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광역시·도를 없애고 230여개 시·군·구를 몇 개씩 묶어 70여개로 광역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계 개편 안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인천에서도 북부지역에 해당하는 계양구와 서구, 강화군 그리고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 단체장 사이에 통합논의가 있다. 이들은 4개 자치단체를 통합해 인구 100만 규모의 광역단체 시대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은 이러한 통합논의를 부채질했다고 볼 수 있다. 행안부는 시·군·구의 지방자치권 강화와 지역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초단체가 자율 통합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지방행정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방자치권 강화와 지역경쟁력 향상을 마다할 기초자치단체와 주민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 모습은 지역사회에 혼란을 부추기는 형국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구체적으로는 광역시·도를 없앨 경우 기초자치단체가 다소 광역화된다 하더라도 세계무대에서 경쟁의 전면에 나서거나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자율성을 지킬 수 없으며, 따라서 지역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체제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때문에 지방분권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재의 광역자치단체를 통폐합해 보다 큰 규모로 광역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지방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현행 체계에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중요하게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더 커져가고 있는 반면, 지방분권에 관한 법과 제도의 뒷받침은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취약한 실정이다.

중앙정부가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며 국가사무를 지자체에 많이 이양했지만, 오히려 지자체의 재정 운용 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가 세금만 거둬 갔지 지원은 미미하다는 기초자치단체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통합 논의가 활발한 기초자치단체들 사이엔 통합하면 예산이 늘고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지자체의 경쟁력 강화는 단순히 통합만 한다고 생기지는 않는다. 예산을 놓고 볼 때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 문제를 수정하지 않고선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지방행정체계 개편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현재 270만 인구의 인천시 규모로도 독자적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따라서 현재의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이 어떻게 지자체의 분권과 자율을 훼손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한다. 그 대책을 모색하고 강구하는 방향에서 지방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돼야한다. 지방분권의 강화를 위해서 지방행정체계 개편을 포함해 올바른 제도적 틀을 모색하고 마련하는 데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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