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산동도 옥련동처럼 막아낼 것”…민주ㆍ민노당, 시민단체 합세

 
▲ 심혜진 시민기자

“가게에 있으면 죽고 밖으로 나와야 산다”


인천 연수구 자영업자들이 처음으로 SSM(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을 막아냈다.

연수구 옥련동 SSM 입점과 관련해 중소기업청이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급해진 삼성테스코 측(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본사)은 지난 21일 자발적으로 입점 ‘일시정지’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아직 입점이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자영업자라고 하는 다윗이 대형유통재벌 골리앗을 상대로 거둔 매우 값진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대형마트는 유통업계의 포식공룡으로 성장했다. 이에 반해 전통재래시장과 상점가 등의 자영업자는 급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에 인천에서는 지난 2007년 가을 상인들이 대책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흩어져있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진영도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를 구성하면서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인천상인대책협의회 인태연 사무국장은 “매우 값진 승리다. 상인들이 ‘대형유통재벌’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2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인천의 상인들은 본질을 꿰뚫기 시작했다. 더 이상 (보수)정치권에 속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보수)정치권의 들러리로 서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저들(대형유통재벌)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인천의 상인들이 차츰 그것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인천 상인들의 움직임은 더욱 긴박해지고 있다. 옥련동 소식이 전해질 무렵 부평구 갈산동 일대 자영업자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저지 갈산동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서 곧바로 23일 오후 27일로 입점이 예정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예정지 앞에서 입점저지를 위한 투쟁 선포식과 기자회견을 연 뒤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돌입에 앞선 21일, 이들은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통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인천에서는 옥련동에 이은 두 번째 사업조정 신청이다. 신청을 받은 중소기업중앙회는 23일 오후 중소기업청에 정식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갈산동비상대책위 한부영(55ㆍ보람마트 운영) 대표는 “50평생에 정부와 재벌을 상대로 이렇게 싸워보는 건 처음이다. 뉴스로 옥련동 소식을 접하면서 상인들이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비상대책위를 꾸리면서 투쟁기금도 마련했다. 각오는 돼있다. 여기서 죽나 문을 닫게 돼 죽나 마찬가지다. 다른 상인들도 입점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지금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죽는다. 문을 닫고서라도 이렇게 밖으로 나와 저들(정치권과 재벌)과 맞서야 살 수 있다”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인접한 갈산주공1단지 내에서 16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응훈(54)씨는 “97년 무렵 이마트 갈산점이 들어서면서 갈산시장은 문 닫는 가게들이 넘쳐났고, 우리 슈퍼도 매출이 50%로 뚝 떨어졌다. 많은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이제는 대형마트보다 규모만 작게 한 마트가 들어와 우리의 목을 죄려한다.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숨을 토했다.


민주당ㆍ민노당ㆍ시민단체ㆍ상인회, “부평에서 일 낸다”

▲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7월 27일 입점을 예고하고 있는 부평구 갈산동의 상인들도 입점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3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 지역 상인들과 인천상인대책협의회,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민주당, 민주노동당,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관계자들이 SSM 입점을 규탄하고 있다.
갈산동비상대책위가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기로 한 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는 농성에 동참하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용규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600만 자영업자는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가장 심각한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은 없다. 기어이 유통재벌이 골목경제까지 치고 들어오게 만든다”며 “SSM 하나 들어서면 반경 1~2㎞내 가게는 다 문 닫게 된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확대하고 있다.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는 반드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데 민주노동당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쟁선포식에는 모처럼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부평구의회 류수용 부의장과 신은호․최화자 의원이 농성장을 찾아 이들의 농성을 지지했으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부평지부는 매일 1~2명씩 지원해 상인과 함께 농성장을 지키기로 했다.

최화자 의원은 “몇 년 전 이마트가 들어와 고난을 겪었다. 그렇게 몇 년 흘러 몸 추스르고 살아보려 하니까 이번엔 SSM이 밀고 들어온다. 제게 찾아와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며 “상황이 이 처럼 매우 심각하다. 부평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문제다. 말로만 소상공인 정책 떠드는데 작은 힘일지라도 우리의 힘을 모아 입점을 꼭 막아내자”고 말했다.

갈산동비상대책위의 농성은 옥련동과 달리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게다가 인천상인대책협의회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의 모태가 된 부평종합시장과 문화의거리상인회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공동대표인 김화동 부평시장상인회장은 “3년 전 대형마트와 첫 싸움을 시작했다. 그 뒤 문학경기장 대형마트 입점을 철회시켰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서민의 살길, 상인들이 들고 일어나면 된다”고 말했다.

인천에는 현재 9000여개의 동네 슈퍼마켓이 영업 중에 있으나 곳곳에서 SSM의 입점이 예정돼 있어 자영업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신현성 이사장은 “옥련동과 이곳 말고도 계산동ㆍ검단동ㆍ동춘동ㆍ병방동 등 곳곳에 (SSM이) 들어선다”며 “구멍가게도 망하고 유통재벌에게 축적된 부는 역외로 유출돼 인천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옥련동에서 입점 ‘일시정지’를 이끌어낸 뒤 곧바로 갈산동으로 달려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옥련동은) 아무도 우리가 이길 줄 생각 못했다. 하지만 입점을 일단 막아냈다”며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해서 얻은 값진 결과다. 갈산동도 늦지 않았다. 기필코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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