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 취업센터, ‘친절한 택배’ 운영

▲ 산곡3동 현대아파트 1주구 ‘친절한 택배’ 종사자들과 문미자(여) 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 취업센터장.
퍼붓던 장맛비가 잠깐 그치고 쨍한 여름해가 하루 반짝한 7월 16일 오전, 산곡3동 현대아파트 1주구 관리사무소 계단 앞에 노인 다섯 명이 힘을 쓰고 있다. 올해 칠순을 맞이한 박태영(71)씨부터 팔순을 맞은 정동순(81)씨까지 청년 못지않은 솜씨로 택배상자를 옮긴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지 내 주민들에게 온 택배 직접 전달하기. (사)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 취업센터(이하 센터)에서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택배회사와 제휴해 ‘친절한 택배’를 운영하고 있다. 산곡·삼산·갈산동 일부 대단지 아파트 노인정에서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한다.

노인들이 소형택배들을 배정받아 정해진 구역을 안정적으로 책임져주는 것에 업체 측도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퇴직한 노인들이 운동 삼아 할 수 있는 소일거리로 적당하다.

업무에 필요하면 노력해 습득

산곡3동 현대아파트에서 택배 작업을 하는 노인은 모두 8명. 사무실은 노인정이다. 이날은 5명이 출근했다.
작업반장인 최동민(77)씨는 “매일 출근할 곳이 있어서 기쁘지. 아침 9시면 노인정 와서 담소 나누다가 10시 좀 넘으면 택배 실은 승합차가 와요. 그러면 그때부터 우리 일이 시작되는 거여. 택배를 동별로 나누고 송장도 떼고 수레에 실고 배달하러 가요. 2~3시간이면 업무 종료여”라고 택배 일을 설명해줬다.

센터장 문미자 사회복지사는 “노인정에서 일을 하고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배달을 하는 일이니까 애착도 많으시고 책임감도 높으세요. 할아버님이라고 못하시는 일은 없어요.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물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작업도 완벽하게 하신다면 믿으시겠어요? 젊은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겨우 더블클릭만 하실 줄 아는 어르신들이 바코드 입력도 하시고 자료 저장도 하시는 건 대단한 거예요. 업무에 필요한 것은 노력으로 습득하시고 활용도도 100%예요”라며 만족했다.

1년 반 동안 크레임 3건뿐

택배 차량이 도착하자 노인들은 망설임 없이 모두 밖으로 나가 업무를 시작한다.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일손을 놓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우비를 입고 일하지” 정동순(81)씨의 말을 “물건들은 비닐로 보물단지처럼 꽁꽁 싸매고 배달을 해요. 이거 비 온다고 비 젖은 택배 가져다주면 기분이 좋겠어? 근데 더운 날은 아주 힘들어. 차라리 추운 게 일하기에 낫지” 하며, 최동민(77) 작업반장이 받는다.

택배상자를 분류하고 송장을 떼어 꽂아두는 손길이 바쁘다. 송장을 꽂아두는 클립은 바지옷걸이를 이용해 만들었다.

문미자 센터장은 “불편함이 필요를 낳잖아요. 할아버님들이 직접 만드신 거예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르신들만의 실용노하우예요. 어르신들은 민첩성이 떨어질 뿐이지 일은 더 잘하세요. 못하시려니 하면 무척 섭섭해 하세요. 1년 반 동안 크레임이 3건 정도만 있었으니 꽤 성공적이죠”라고 말했다.

이때 주민 한 명이 사은품으로 보낼 가방꾸러미를 한 아름 안고 택배를 신청하러 오자 노인들은 “우리 단골 왔다”며 반긴다. 주민 신명숙(39)씨는 “어르신들이 참 잘하셔서 자주 이용해요. 단지 안에 택배접수처가 있다는 것도 편리하고요. 택배기사들이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 절약도 되고 비용도 똑같아요”라며,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노인도 사회적인 인력자원

가장 고령인 정동순(81)씨는 수레에 택배 상자를 올리며 “택배 나를 때 참 보람 있어요. 힘이 펄펄 나고 내가 아직 기운이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월급 받는 거는 죄다 우체국에 저금해요. 뭐 쓸데도 없고”라고 말했다.

“월급 20~25만원 정도 받는데 나는 손주들 과자도 사주고 담배도 사 피워. 술도 사먹고. 내가 용돈벌이 하니까 집사람이 무척 좋아해. 며느리도 아버님 건강하셔서 좋다고 그러고” 박태영(71)씨도 이야길 거든다.

“노인들도 일을 찾아서 해야 돼. 근데 노인들이 하는 일이 책임감은 많고 일은 힘든 반면 돈벌이는 너무 작아. 대가가 너무 작으니까 아예 일을 안 하려는 사람도 많지. 뭐, 그래도 할 일이 있으니까 고맙지” 구연학(72)씨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런데 바빠 죽겠는데 왜 자꾸 말을 시키고 그랴. 보람? 당연히 보람 있지. 보람 없이 어떻게 일을 해! 내가 이거 다 안전하게 배달하고 주민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왜 보람이 없겠어. 사진도 찍어야해? 아, 얼른얼른 찍고 배달가야 해” 박창선(73)씨의 호통에 모두 한바탕 웃는다.

오전 11시, 수레에 짐을 실은 다섯 명의 노인들은 배달을 나섰다.

문미자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대한노인회 취업센터에 오셔서 함께 의논하시면 경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연결해드린다. 일자리가 부족하긴 하지만 마음을 열고 어르신들의 장점을 크게 보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노인도 사회적인 인력자원이 된다는 것을 서로 수용하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 취업센터 : 503-2551
산곡3동 현대아파트 1주구 친절한 택배 : 528-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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