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는 ‘업무마비’인데 인천시는 ‘쉬쉬’
인천학생 22만명 축전 관람 예정 ‘불안’

정부는 지난 21일 신종 인플루엔자(H1N1)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부산과 인천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데다, 여름휴가와 종교 행사 등으로 환자 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학교를 중심으로 집단발병 사례가 증가하는 등 올 가을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봉쇄와 차단 중심에서 조기치료 중심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와 별도로 광역시ㆍ도와 시ㆍ군ㆍ구별로 인플루엔자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위기단계 ‘격상’ 발표 이후 인천지역 보건소는 문의전화 폭주 등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지만, 인천시는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현황과 대처법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한마디로 ‘쉬쉬’하고 있다.
인천시가 시민 건강보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인천세계도시축전(8.7.~10.25.)을 걱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 신종 플루 환자 50명 중 학생 13명

부산에서는 21일 한 초등학교에서 11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 학교에서 초기에 증상을 보인 학생들은 외국을 다녀오거나 환자와 접촉을 하지 않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사정은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2세 남자아이 1명이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로 추가 확진돼 부산과 더불어 지역사회 감염사례로 등장했다. 이 아이는 지난 11일 발열 증세를 보였으며, 표본감시기관인 인근 병원이 정밀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신종 인플루엔자 양성반응을 보였다. 방역당국은 이 남아가 외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주위에 환자도 없어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했다.

인천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는 모두 50명이며, 이 중 학생은 13명에 달한다. 부평구는 11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1만 7982명 중 의심이 가는 199명을 추적조사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감시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시는 ‘쉬쉬하고’ 보건소는 ‘업무마비’

인천시 보건정책과는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관련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우선 보건소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병원에서도 진단 후 감염이 의심되면 보건소에 이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보건소는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정부의 신종 인플루엔자 위기단계 ‘격상’ 발표 후 국민들의 불안은 커졌지만, 인천시는 오히려 쉬쉬하는 태도다. 보건당국이 국가전염병 위기단계를 격상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으면 대책마련은 물론이거니와 환자 발생 시 이를 즉각 알려 시민들이 스스로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 사회불안 가중과 대규모 행사 차질 등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

10여명의 추정 또는 확진 환자가 발생한 부평구의 경우, 정부의 신종 인플루엔자 위기단계 격상 발표 후 부평구 보건소는 업무가 마비됐다. 모두 3명이 일하는 담당부서는 밀려오는 전화를 받기에도 급급하다. 보건소를 방문하는 시민들로 전화 받기조차 빠듯하다.

<부평신문>이 부평구의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보건소에 환자 상황을 물었지만, 부평구보건소 관계자는 끝까지 답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환자 수를 공개할 경우 되레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킬 위험성이 있다. 또한 다가올 인천세계도시축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돼 공개할 수 없다”며 “모든 상황은 시에서 총괄하고 있으니 그리로 문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조금만 의심가도 전화하고, 감기만 걸려도 보건소를 방문한다. 시민들을 나무랄 순 없다. 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 인력이 확충 되면 좋겠다”며 “가급적 외출 후 깨끗이 씻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게 좋다. 굳이 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고, 의심될 경우 지체하지 말고 보건소를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참의료실천단 장정화 단장은 “인천시가 쉬쉬하는 게 말이 되냐? 어떻게 시민들의 건강권을 담보로 행사를 운운할 수 있냐?”며 “보건당국이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 스스로 자신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미 외국 방문이나 타인 접촉이 아닌 지역사회 발생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반드시 공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도시축전, 신종플루 대책 있나?

신종 인플루엔자의 지역사회 발생이 가시화되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는 만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인천세계도시축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은 외국을 다녀오거나 환자와 접촉하지도 않아도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비상이 걸렸다. 때문에 인천시는 초긴장 속에 감염 추의를 예의 주시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인천시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보건소와 치료거점병원 등에 국가 비축 항바이러스제를 공급하는 등 국가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병상수를 늘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도시축전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시는 위기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만큼 신종 인플루엔자 2차 원천봉쇄 대책으로 ▲거점병원 병상 수 조정ㆍ확대 ▲도시축전 행사장 인근 대단위 임시대기소 운영 ▲국방부 전문 인력 투입 ▲인천의료원 인천시민 우선제 시행 등의 대책을 세웠다. 이는 예방과 격리 중심의 1차 대응 조치에서 치료중심으로 바뀐 2차 대응 방침이다.

시는 구체적으로 도시축전 주행사장 입구와 내․외국인 숙소 3곳에 자동발열 감지카메라를 설치하고, 숙박업소 150여 곳에 귀 체온계 등을 비치해 감염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토록 할 계획이다. 도시축전 행사장 인근에는 신종 인플루엔자 임시대기소를 운영해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확진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의심환자들이 대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병상수를 늘려 인천의료원은 기존 25개 병상에서 76개 병상으로 확대했으며, 계양구 한림병원(61개 병상)과 부평구 세림병원 등 시내 10개 주요 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28개소에 총 361개 병상을 마련했다.

하지만 보건단체와 시민단체는 시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일면 수긍하면서도 순서가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사태가 심각하면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뒤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행사 개최에 급급한 나머지 앞선 두 가지가 실종됐다. 시민들도 알아야 자신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방어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화 참의료실천단 단장은 “정부차원의 대응이 중요하지만 인천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만큼 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때문에 시도 분주한 것 같다. 하지만 보건소 업무가 마비될 정도인데 시의 대책은 발생할 것을 알고 준비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보다 보건소 인원확충이 중요하다. 나아가 보건당국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출입을 자제하는 만큼 도시축전 관람인원의 분산배치와 지금이라도 행사 축소를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인천학생 절반 도시축전 관람예정 ‘불안’

인천에서 발생한 13명(7월 23일 기준ㆍ완치퇴원 7명, 격리치료 6명)의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의 주된 감염경로는 외국방문과 외국을 다녀온 친척과의 접촉에서 발생했다. 나라별로는 필리핀이 가장 많았고, 호주와 싱가폴, 괌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천의 초ㆍ중ㆍ고 학생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21만 8000여명이 이번 도시축전을 관람할 것으로 예상돼 인천시는 물론 교육당국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해 학부모들은 더욱 불안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이은옥(42)씨는 “인천에는 감염자가 없는 줄 알았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내 손발 깨끗이 씻고, 가급적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며 “이렇게 되면 어디 불안해서 (도시축전을) 보내겠냐? 안 그래도 강매에 불만이 많았는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교육위원회 노현경 부의장은 “도시축전 관람이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 강매 논란까지 야기하며 이 지경에 이르렀다. 몇 천명도 아니고 무려 22만명에 육박한다”며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에 의해 전염될 가능성도 있고, 최근에는 지역사회 감염도 높아지고 있는데 학생들이 거의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있다. 교육청에 대책을 물었더니 시와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한다. 행사가 코앞인데 이제 마련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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