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긴급 이사회, ‘사업조정제도’ 결의

▲ 7월 15일 물품 반입을 놓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과 지역 상인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충돌 후 대치상황이 전개된 가운데 상인들이 업체 측이 반입하려던 물품을 막아선 뒤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수구 SSM 입점 예정지, 충돌 발생

인천 옥련동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정 예정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5일에는 상인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관계자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15일 12시 반께 매장에 물품을 반입하기 위해 5톤 트럭 두 대를 가져왔다. 차에서 물건을 내려 매장 안으로 반입하려 하자, 농성장에 있던 옥련동 대책위 상인과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는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것.

업체 측과 상인 간 충돌과 대치는 30분가량 진행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으나 상인들의 절규에는 한이 맺혔다. 임병화 옥련동대책위 대표는 “나를 죽이고 들어가라. 나를 죽이고!”라고 울분을 토하며 물품 반입을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최미선 쌍용슈퍼 주인은 이날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온 몸으로 막아섰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절대 못 들어간다. 이럴 순 없다!”고 안타까운 몸부림을 쳤다.

그런 그의 모습은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그 모습에 주변사람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출받아서 마련한 권리금 6000만원 갚지도 못했다.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충돌은 30분 후 대치상황으로 이어졌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측은 4시 무렵 결국 차량을 어디론가 이동 시켰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실상 이날 매장 안으로 물품을 반입하는데 실패했다. 이후 옥련동은 업체 측에서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용역업체 직원 5~6명이 매장 주변과 농성장을 배회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여기 들어오는 물품인 줄 몰랐다. 그런데 문이 열리면서 물건이 내려 지길래 이상하다 싶어 급하게 슈퍼사장님들께 연락을 했다.”며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언제 또 반입을 시도 할지 모른다. 용역까지 고용한 걸 봤으니 늦은 밤이나 새벽 무렵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여럿이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옥련동은 옥련동대책위를 비롯해 연수구민네트워크, 대형마트규제 인천대책위 등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슈퍼마켓 상인들도 낮에는 순번을 정해 농성장을 지키고 있으며 밤이 되면 가게 문을 닫고 모두 농성장으로 모인다. 옥련동대책위는 농성과 더불어 주민을 대상으로 입점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낯선 풍경에 처음에 어리둥절했던 주민들도 상황을 전해 듣고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임병화 대표는 “다들 장사를 5~6년 이상 하다 보니 대부분의 주민들이 단골이다.”며 “우리 사정을 얘기하면 다들 ‘안됐다’고 하면서 걱정도 해주고 우리 뜻을 이해해 준다. 이제 시작이다. 풍찬노숙이 따로 없지만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죽는 게 매한가지다. 기필코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초딩’도 반대하는 SSM
남은 건 중기중앙회와 중기청의 ‘의지’


▲ 업체 측 물품에 붙어 있는 입점 반대 피켓. "홈플러스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게 웬 난리야!"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초등학생의 눈에 SSM은 평온한 동네에 갑자기 쳐들어와 난리를 펴는 '나쁜 존재'로 보이나 보다.
충돌이 발생한 15일 저녁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는 ‘사업조정제도’ 신청을 위해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당초 서면으로 이사회를 대체하려 했으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업조정제도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 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예상했던 것 보다 빨리 이사회를 소집해 통과 시켰다. 남은 절차는 이제 사업조정제도 신청에 따른 사유서와 의사록, 조합정관 등을 첨부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신청하는 것”이라며 “조합에서 신청서가 올라오면 중기중앙회는 30일 안에 실태조사 보고서를 첨부해 중기청에 신청해야하고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3개월간 영업을 ‘일시정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중기중앙회와 중기청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대형마트와 SSM의 등장으로 전통시장과 구멍가게는 물론 주유소까지 문을 닫고 있다. 인천뿐만 아니라 안양에서도 청주에서도 창원에서도 통영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상인과 힘을 모아 중기중앙회와 중기청이 반드시 ‘사업조정제도’를 발동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충돌이 빚어진 15일 오후 엄마와 함께 이곳 슈퍼마켓의 단골이라는 초등학교 학생이 SSM 입점을 반대하는 직접 만든 피켓을 가져와 슈퍼마켓 주인과 우정을 나타냈다. 능허대초등학교 5학년 김솔이 학생은 피켓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홈플러스는 좋겠지만 우리들은 수많는 피해들을 입게된다. 홈플러스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게 웬 난리야!”라고 적어와 어른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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