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억에서 새로운 풍경 찾기
옛 기억에서 새로운 풍경 찾기
  • 이영주 기자
  • 승인 2005.09.07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다리 골목에서 만나는 옛 기억

10일까지 ‘소수자 문화예술교육 전시프로그램’ 진행


배다리, 하면 인천의 오래된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하다. 배다리, 하면 헌책방이고 헌책방, 하면 배다리다. 그러나 새것만을 찾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들이 눈을 혹사시키는 요즘 헌책방과 배다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기억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낡았다고, 오래됐다고 의미가 없는 것일까?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혀 새것을 배운다)이란 사자성어를 끌어오지 않는다 해도 옛것은 그 묵힌 세월만큼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배다리의 낡은 골목과 헌책방들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배다리의 헌책방 골목 아벨전시장에서 열리는 ‘배다리 골목에서의 이미지텔링(imagetelling)’이라는 전시는 바로 옛것과 현재가 공존하는, 옛 기억에서 현재의 사람들이 새로움을 만드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5 소수자 문화예술교육 전시 프로그램’의 인천편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배다리 골목에서 공부방 아이들, 실업계고등학교 청소년들이 그리는 오늘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소득층이라는 이유로, 혹은 주변부라는 이유로 문화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청소년들이, 대중소비문화와 공교육이 제시하는 획일화된 문화개념에서 벗어나 옛 골목이자 현재 자신들이 존재하는 옛 골목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전시 내용을 살펴보면 여느 전시회와는 사뭇 다른, 참가자들이 직접 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참가 청소년들이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풍경을 관찰하고 사진과 그림을 활용, 자신의 일상과 관계된 시각표현물을 제작한 전시마당, 스토리텔링(삶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 수업을 통해 사물과 사람, 공간과 사건을 글로 표현한 글쓰기를 한 것 등이 전시된다.
또 학교를 벗어나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끄집어내 영상으로 표현한 영상 전시, 함께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사진 메모지에 이야기를 적어 그 메모지로 집을 지은 전시, 성장기 청소년들의 가족과 이웃, 친구와 학교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 전시, 실업계고등학교 청소년들의 다큐멘터리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더불어 전시장소이기도 한 배다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배다리 특별전’은 과거의 단절된 조각이 아닌, 우리 곁에서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배다리 거리의 끊임없는 속삭임을 들어본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이 주최하고 퍼포먼스 반지하가 주관하며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 프로그램은 오는 10일까지 진행될 예정.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배다리 헌책방 골목 아벨전시장에 가면 옛 기억으로 현재를 만나는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