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여름호, ‘주한미군’이 있는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최근 발행한 <황해문화> 2020년 여름호(통권 107호)가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물었다.

새얼문화재단은 “코로나 사태도, 총선 이후 전망도 아닌 주한미군 문제를 다루는 특집이 의아할 수도 있다”면서도 “코로나 이후 세계체제 재편성 문제나 대안 모색기의 한국정치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 특집 발간의 의의를 밝혔다.

주한미군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 차원에서건 한반도적 차원에서건 미군의 해외주둔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짚어보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6조 원를 요구할 때까지

경영신 선생은 ‘주한미군과 SOFA체제’라는 글로 한국의 방위비용 분담 문제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의 관계성을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요구한 분담금 6조 원은 사실상 분담금이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이미 한국이 70%를 넘게 분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무리한 지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방위비 문제의 핵심은 SOFA”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에서 “SOFA는 원래 1950~60년대 한국 국민에 대한 주한미군의 극악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였으나 1990년대 이후로 미군기지 환경문제와 방위비 분담 문제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미군 주둔의 모든 경비는 미군이 부담하다가 급기야는 한국이 주둔비용 전액을 부담하게 요구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탈냉전 시기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묻는 대신 이를 항구적 조건으로 절대화한 상태에서 비용문제로만 환원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딜레마를 해소하려면

정욱식 선생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딜레마,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는 글을 통해 주한미군의 딜레마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는 1953년 무렵에 있었던 ‘정전협정-한미상호방위조약-미국의 핵무기 배치’라는 세 가지 연쇄적 사건에서 비롯됐다”며 “한미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주권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선택적 변화를 추진하는 게 딜레마를 해소하는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삭감해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를 완화하고 종국에는 중국위협론의 근거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주한미군기지 ‘평택’을 돌아보며

강미 선생은 ‘지역사회와 미군기지-평택을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지역사회를 조망했다. ‘주한미군 평택시대’는 2007년 한미 양국이 합의하고 2017년 미8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 완료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미군기지가 평택에 주둔하게 되면서 전투기 등 각종 항공기와 사격훈련 등 소음과 진동 피해, 기름과 오폐수로 인한 토양·지하수 오염, 생물무기실험의 위협, 원주민 삶의 기반 파괴, 미군기지 관련 축제 등으로 인한 전쟁문화 유포 등 문제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기지는 동북아의 군사허브이자 대중전초기지로서의 기능으로 변화하고 있는 등 미국 측의 필요가 더 우선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필리핀이 보여주는 미군기지가 남긴 상흔

정법모 선생은 필리핀 미군기지가 철수한 이후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조명했다. ‘필리핀 미군기지의 어제와 오늘’은 1992년 수빅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철거해 적지 않은 시사를 주고 있는 필리핀의 사례를 다룬 글이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민주화라는 변화를 맞은 필리핀의 선택과 미국의 주둔정책 변화로 기지 두 개가 폐쇄됐다”면서도 “그 이후 필리핀 전역에 대한 미군의 자유로운 이용 보장과 기지 폐쇄 이후 지역경제의 쇠퇴, 오염된 환경 등으로 자주권의 차원에서나 경제적 측면 등에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주둔해도, 또 철수해도 해당 국가나 지역에는 해결해야 할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엄존함을 알려준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서재정 선생은 ‘포스트 냉전 시대 미국의 세계전략과 미군’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의 국방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격과 의미를 상세하게 분석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금까지의 태평양 중심으로 인도양까지 포함해 폭넓게 중국을 감싸 견제하는 전략”이라며 ‘중국 성장->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중국의 일대일로 전략->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일련의 바둑게임의 형태로 전개 중임을 밝혔다.

또 “인도-태평양전략을 위해 한국, 일본, 호주, 인도와 파푸아뉴기니, 싱가폴, 베트남 등과도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는 그 전개가 매우 유동적이고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수 비평과 웹툰 신드롬에 관한 집중비평까지

이번 호 특집도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이광일 선생은 지난 시대의 유산들에 대한 ‘올바른 애도’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와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패배를 분석해 21대 총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영 선생은 ‘n번방 사태’로 불리는 성착취 영상물 유포 범죄사건에 대해 ‘일탈과 음란이 아니라 권리를’이라는 비평을 냈다. 폭력과 착취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라는 기준에서 전면적인 시각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해문화> 문화비평란에서 시도하고 있는 문화예술 각 분야별 집중특집은 ‘만화’ 부문을 다루고 있다. 웹툰 신드롬에 관해 서찬휘, 조경숙, 이재민 만화비평가들의 집중비평이 실렸다. 테마서평에서는 감염병과 관련해 간행된 최근 번역서 4권에 대한 박한선 선생의 ‘감염병과 인류, 그리고 진화’라는 서평이 실렸다.

문예작품 공모에서는 박민경 작가의 단편 ‘하루미, 봄’과 임동확·박제영·박세랑·허민 시인의 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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