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무작위 배포로 신문시장 판도변화, 광고가 대부분 차지, ‘신문’으로서의 역할 부정적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인 오전 8시. 지하철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료로 배포되는 공짜신문을 읽는다.
지하철을 타고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세어보니 한 차량 안에서 31명이 신문을 보고 있는데 그중 무료신문을 읽는 사람이 28명, 스포츠신문를 읽는 사람은 2명, 중앙 일간지를 읽는 사람은 1명이었다. 다른 차량도 엇비슷하다.
부평역 앞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배포되는 무가지 신문은 총 5∼6가지. <메트로>를 비롯해 <포커스>, <에이엠 세븐>, <굿모닝 서울>, <데일리 줌> 등이다. 이들 공짜 신문은 매일 아침 고용된 사람들에 의해 직접 나눠주기도 하고 신문설치대에 비치해 놓아 사람들이 뽑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로 출근하는 김현석씨(29. 부평4동)는 이젠 습관적으로 무료 신문을 뽑아들고 지하철을 이용하게 된다며 “출근길 전철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더구나 공짜이기 때문”이라며 무가지 신문을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갈산동에 사는 조경애씨(25) 역시 “출근길에 책을 보기도 그렇고, 그냥 심심하지 않으려고 본다”며 시간에 쫓겨 급한 경우가 아니면 나눠주는 무료신문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공짜’이기 때문에 부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무료신문의 장점으로 ‘공짜’이고, ‘출근시간이 지루하지 않다’거나 ‘간편하게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 반면에 ‘유익하지 않다’, ‘자원낭비다’, ‘깊이 있는 기사가 없고 베껴 쓰는 기사가 많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지하철을 매일 이용해 출퇴근하는 권아무개씨(33. 부평동)는 몇 번 전철에서 읽어보기는 했지만 별 내용이 없어 지금은 중앙일간지를 사 보고있다고 말했다. 무료신문에 대해 그는 “아침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경쟁하듯 자리를 차지하고 나눠주는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지하철에 마구 버려져 종이가 아깝다고 전했다. 또한 정배일씨(62. 부평5동)도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어서 그런지 나 같은 연령대가 볼 만한 내용은 없고, 말이 신문이지 읽을만한 기사가 딱히 없어 생활정보지나 광고지라는 느낌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매일 아침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이젠 낯설지 않은 무료신문들. 지난 2002년 5월 처음 무료신문 <메트로>가 신문시장에 뛰어든 이후 무료신문은 불과 1∼2년 만에 급속하게 늘어났다. 초기에 신문 경영면이나, 정보 전달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무료신문 수가 늘어나고 특히 출근길 지하철에 대대적인 공습이 펼쳐지면서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무료신문 ‘지하철 공습’에 유료신문 타격 

 

‘공짜 신문이 과연 장사가 될 것인가?’ 하고 의아해 했으나 광고수입에 100% 의존하는 무료 신문의 등장은 유료 일간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료에다 매일 아침 전국 전철역에서 뿌려진다는 이유로 투자 광고비의 효율성이 있다고 판단, 광고의 신문 이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신문과 매체에 투자하던 광고비를 무료신문으로 옮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얼마 전 발생한 한 스포츠신문의 부도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난에 공짜신문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비단 광고수익 뿐만이 아니다. 전철역 안팎에 설치돼 있는 신문 가판대의 경우도 무료신문으로 인해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내고 스포츠신문과 중앙일간지를 사 보던 고객을 공짜로 나눠주는 신문에 빼앗긴 것이다.
부평역에서 신문을 판매하고 있는 가게 주인은 “공짜로 신문을 나눠주고 난 후에는 사람들이 돈주고 신문을 사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요즘은 신문을 가져와도 예전처럼 팔리지 않아 서울지역에는 문닫은 곳도 있다고 하더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광고가 전체 지면의 50% 이상 차지

 

무료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는 내용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무료신문 지면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만화’와 ‘광고’이다. 스포츠신문에서 볼 수 있었던 연재만화가 무료신문에서도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정업체나 상품을 광고하는 광고와 광고성 기사가 전체 지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나 사회성 기사는 단편적인 사실만 나열하는 데 그쳤으며 연합뉴스에서 가져와 기사를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모든 무료신문의 기사는 거의 동일하다.
회사원 권종석씨(37)는 “가끔 공짜신문을 보고 있지만 솔직히 이런 신문에서 어떤 정보나 소식을 얻는다는 것이 우습다”며 “재미나 시간 때우기로 읽는 것이지, 다른 신문처럼 깊이 있는 기사를 얻기 위해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겨울 ‘무료신문 실태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무료신문은 ‘무사설·비논평’을 모토로 내걸었기 때문에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고 편집하는 매체의 영향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무료신문이 일정하게 광고시장을 형성하는 데에는 기존 언론에 대해 독자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 한 바 있다.
이미 신문시장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무료신문에 대한 평가와 기존 유료신문에 대한 품질과 서비스 개선요구 등이 앞으로 신문시장에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 사회에 대한 시선과 사고를 ‘무엇’을 통해 진지하게 읽어낼 지는 독자들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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