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으로 15년 넘게 ‘참전용사’ 위안

노인들에게 음식을 권하며 정담을 나누는 전희성씨(왼쪽 줄 앞에서 두 번째).

동네 한국전쟁 참전자들에게 15년 넘게 해장국을 대접하며 위로해 온 이웃이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손수 만든 뼈 해장국을 대접해온 이는 바로 전희성(59)씨.

그의 미담은 오래전부터 지인들에게서 익히 들었다. 그가 나서기를 극히 사양한다는 지인들의 조언처럼 무척이나 어색한 표정이라 말을 붙이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때마침 전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한 날, ‘6․25 참전동지회’ 20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전씨는 매월 20일 오후 5시, 이들에게 돼지 뼈와 사골을 섞어 14시간 이상 우려낸 해장국을 대접해왔다.

매달 식사 대접을 받아온 장범식 노인은 “다른 곳에 가면 이렇게 진한 맛이 없다. 사심 없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런 대접을 받아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며, “이집 사장에게 우리가 해준 게 뭐가 있겠느냐. 정성과 함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런 해장국은 이집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다. 매달 한 번 보약을 먹는 듯 귀하게 먹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자 전씨는 “여유가 있어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 사실은 부친이 살아생전 독립운동도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으신 게 걸려 시작했다”고 조금 겸연쩍은 표정으로 배경을 들려줬다.

이렇게 베풀며 살아온 전씨는 27년 전 화상을 입었다. 지금도 얼굴모습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화상을 입어 죽음의 고비는 넘겼지만 엄청난 치료비 충당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컸다. 열심히 살아온 결과 빚은 갚았다. 힘든 시기에 영세민 혜택을 받아 지금의 내가 있기에 그 고마움을 주변사람들에게 환원하는 마음으로 베풀고 실천하고 있다” 그가 인정을 베푸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밖에도 전씨는 최근 3곳의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저소득층 청소년, 다문화 가정의 부모와 자녀 등 모두 170명이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다녀오는 데 공을 들였다. 동행할 후원자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의 가게일은 뒤로 하고 발로 뛰었다.

전씨의 말없는 실천을 지켜봐온 부개2동 문진 동장은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을 제안하면 미룬다거나 ‘다음에’라는 법이 없다. 봉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정립된 분이다.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회의나 모임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에 주저 없이 앞장서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 일이기에 저절로 그분을 신뢰하고 존중하게 된다. 베풀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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