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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 (주)최고의환한미소

빈집 활용한 주민친화사업으로 원도심 살리기
“집의 형태 다양화로 청년주거문제 해결하고파”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 폐현수막과 빈집 등 버려진 것들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청년들이 있다. 사회적기업 (주)최고의환한미소의 최환 대표와 직원들이다.

최고의환한미소는 2011년 7월에 만들어진 올해 10년차 회사다. 사회적기업 인증은 2014년에 받았다. 지금은 ‘빈집은행’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최고의환한미소는 최환 대표의 이름을 따 지은 법인명으로, 여기에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사람들이 나를 잘 기억할 수 있게 최고의 환한 미소를 가진 사람이라고 내 자신을 표현했다. 그리고 ‘최고의환한미소’를 회사 이름으로 정했는데, 사람들이 뭐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더라. 사람들에게 어떠한 미션을 갖고 있는지 표현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빈집은행’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간판을 달았다.”

최고의환한미소에는 최환 대표를 비롯해 7명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청년이고, 노인도 함께 일하고 있다. 초기에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구두나 가방 등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집수리 사업과 관련 교육, 창업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

최환 (주)최고의환한미소 대표.

청년을 버린 사회, 버려진 것들에 쓸모를

최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직과 미래를 꿈꾸는 게 어려운 현실을 마주했다. 자신이 사회에 쓰임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고민하다가 잘 살고 싶어 이 회사를 만들었다. 사업이 잘되면 결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고 꿈꿨다.

“4년제 대학을 나왔음에도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청년들이 자리 잡기 너무 어려운 사회. 사회가 나를 비롯한 청년을 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에서 쓰임 없는 것들에 동질감을 느꼈다.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해 쓰임을 찾아주고 싶었다.”

최 대표는 돈 없고 열정만 있는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찾은 것은 폐현수막 같은 폐기물과 빈집을 재활용하는 것이었다.

“폐현수막은 많은데, 소각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이를 재활용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폐현수막으로 구두와 가방, 의류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물건들로 패션쇼도 열고, 인도와 케냐에 기부하기도 했다.”

지금은 집수리 사업과 관련 교육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 다양한 시도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주)최고의환한미소 버섯농장.(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빈집 수리 후 활용해 원도심 활성화

최고의환한미소가 위치한 미추홀구 원도심에는 빈집이 많이 방치돼있다. 최 대표는 창업 초기에 월세를 아끼기 위해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빈집들을 찾아다녔다. 빈집 수리로 수익이 나진 않지만, 집수리 기술을 키워 다른 인테리어나 건축 사업을 하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빈집들은 위생에 취약해 마을 주거환경에 해롭다. 최 대표는 방치된 빈집에서 오수가 역류해 주변 주민들이 해를 입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런 빈집들은 재개발될 때까지 방치된다. 외국에선 빈집을 방치하면 빈집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원도심은 단순히 교통이 들어와서 개발되지는 않는다. 빈집들을 수리해 지역주민들이 유익하게 활용하게 하면 원도심 주민들을 더 잘 살 수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래서 최 대표는 이런 빈집들을 공유하고 활용하는 ‘빈집은행’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마을에서 빈집들을 맡기면 이를 청년 창업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2018년에는 반지하 빈집에서 농사를 짓는 ‘스마트 도시농부’ 사업도 시작했다. 습기가 많은 반지하 특성을 살려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버섯농장은 16곳 150채 넘게 있으며, 지역 노인들이 관리한다. 주민들에게 작은 일거리를 주는 셈이다. 이렇게 주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원도심 재생에 힘쓰고 있다.

창업 초창기부터 최고의환한미소에서 일해 온 정상섭(34) 씨는 “지역 주민들이 처음에는 청년들이 빈집으로 뭐 하냐, 시끄럽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집을 수리해주고 다양한 주민참여사업도 진행하다보니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 지역에 필요한 청년들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김장김치를 해주실 정도로 밀접해졌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가 주관해 올해 2월 개최한 세계도시포럼(World Urban Forum)에서 ‘빈집은행’을 한국 모범 사례로 발표했다. ‘빈집은행’이 원도심에서 추진한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과 성과 등을 소개하면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주)최고의환한미소 집짓기 교육 모습.(사진제공ㆍ최고의환한미소)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주거문제 해결하고 싶어”

청년으로서 주거비 부담이 큰 현실을 체감한 최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짓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500만 원 정도를 들여 집을 짓는 교육을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청년 100명가량이 참여했다.

청년들이 주거비용을 절약한 만큼을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면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이에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직접 집을 지어 원하는 형태에서 살 수 있게 하기위해 집짓기 교육을 시작했다.

“미추홀구 아파트 가격이 3.3㎡당 1600만 원인데, 청년들은 절대 살 수 없다. 주거문제가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집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많이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청년들이 직접 집을 짓는 교육을 시작했다.”

최고의환한미소는 ‘메이커스페이스’라는 청년 창업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대형 3D프린터 등 다양한 제작 장비가 갖춰져 있어 청년들이 뭐든지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집수리와 집짓기 교육을 진행한다. 아울러 이 기술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게 창업교육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청년 당사자로서 청년문제와 지역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천에 사는 청년들은 기회가 부족하다. 노인정은 있지만 청년정은 없다. 청년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최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빈집스테이’이다. 마을의 빈집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으로 마을이 갖고 있는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 목표는 인천에서 사회주택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토지를 국가가 제공하고, 시공은 민간이 맡게 하는 사회주택을 인천에서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고의환한미소가 운영하고 있는 청년 창업 공간 ‘메이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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