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05.08.18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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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고에 이은 잇따른 제재조치, 문화예술계 위축 우려

최근 MBC 음악프로에 출연한 한 인디밴드가 생방송 도중 성기를 노출하는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신문들은 “시청률에 눈이 멀어 공영방송이 음란과 패륜으로 치닫고 있다”는 등 여론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도 이에 질세라 여야 막론하고 방송 규제와 인디밴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문사들의 여론공세가 우발적 사태를 공영방송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 방송매체의 자율성과 자유로움이 생명인 인디밴드의 창의성을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1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이 시청률을 높이는 방편으로 문제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주장하듯 공영방송이 음란과 저질의 ‘선두’에 섰다는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근 전 중앙일보 사장 홍석현씨 파문으로 위기에 몰린 신문들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지나친 확대해석과 비난을 일삼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러한 여론몰이 속에 인디밴드의 주 활동무대인 서울 홍대 앞 등 클럽의 공연문화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는 것. 클럽밴드의 공연을 즐겨본다는 이아무개(31)씨는 “사건 이후 잇따라 공연이 취소되고 있고 그나마 무대에 오르는 밴드들도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졌다”며 “대다수의 건강하고 열정적인 밴드들이 우발적 사고 한 건으로 인해 설자리를 잃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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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남


서 일 선
부평문화사랑방 기획팀장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던 ‘인디’라는 단어가 7월 30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갑작스러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5년 7월 30일, MBC의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인 ‘음악캠프’에서는 펑크밴드 ‘카우치’ 멤버 2명의 알몸이 대한민국 전역에 4초간 송출됐다. “생방송인 줄 몰랐다” “사전 모의는 없었다”라는 이들의 주장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알몸을 노출한 멤버 2명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제 대한민국 국민 중 ‘인디’를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게 됐지만, 인디는 퇴폐적이고 불량스럽고 위험한 패거리로 인식되게 됐다.
‘인디’는 정확히 ‘Independent Label’의 약어로, 독립적인 음반사라는 뜻이다. 기존 음반 유통구조를 따르지 않는 독립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들을 ‘인디밴드’라 칭한다.
인디가 주류음악으로 통하는 통로는 아니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우림’ ‘체리필터’ ‘크라잉넛’ 등의 밴드도 인디 레이블 출신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밴드들이 ‘펑크’ ‘모던락’ ‘로큰롤’ ‘힙합’ ‘일렉트로니카’ ‘하드락’ ‘하드코어’ ‘재즈’ 등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지하 연습실에서, 공연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디음악’과 ‘홍대 클럽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실 확인에 앞서 일종의 ‘선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카우치’의 행동 하나로 마치 모든 인디밴드들이 불량스럽고 위험한 것처럼 단정짓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발빠르게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며 각 구청별로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이와 발맞추어 경찰에서는 인디음악의 메카라 불리는 ‘홍대’ 일대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중파를 통한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인디’의 만남은 결국 우스운 해프닝으로 기억되게 됐다.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인디’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 가는 것을 볼 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수많은 음악인들이다. ‘음악캠프’에서 ‘카우치’ 멤버의 알몸노출은 그야말로 해프닝이다.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만든 가해자들은 그들을 믿고 생방송을 진행했던 방송사, 평온한 시간을 즐기던 시청자들,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송시스템의 정비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명확한 처벌은 필요하겠지만, 선의의 목적으로 방송을 기획했던 프로그램의 폐지나 우연히 발생된 사건을 홍대 문화, 인디밴드 전체의 분위기로 매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분명히 심각한 손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