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글쓰기] 김치로 배우는 우리 문화Ⅱ
[담벼락글쓰기] 김치로 배우는 우리 문화Ⅱ
  • 부평신문
  • 승인 2005.08.25 0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③

오늘은 도서관 배추김치 담그는 날

 


“오늘 우리가 담근 김치 가져가서 먹는 거죠? 형한테 자랑하고 왔어요. 좀 있으면 아주 맛있는 김치를 먹게 될 거라고요” / “그래? 어깨가 무거워지는데…” / “우리 엄마는 맛 없어도 좋으니까 많이만 가져오래요”
“배추김치 만들 재료를 사오자” / “소금, 찹쌀풀, 파, 생강, 마늘, 액젓, 무…” 김치재료를 읊던 아이들은 종이를 꺼내서 적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음식수업을 할 때, 맨 처음 하는 일이 시장보기다.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직접 보고 배우며 장보기를 통해 경제활동을 익히게 하고 싶어서다.(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으면 돌려보낸다.) 나는 아이들이, 직접 시장을 보며 땀방울의 소중함을 느끼고 온다고 굳게 믿는다.
잠시 후, 쿵쿵 소리가 들리더니 두 손 가득 재료를 든 아이들이 들어와 연신 재잘댄다.
“선생님, 저희가 김치 담근다고 하니까요, 아주머니가 조그만 무를 하나 더 주셨어요” “우리가 3포기 정도 담글 거라고 하니까요, 파는 한 단만 있으면 된대요” “제가 300원 깎았어요” “선생님, 까나리액젓밖에 없어서 그거 사 왔는데요, 멸치액젓이 더 맛있지 않나요?” “야채가게가 영수증이 떨어져서 나중에 적어 준대요. 김치 다 담그고 가져올게요”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두르고 비닐장갑에 고무장갑을 끼고 도서관 바닥에 큰 돗자리를 깔았다. 본격적인 김치 만들기 시작.

“저는 찹쌀풀 끓이고 싶어요. 끓이면서 먹어 봐도 되죠?” / “그래 괜찮아. 그런데 찹쌀풀이 맛이 있을까?” / “저희들은 무 채를 썰게요” “그럼 저희는 뭐하죠?” / “너희는 파를 씻고 다듬으면 되겠다” / “선생님 파는 어느 정도 크기로 잘라요?” “야, 너는 지난 시간에 책도 안 봤냐? 손가락 정도로 자르면 되잖아” “칼이 부족하니 가위로 잘라야겠다” “난 역할이 없잖아” “넌 생강 껍질 벗겨” “칼이 부족한데?” “그럼 숟가락으로 긁어”
아이들은 스스로 역할을 정한다. 누가 요즘 아이들이 일하기를 싫어한다고 했던가!
“야! 너 왜 이렇게 무를 두껍게 써냐?” “내가 어제 손을 베여서 그래” “줘봐. 내가 어떻게 써는지 보여주마”
평소에 칼을 잡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손가락 굵기 정도로 두꺼운 무채가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스스로 해냈다는 게 대견하기만 하다.
재료들이 다 준비되고 갖은 양념을 버무려 김치소를 만들었다. 깨끗하던 아이들의 옷이 온통 고춧가루 범벅이다. “느낌이 너무 이상하다” “찹쌀풀의 물렁한 느낌이 징그러워요” “그렇게 주무르면서 섞으면 재료가 다 망가지잖아” “알았어. 살살 할게“ “근데 느낌 정말 이상하다”
김치소를 다 만든 후 저마다 배추를 한 포기씩 앞에 놓고 배추 사이사이에 김치소를 넣었다. 솔직히, 김치소를 넣기보다는 먹는데 더 열중이다. 매워서 입을 하, 하, 하면서도 멈추질 않는다.
“애들아, 배추 사이사이에 김치소를 잘 넣어야 돼” / “안 그러면 김치가 맛없죠?” / “속을 다 넣었으면 어떻게 하는지 알지?” / “겉잎으로 꽁꽁 싸요”
김치를 다 만들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다 끝났다. 김치 한 포기씩을 넣은 아이들 가방이 한가득이다. “선생님, 이제 우리 집 김장할 때도 제가 해야겠어요. 제가 엄마보다 잘 담그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가 만든 김치라 그러는 게 아니라요, 정말 맛있어요”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다음에는 깍두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김치 만들기

(일신초5 김다현)

지난 주 수요일에 도서관에서 부개초 친구들이랑 김치를 만들었다. 그 때 걸스카우트 단복을 입어서 선생님께서 앞치마를 빌려 주셨다. 김치를 만드는 내내 고춧가루가 앞치마에 엄청 많이 튀어서 앞치마를 안 입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시장에 나가서 찹쌀가루와 배추, 파, 생강, 액젓을 사오고 찹쌀가루를 냄비에 물을 붓고 저으면서 파르르 끓였다. 찹쌀풀을 만들 동안 한쪽에서는 파를 씻고 자르고 무를 썰었다. 처음에 나보고 무를 채 썰어보라고 했는데, 너무 두껍게 썰어서 “탈락”이라고 하셨다. 무를 썰 때 황교진이 얇게 잘 썰었다. 다음은 찹쌀풀에 파와 무, 고춧가루를 넣고 막 비볐다. 효진이와 내가 비볐는데 그게 김치소다. 김치소가 처음에는 따뜻해서 찹쌀풀에 손을 넣고 “두껍아, 두껍아” 하며 놀았다. 조금 더럽긴 했지만 즐거웠다.
김치소 만들기가 끝날 때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파란색 비닐을 잘라서 깔고 배추 하나씩 받고 김칫소로 배추 사이사이에 넣어 만들었다. 내가 허리를 숙이고 있을 때 황교진이 김치소가 들어있는 대야를 잡고 있다가 쾅, 하고 놓아서 내 블라우스 사이로 김칫국물이 들어가고 팔에도 튀고 유진이 바지에도 튀고, 고태환은 바지가 젖었다. 고태환이 “아, 나 진짜 바지…” 하니 유진이가 “야! 너는 네가 잘못하다가 묻힌 거지만 난 황교진 때문에 피해 본 거잖아. 아, 짜증나” 하고 말했다.
옷에도 많이 묻고 말도 많이 했지만,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졌다. 내가 김치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엄마가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