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장비는 ‘먹통’, 노동자는 ‘분통’

인천시가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인 택시의 수익성을 보장하고 고객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도입키로 한 브랜드택시 ‘인천콜’이 출범을 앞두고 삐걱대고 있다.

시는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택시를 육성해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택시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랜드택시 ‘인천콜’을 도입키로 했다. 8월 28일 발대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시가 도입하는 콜택시는 일반 콜택시와 달리 이른바 ‘콜 비용(=승객이 택시를 부를 때 부담하는 비용으로, 일반적으로 1000원 내외)’이 무료인 점이 눈에 띈다. 인천보다 브랜드택시를 먼저 선보인 부산(등대콜)의 경우 유류비는 10%정도 줄고 수익성은 20% 늘어, 택시업계는 이를 상당히 반기고 있다.

시가 계획 중인 인천콜은 ▲언제 어디서나 5분 이내 배차 ▲여성과 노약자 고객을 위한 안심서비스 제공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한 배차위치 확인서비스 제공 ▲모든 차량 신용카드 결제 가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천콜에 참여하는 택시는 2500대로 대표번호는 1577-5588번이다. 시는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200대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운영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시범운행서 콜 장비기기 문제점 발생

본격운행을 앞두고 KT전화국을 이용한 콜센터 구축 등의 기본 장비는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실시간교통정보 구축을 위한 GPS기기와 내비게이션, 요금단말기 등의 기기에서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때문에 시범운행하고 있는 택시회사와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콜택시를 시범 운행하는 과정에서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지도 검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가 하면, 인천콜을 운행하는 한 택시회사에서는 내비게이션과 함께 장착한 GPS 기기가 여름철 뜨거운 햇볕에 녹아내려 3대를 교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시가 첨단실시간교통정보시스템 구축 사업과 브랜드택시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면서 교통정보시스템을 점검할 시간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도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교통정보시스템의 경우 인천이 처음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라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기기장치와 교통정보시스템의 경우 장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수정하면 되는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발대식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는 시와 택시업계,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이다.

민주택시노조, “사용자 측, 3자 합의 어겨”

민주노총 인천택시노조는 시와 사용자(택시회사 경영주), 노동조합 3자가 합의한 내용을 파기하며 사용자 측이 부담키로 한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음에도 불구, 시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며 28일 있을 발대식에 전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울러 3자가 합의한 대로 인천콜이 운행되지 않을 경우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인천콜을 이용한 승객은 더 불안해질 위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택시사용자가 인천콜 도입을 계기로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와 택시사용자 측, 인천민주택시노조는 지난달 15일 브랜드택시 도입을 앞두고 택시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2500대의 인천콜택시 도입 ▲60개 회사(5385대)에 균등하게 47%씩 인천콜 도입 ▲인천콜 운행에 따른 통신비용(5만 3000원) 중 3만 8000원을 시가 부담하고, 1만 5000원을 사용자가 부담 ▲인천콜택시 운행기사 노사합의 추천 등을 골자로 한 합의내용을 도출했다.

하지만 시범운행단계에서 이 같은 합의내용 중 핵심사항이 벌써부터 파행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콜택시를 운행할 기사를 노사가 공동으로 추천하는 사람에 한해 선임키로 했으나, 노조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사용자 측이 부담키로 한 통신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인천민주택시노조 박춘영 사무국장은 “회사가 부담키로 한 통신비용을 노동자에게 사납금 형태로 월 2만원을 부담케 하고 있다. 인천콜을 운행하려는 기사들에게 이에 동의하는 각서를 받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을 배제하고 있으며 회사 말을 잘 듣는 직원들에게 인천콜을 운행케 하고 있다. 노사가 공히 인정하는 직원을 추천하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조합을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3자가 택시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합의한 내용이 인천의 택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최적의 방안”이라며 “그런데 사용자 측이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 양상대로 진행될 경우 서비스 질의 하락과 승객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택시회사마다 이른바 ‘스페어’기사와 ‘촉탁직’기사가 있다. 이들의 근로계약조건은 매우 열악해 자신이 직접 유류비를 채우고 택시를 운행해 약속한 사납금을 낸 뒤 수익을 가져간다. 스페어기사는 보통 정규직으로 발령하기 전 3~6개월 정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으며, 촉탁직기사는 근로계약기간 없이 하루 근무할 때도 일주일 근무할 때도 있다.

이와 관련, 박춘영 사무국장은 “인천콜이라는 브랜드택시의 서비스 질은 장비나 브랜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 즉 기사에게 달렸다. 그런데 촉탁직이나 무기직의 경우 일자리가 불안정한 계층이다. 고용이 불안하니 서비스 질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며 “하루 일하고 그만두고 일주일 일하고 그만두는 게 비일비재한 현실 속에 이들을 인천콜로 채울 경우 서비스 질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