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SM 사업조정제도와 중기청의 본분
[기고] SSM 사업조정제도와 중기청의 본분
  • 부평신문
  • 승인 2009.09.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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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철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25일 ‘SSM(super supermark·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조정제도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사업조정제도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대기업의 사업진출로 당해업종의 상당수 중소기업이 수요의 감소 등으로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사업인수와 개시, 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사업조정법’에 의거해 1961년 도입됐지만, 최근 대기업의 SSM이 동네 골목까지 진출하면서 중소상인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골리앗과 다윗에 비교되는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 중소기업에 미치는 심각한 경영상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서로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상생방안을 찾도록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중기청 또한 시행지침에서 ‘사업조정은 법률에 의한 강제적인 방법보다 지역실정에 따른 이해관계자간의 자율조정을 통한 해결이 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자율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중재자의 공정성과 대화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시행지침에서 중기청은 사전조정협의회 위원 구성에서 당사자인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제외토록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5일 중기청이 내놓은 시·도시지사의 사전조정협의회 위원 구성에 대한 안내책자와는 다르게 말이다.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만들어진 자율조정안을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율협상은 결렬되고 만다. 자율조정은 강자인 대기업의 우선적인 양보의사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대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사전조정협의회의 가장 커다란 임무임을 중기청은 명심해야한다.

또한 관련 법률에 대한 중기청의 자의적인 유권해석도 문제다. 중기청은 ‘이미 입점한 사업장은 사업조정신청에서 제외된다’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대기업들이 편법으로 SSM을 오픈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중소상인들이 사전에 SSM 진출 정보를 확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입점했더라도 사업조정 신청에 포함돼야하며, 조정협의를 통해 적어도 사업장 축소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한다.

아울러 중기청은 ‘대기업이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개시하더라도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사업의 개시 연기는 권고할 수 없다’고 해, 대기업이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일단 오픈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데 길을 터줬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홈플러스익스플레스와 중랑구 묵2동의 롯데수퍼 등의 사례는 중기청의 ‘일시 사업정지 권고’를 무시한 불법영업인데도 불구, 서울시장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이러한 제도 무력화 시도에 대해 중기청은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한다. 지자체가 사전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자율조정을 이끌어도 조정이 결렬되면 결국 사업조정심의회에서 최종 조정결정을 내려야하는데, 그 역할은 중기청에 있다.

근로기준법이 사회·경제적으로 강자인 사용자에 대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듯이 사업조정제도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 운용의 성패는 바로 이러한 법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데에 있다.

중소기업을 위하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중기청이 그 본분을 망각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