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위험군에 속하는 함아무개(59개월) 어린이는 이틀간 콧물을 흘리고, 자다가 심한 기침으로 구토까지 했다. 아침에 미열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집 근처 이비인후과로 데려 갔더니 진찰 결과는 단순 감기. 의사는 해열제와 기관지 확장제 처방을 했을 뿐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진단하지 않았다.

#2. 초등학교 1학년인 남아무개(7) 어린이는 이틀 동안 마른기침을 하고 코피가 두 번 났다. 며칠 뒤인 지난 1일, 갑자기 열이 나서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체온은 미열수준인 37.5도였다. 의사는 진찰 결과 아이 상태는 건강하다고 했지만, 남아무개 어린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신종플루 관련해서 휴교를 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처방을 내리고, 확진검사를 받길 권했다.

사례 #1과 #2에서 두 어린이는 기침과 미열로 증세는 비슷했지만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신종플루 의심환자’와 ‘단순 감기 환자’로 분류됐다. 두 어린이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것과 일반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 외에도 일주일간 생활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함아무개 어린이는 일반 감기약 복용 후 정상적인 생활을 했지만,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판단된 남아무개 어린이는 확진검사 결과가 나오는 7일 동안 형(3학년)과 함께 등교를 중단했다. 남아무개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도록 지도했다. 1, 2층에서 함께 거주하는 할머니와 삼촌들은 물론 인근 친지들과도 접촉을 금지했고, 특히 회사에 출근해야하는 아빠를 격리시켰다. 가족들의 모든 외출 또한 금지됐다.

남아무개 어린이는 정부의 지침대로 타미플루를 5일간 복용하고 첫날 열이 났던 것 외에는 아무 증상이 없어 약사와 상의 후 일반 감기약은 복용하지 않았다. 아이 둘과 가족들은 집에서 신종플루 스트레스를 받으며 확진검사 결과만 기다렸다. 7일 후 통보된 확진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남아무개 엄마는 “막상 ‘음성’ 판정을 받으니 다행스러우면서도 다시 또 걱정”이라고 말했다. 7일 동안 온 가족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듯 격리생활을 한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지고 앞으로 또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조성된 것. 남아무개 엄마는 의사의 판단만으로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결정되는 시스템은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타미플루의 남용도 불러온다는 생각을 했다.

남아무개 엄마는 “의사들도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일단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결정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면서 “이러다가는 감기 증세가 있는 사람은 모두 타미플루를 복용하게 돼 내성 속도가 더 빨라지고, 릴렌자(=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사림이 신종플루 바이러스 감염 시 복용하는 약)마저도 부족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일 신종플루 전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후 모든 병원에서 의사의 판단만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10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내달 중순까지 타미플루 정부 비축 재고량이 성인 84만명 분으로 납품예정일인 12월말까지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11월 8일 현재 총 496만명 분의 정부 비축 항바이러스제 중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서 141만명 분이 투약됐으며, 나머지 355만명 분이 현재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가 물량은 12월 중순까지 총17회에 걸쳐 타미플루 549만명 분과 릴렌자 247만명 분이 비축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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