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이중근, 이명박 전 대통령 논리 따라 ‘준항고’ 했지만 기각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법원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석방 신청을 기각했다. 이중근 회장은 구속 후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토대로 항소심(서울고법)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이중근 회장이 검찰의 구금 집행 처분에 불복해 낸 준항고를 27일 기각했다.

앞서 이중근 회장은 43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18년 2월 기소됐다.

이중근 회장은 같은 해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5년을 선고하고도 보석을 허가해줘, ‘사법 적폐’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 뒤 서울고등법원이 올해 1월 22일 이중근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한 뒤,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형량은 1심에 비해 줄었지만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구속 됐다.

이중근 회장이 지난 3월 2일 법원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울삼아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이 회장과 동일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2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한 뒤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6일 만에 풀려났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재항고 한 뒤, 구속집행정지와 관련한 법리를 공략해 법원의 석방 결정을 이끌어냈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부영그룹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재항고는 항고법원(지방법원이 항고법원이 될 수 있음)이나 고등법원의 결정 또는 명령에 대해 불복하고 대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여러 항고 가운데 즉시항고만이 집행정지 효력을 갖는데, 이 전 대통령은 형사소송법상 재항고가 즉시항고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해 재항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고법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곧 즉시항고이므로, 같은 효력이 있어 집행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재판부가 이 주장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부는 견해가 대립하므로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집행을 정지했다.

이를 토대로 부영 이중근 회장도 비슷한 논리로 준항고 하고 구속집행정지를 주장했다. 준항고는 주로 검찰의 결정과 명령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이 회장은 다만 즉시항고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2심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따른 검찰의 구금집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회장의 준항고 논리는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와 같은 논리다. 이 회장은 “즉시항고 기간에는 집행이 정지돼야 하는데 검찰이 구금 집행을 지휘했으므로 위법하기에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에 집행정지의 효력까지 있지는 않다”고 일갈했다. 재판부는 우선 일반적인 보석취소 결정은 기본적으로 즉시항고가 아닌 보통항고의 대상이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즉시항고처럼 집행정지 효과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나 이 전 대통령의 경우 고등법원의 결정(보석취소)이니 재항고를 해야 하지만, 보통항고와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보석취소 결정이 고등법원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이 정지된다면 항소심은 사유만 있으면 보석취소를 못하는 결과를 용인하게 된다”며 “이는 피고인의 도망·증거인멸·피해자 가해 등을 보석취소 사유로 정한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즉시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는 그 필요성과 폐해의 우려를 고려해 정할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즉시항고의 속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중근 회장의 준항고에 대한 기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취소’ 재항고 인용 논리가 궁색하게 됐다.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 사건이 첫 판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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