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일단 ‘일시정지 권고' 보류…SSM 입점저지 확산

다급했던 삼성테스코…중기청장의 ‘일시정지’ 언급은 사실

삼성테스코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동 입점계획을 20일 스스로 ‘일시 정지’키로 하면서 중소기업청에 ‘일시 정지 권고’ 보류를 요청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삼성테스코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당초 일시정지를 권고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옥련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저지 농성 8일째인 20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회의원을 비롯한 옥련동대책위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참여연대, 경실련, 한국진보연대 회원 등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본사가 있는 강남구 역삼동 삼성테스코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점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갖기 전 옥련동 SSM(기업형슈퍼마켓) 입점과 관련해 삼성테스코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절당했으며, 본관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은 수십명의 경호원들이 철통 같이 지키고 있었다. 이에 곧장 사업조정제도와 관련해 발동 권한을 지닌 중소기업청으로 향했다.

대전 정부종합청사 내 중소기업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들은 중소기업청 관계자를 만나 ‘일시정지 권고’를 요청했다. 한편 이들이 대전으로 향하던 중 중소기업청장은 이미 수원에서 전국시장상인연합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 옥련동과 관련해 ‘일시정지’를 권고할 것을 분명히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공식입장이 아니었다”며, “20일은 삼성테스코 측이 우리가 발송한 공문에 답변을 보내는 마감 날이었다. 사실 답변이 없을 경우 ‘일시정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삼성테스코 측이 스스로 입점계획을 보류할 테니 일시정지 권고를 보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테스코 내부는 상당히 긴장돼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중기청장의 일시정지 권고 발언이 나간 뒤 삼성테스코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는 삼성테스코 이승한 대표이사가 직접 중소기업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시정지 보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청이 ‘일시정지’를 권고할 경우, 법적 이행 효력은 없지만 정부당국의 결정인 만큼 삼성테스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즉, 일단 급한 불은 꺼놓고 보자는 판단에 삼성데스코가 스스로 일시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옥련동 SSM 현장, ‘농성과 공사’는 지속

이보다 앞서 옥련동대책위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는 중소기업청 관계자를 만나 거듭 ‘일시정지 권고’를 요청했다. 사업조정제도와 관련해 재생타이어 등의 업종에서 중소기업청으로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온 경우는 있었으나 유통업에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면담 자리에서,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일시정지 권고는 아직까지 발동한 사례가 없다. 쌍방이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케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시정지 권고는 그 다음이고, 심의조정회의 결정을 통한 사업조정(3년 이내 사업정지와 매장ㆍ품목 축소 등)은 그 다음”이라며 자율 조정을 거듭 강조한 뒤, “현재로서는 일시정지 권고는 어렵다. 현명한 판단(일시정지와 삼성테스코 측의 답변을 포함한 판단)을 위해 3일의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상인대책협의회 인태연 사무국장은 “삼성테스코는 자율조정 의지가 없음을 오늘 오전 스스로 시인했다. 우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본사를 찾아가 거듭 면담을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 뒤 경호원들로 본관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며 “이 모습이 삼성테스코의 본질이다. 일시정지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대형마트규제 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쌍방 간 자율조정이 우선이라면 삼성테스코가 입장을 바꿔야한다. 지금 옥련동은 상인과 업체 측 모두 신경이 매우 날카롭게 서있고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러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삼성테스코가 변화된 입장을 표명하면 우리도 농성을 풀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공식문서로 답변을 보내면 받아드리겠다. 그때까지 중소기업청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다급하게 삼성테스코 측을 접촉해 중재에 나섰다. 오후 6시 무렵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삼성테스코 측에서 보내온 공식문서를 보여주며 “자율조정을 위해 삼성테스코 측도 나서기로 했으며 그 때까지 입점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시정지나 사업조정 등은 자율조정이 있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옥련동의 8일 농성은 마무리되나 싶었으나 21일 현재 옥련동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테스코 역시 물건 반입을 자제하고 있으나 에어컨 등 외부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옥련동과 인접한 동춘동에 새 입점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옥련동에서는 입점에 따른 고객 확보를 위해 멤버십카드 회원모집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삼성테스코가 저러고 있으니 우리도 농성을 풀 수가 없지 않냐?”며 “지금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결국 사태 해결방법은 일시정지와 사업조정 발동에 달렸다”고 말했다.

부평ㆍ청주ㆍ마산ㆍ창원ㆍ안양도 ‘사업조정’ 신청 줄이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해결책…내년 지방선거 변수될 듯

인천 옥련동의 일이 있은 후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SSM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인천 부평구 갈산동 상인들은 20일 대책위를 꾸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갈산점 입점 저지를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이들은 옥련동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20일 오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통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을 위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마산과 창원, 청주와 안양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옥련동 상황을 지켜본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옥련동 입점계획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1차적으로 입점을 막아낸 것만은 사실이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도처에서 전화가 들어온다”며 “마산과 창원에서 이미 상인들이 사업조정 신청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청주에서도 곧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양에서는 안양시가 직접 나서 지역 자영업자 보호에 나섰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안양시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인천 옥련동 상황을 물어 왔다”며 “그래서 중소상인 보호와 관련된 현행법(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20일 진행한 삼성테스코 본관 앞 기자회견에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는 “봉건시대에도 양반들은 구운 생선을 뒤집지 말라고 했다. 구운 생선을 뒤집어 다 먹게 되면 아랫사람들이 먹을 게 없기 때문에 그랬다. 구운 생선을 뒤집으면 어떻게 되나? 도처에서 민란과 폭동이 발생한다”며 “지금 재벌들이 하는 짓이 민초들이 먹을 생선까지 뒤집어 먹겠다는 것이다. 동네 구멍가게까지 샅샅이 뒤져 먹겠다고 나선다. 재벌들이 이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업조정과 관련해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이르면 22일 고시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개정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하던 역할을 광역시ㆍ도가 하게했다. 즉, 피해가 예상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이 중기청에 사업신청 조정을 하기 위해 앞으로는 광역시ㆍ도를 거쳐야 하는 것.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만일 시ㆍ도지사가 지역경제의 밀알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보호에 관심이 있으면 해결 기간이 빨라질 것이고, 의지가 없으면 오히려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가 남아 있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다. 사업조정제도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와 같은 것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한 대형마트와 SSM 규제는 치료를 의미한다. 18대 국회가 반드시 이를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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