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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 ? (주)계양구재활용센터

노숙인 고용으로 1000여명 자활 도와
아동ㆍ청소년에게 재활용ㆍ환경 교육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주)계양구재활용센터(대표 김보라, 이하 센터)는 노숙인들을 고용해 자활을 돕고, 자원 재활용 가치를 실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센터는 IMF 외환위기가 한창인 1988년 인천 해인교회의 ‘실직자를 위한 쉼터와 자활모임터’에서 급증하는 실직자를 위한 자활 일터로 시작했다. ‘실직자를 위한 쉼터와 자활모임터’는 현재 ‘내일을 여는 집’으로 발전했으며,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공간과 자활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계양구재활용센터 설립자인 이준모 목사.

계양구재활용센터 초대대표이자 ‘내일을 여는 집’ 이사장인 이준모 목사는 센터 운영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이 목사는 1994년 7월 해인교회에 첫 부임하면서 담임목사로 일했다. 학생 때부터 꾸준히 유학을 준비하던 이 목사는 1997년에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교회 교인 다수가 실직하는 것을 보면서 유학을 포기했다.

이 목사는 “예수는 시대의 불의와 부정에 가난한 민중과 함께 맞서는 존재다. 민중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모습을 보면서 유학을 포기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예수 정신을 본받아 가난한 민중과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IMF 외환위기 때 기업들의 강제 구조조정으로 계양산에는 양복 입은 실직자가 넘쳐났고 계산공원 벤치마다 실직자들이 꽉 차있었다고 회상했다. 계양산 바로 밑에 해인교회가 있어 이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안타까워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우선 무료급식부터 했다고 들려줬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던 1998년 5월, 약수터에서 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을 봤다. 이들과 음식을 나누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보슬비가 오는 날에 계산공원에 앉을 곳이 없자 120명이 교회로 몰려왔다. 쌀도 직접 얻으러 다니며 이들에게 무료급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실직이 길어진 사람들은 1998년 7월 계양산에서 노숙하기 시작했다. ‘내일을 여는 집’에선 이들의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음식을 나누는 게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겠다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와 지역 언론에서 나오는 취업정보를 교회 벽에 붙이고 알려 노숙인들의 취업을 도왔다.

계양구는 1998년에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를 모집할 때 노숙인들을 우선 뽑았다. ‘내일을 여는 집’은 이때 공공근로사업에서 성희롱 등 인권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취업 일자리 소개 뿐 아니라 노숙인들을 위한 공공근로를 직접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 계양구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계양구재활용센터에 수거한 가전제품들이 진열돼있다.

“노숙인 자활 위해 지속가능한 일자리 필요”

‘내일을 여는 집’은 2001년에 계양구청이 운영하던 재활용센터를 위탁받게 됐다. 이 센터는 2010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처음에 노숙인 10명을 데리고 계양구 지역을 돌아다니며 헌 가구ㆍ가전제품ㆍ의류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거한 물품들을 손질해 되팔면서 노숙인 자활을 도왔다. 계양구에서도 재활용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드니 수거비용이 절약된다며 좋아했다.

현재 센터에선 관리직 2명과 노숙인 출신 5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목사는 센터에서 가장 중심으로 두는 것은 사람을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들뿐만 아니라 정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이웃에게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제공한다.

이 목사는 “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노숙인을 식구로 여긴다. 월급도 월급이지만, 이들의 자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연계해 센터에서 어느 정도 근무하면 전세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주고, 음식과 병원비 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센터에서 일하며 자립한 노숙인은 1000명이 넘는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자립한 경우도 다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인천에 노숙인이 15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이 목사는 보고 있다. 그는 이들에게 무료급식만 제공하는 것은 노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단기성 처사로, 일자리를 제공해 안정적으로 자활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노숙인들에 대한 편견이 많으나 집 없는 사람 모두 노숙할 수밖에 없다. 노숙인들을 만나보면 오랜 노숙생활로 건강이 악화됐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이 힘들다. 그러나 이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이 필요하다.”

센터에선 노숙인 자활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건물 임차료 납부도 어려운 상황이라, 노숙인을 더 많이 고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센터가 입주해있는 건물은 국가소유로 연간 임차료가 4600만 원이다.

이 목사는 “코로나19로 더 힘든 시기에 기획재정부가 국내 착한 임대료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자산공사센터에서는 센터건물은 임대료 인하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높은 임차료를 내고 나면 센터에서 일하는 노숙인들은 최저임금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장과 정책 간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에 국가 소유 건물 임대료 인하를 우선적으로 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있는지 공익 부분을 더 많이 고려해 지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계양구재활용센터는 아동ㆍ청소년 대상 환경교육을 진행한다.(사진제공ㆍ계양구재활용센터)

“환경 살리는 행동이 결국 생명 살리는 일”

센터는 어린이집ㆍ유치원ㆍ지역아동센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자원 재활용 방법을 큰 틀에서 교육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린다.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재활용할 수 있는 장난감 등을 가져오게 하고, 그걸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보는 방식이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 등 실생활과 밀접한 환경문제들도 교육한다. 이어 생활 속 실천과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적어보는 시간으로 교육을 마무리한다. 참가자들은 환경과 자원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다.

이 목사는 “물품을 재활용하는 것은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실천이다. 자원 재활용을 미래세대인 아동과 청소년에게 교육하면서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환경을 살리는 행동이 결국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큰 현안인 환경문제를 자원 절약으로 조금이나마 해결하려한다. 센터가 옷을 수거해 되파는 게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일부러 옷을 모아오는 것도 쓰레기를 줄이는 훈련을 하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계양구재활용센터가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 환경ㆍ시민단체와 종교시설을 연결해 물품을 기부하게 만들어 더 많은 자원을 재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러한 활동으로 계양구의 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여 지역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회적기업이 수익만 좇아가면 사회적 가치를 등한시하게 된다. 사회적기업이 경쟁의식을 갖고 살아남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위험하고, 철학을 갖고 사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계양구재활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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