼지는 못했고, 남편 회사일로 대전에 내려가 살면서 11년 동안 미용실을 직접 운영했다. 다시 청천동으로 올라온 지 10년이 됐다. 하지만 정씨는 지금은 미용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남편이 4년 전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계속하기가 어려웠다.

언제까지 미용봉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정씨는 “이제 시작인데, 처음 마음이 끝까지 가야겠죠. 이 동네 주민으로서, 한 달에 한 번인데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건강과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겠다”고 자신과의 약속을 덧붙였다.

노인들을 볼 때면 엄마 아버지 같다고, 그래서 머리를 다듬어주고 나면 더 즐겁고 뿌듯하다는 정씨. 그의 나눔이 있어 세상은 더 밝아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 1월 26일 청천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무료로 노인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는 정명옥씨.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