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동 KT전화국 건너편 버스정류장 이전
도로 바닥에 ‘버스정차구역’ 표시는 그대로

▲ 기존에 정류장이 있던 도로 바닥에는 ‘버스 정차 구역’ 표시가 돼있다. 주민들은 옮긴 정류장과 이 표시를 번갈아보며 더욱 헷갈려한다.

산곡4동 KT전화국 건너편에 있던 버스정류장이 안내문도 없이 20m 앞으로 위치를 옮겨서 승객들의 불편이 끊이지 않는다. 옮겨진 정류장에는 마을버스 표지판도 없어졌다.

지난 12일,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KT전화국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황병학(산곡동)씨는 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을 목격했다. 그냥 지나친 버스는 20m 앞에 가서 섰다. 살펴보니 늘 타던 곳에 있던 버스표지판이 20m 앞으로 옮겨진 것. 하지만 도로 바닥에는 ‘버스정차구역’ 표시가 그대로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던 황씨는 버스를 놓치고 다시 기다렸다.

버스 운전기사들도 어디에서 정차해야할지 몰라 원래 있던 정류장과 옮긴 정류장 사이에서 엇갈리게 정차했다. 승객들은 버스를 따라 뛰어다니며 갈팡질팡했다. 황씨도 이리저리 뛰다가 결국 회사에 지각하고 시말서를 썼다.

▲ 11월 12일 출근시간, 기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버스를 따라 뛰고 있다.<사진제공ㆍ황병학씨>
황씨는 “버스정류장을 옮기면서 안내문 한 장 없이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부평구 시설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승객들 헷갈리지 않게 바닥 표시라도 지워달라고 했더니 예산이 없어서 내년에 글씨 제거와 안전막(펜스) 이동 설치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면서 “그럼 내년까지 승객들이 추운 날씨에 길바닥에서 시간 보내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그는 또한 “부평에 수십년 살고 있지만 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구청의 행정 처리를 볼 때마다 부평주민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화가 난 마음에 부평구 홈페이지에 민원을 올렸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답변이 없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정류장을 옮긴지 열흘 정도가 되었음에도 안내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 승객들은 원래 정류장이 있던 자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지나치자 황급히 따라 뛰는 승객들도 있었고 옮긴 정류장과 바닥 ‘버스정차구역’ 표시를 번갈아보는 승객도 있었다. 일부 마을버스는 어디서 설지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정류장 앞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전 안내문이 없어서 어디가 진짜 정류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표지판을 보면 정류장이 옮겨진 것은 알겠는데,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습관적으로 원래 정류장에 서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버스정책과 강중훈 공무원은 20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인근 아파트에서 기존 정류장 이용이 불편하다는 집단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검토 후 20m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면서 “행정절차상 시는 변경 승인만 할 뿐 이후 모든 사항에 관한 관리는 부평구에서 한다. 가드레일 끝부분 철거 등은 실행하도록 통보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류장 이전 안내문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안내문이 없어 불편해도 주민들은 도로에 그려진 ‘버스정차구역’ 표시를 보지 말고, 옮겨진 표지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셔야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예산이 부족하겠지만 12월 잔여분을 활용해서라도 주변 정리가 되도록 구청에 다시 한 번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 20일 오전, 승객들이 옮겨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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