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령집회’ 신고 여전…집시법 개정 시급

씨제이(CJ) 헬로비전 이재현 회장 집 앞 집회신고를 놓고 사측과 노동조합의 대립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현행 집회신고의 허점이 다시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상습적으로 ‘유령집회’신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20곳에 대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대형마트ㆍ백화점ㆍ병원 등지에서는 이른바 ‘유령집회’신고가 만연해 집회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100% ‘유령집회’신고 대다수

2007년 1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인천지역 집회신고 다발지역 상위 20곳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분석한 결과, 집회신고 다발지역 대부분이 ‘유령’ 집회신고서가 접수돼,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은 집회신고가 접수된 곳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로 집회가 끊이지 않았던 GM대우 부평공장 정․후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는 모두 1151회의 집회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실제 집회가 진행된 횟수는 455회였으며, 나머지 696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인천시의 대규모 개발 정책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인천시청이 그 다음으로 집회신고가 많았던 곳으로 분석됐다. 인천시청의 경우 총 912건의 집회신고가 접수됐고, 실제 집회가 열린 것은 143회에 그쳤다. 실제 집회 개최율은 15.6%이다.

이는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회의에 맞춰 협상용 등으로 집회신고를 이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집시법 악용 ‘여전’…집회의 자유 원천 차단


▲ 인천 구월동 롯데백화점.

현행 집시법에는 시간과 장소가 경합하는 2개 이상의 집회신고가 들어올 때 집회 목적이 서로 상반되거나 서로 간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경우 나중에 접수된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또한 최장 30일 동안 집회신고를 낼 수 있도록 돼있다.

이런 점을 악용해 대기업들이 미리 집회신고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트 연수점의 경우 2007년 1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총 884회의 집회신고가 접수됐지만,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명절과 휴가 등을 제외하고는 2년 6개월 동안 집회신고를 싹쓸이 한 셈이다.

롯데백화점 부평점도 신고회수 883회 중 882회 동안 집회나 캠페인 등을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 구월점도 신고한 883회 모두 개최되지 않았다.

다른 곳도 다르지 않다. 2001 아울렛 부평점 집회신고 824회(미 개최 횟수 824)ㆍ이마트 계양점 823회(823)ㆍ홈플러스 간석점 805회(805)ㆍ인천성모병원 735회(726)ㆍ홈플러스 계산점 704회(704)ㆍ청라 A블록 일대 661회(661)ㆍ인천공항 634회(629)ㆍ롯데백화점 구월점 621회 (620)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가천의과대 길병원 619회(618)ㆍ홈플러스 작전점 607회(607)ㆍ홈플러스 가좌점 589회(589)ㆍ대우자판 511회(487)ㆍ이마트 검단점 511회(511)ㆍSK 물류센터 442회(442)ㆍ현대제철 396회(396) 순으로 집회신고가 많이 접수됐다. 이들 지역에 접수된 집회신고도 절대적으로 ‘유령집회’신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집회신고의 주요 내용은 ‘기초생활질서 확립’, ‘쓰레기 줄이기’, ‘정지선 지키기’, ‘안전사고 예방’, ‘한 줄서기 운동’ 등의 캠페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형마트 중 일부는 집회가 예상되는 곳에다 불법적으로 매대(가판대)를 설치해 운영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인천지역 한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집회로 인한 영업방해를 피하기 위해 집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동종 업종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유령집회’신고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현행법의 맹점을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악용하고 있는 경우”라며, “제도 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됐지만, 시정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대형마트들이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까지 위협하면서, 시민들이 누려야할 기본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마저 빼앗아가는 반민주세력이 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유령집회신고를 하지 말아야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장 처장은 “집회신고가 빈번한 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이곳에서 집회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개최하는 사람들은 인적 드문 곳에서 주장을 소리쳐야하는 상황”이라며, “집회신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들 대기업에 대한 의식적인 항의가 필요하며,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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