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 이제는 잘 늙어야할 때 ③노인과 노동

‘고다자’ㆍ‘임계장’ … ‘한강의 기적’에 드리운 그림자
소득대체율 너무 낮아 일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구조
인천 노인 소득ㆍ자산 대비 부채 비율 국내서 높은 편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이 늙어가고 있다. 인천의 2021년 예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4.3%로, 내년에는 인천도 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올해 2월 기준 강화군(32.0%)ㆍ옹진군(25.3%)ㆍ동구(21.6%)는 초고령사회, 미추홀구(16.3%)ㆍ중구(14.1%)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2월 기준 인천의 노인인구 비율은 국내 특별ㆍ광역시 7곳 중 두 번째로 낮게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령화는 멈출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잘 늙는 법을 고민해야한다. 인천의 노인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노인노동’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재사회화와 자기효능감을 높여가는 의미로, 높지 않은 노동 강도와 사회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두 번째는 빈약한 노후보장제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강요되는 노동이다. 한국 노인노동의 이상과 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강의 기적’에 드리운 그림자

한국에선 늙으면 가난해진다. 노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탓이다. 한국의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은 2019년 말 기준 45%(인천 41%)로, 프랑스 등 선진국의 80% 크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전체 국민 빈곤율과 노인 빈곤율 격차는 1.1%포인트 수준으로, 은퇴 전후 빈곤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격차는 35.0%포인트나 됐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5.7%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9%를 훌쩍 넘겼다.

이른바 ‘소득절벽’에 서게 된 노인들은 일을 멈출 수 없다. 한국의 노인 중 약 30%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실질 은퇴 연령이 65.2세인데 비해 한국은 72.0세로 가장 높았다.

노인들은 노동조건이 더 열악하고 노동환경이 더 위태로운 일자리로 내몰린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워서 ‘고다자’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대표되는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은 노인노동의 암울한 현실을 가리킨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산업화 주역에서, 이제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된 이들은 우울증세를 호소한다. 우울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에 조사 대상 노인(만 65세 이상) 1만73명 중 약 21.1%인 2125명이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올라갔다. 75~79세 23.6%, 80~84세 30.7%, 85세 이상 33.1%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감소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을 두고 “부자 나라를 만든 세대가 이제는 노인이 돼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며 “건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달라

노동은 소득과 별개로 우리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올라가고, 타인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노인의 주관적 건강상태ㆍ자아존중감ㆍ자기효능감ㆍ우울감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요인은 ‘일자리 유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는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동시에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만큼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노인일자리를 전년보다 19.1% 늘린 61만개 제공하고, 노인일자리 공급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 2022년까지 80만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도 최근 2년에 걸쳐 노인일자리 약 1만개를 늘렸다. 그러나 시급 2000원에 하루 최장 노동시간이 4시간에 머무르는 등, 일자리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일자리로 채우지 못하는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기업과 연계도 고려해야한다. 정부는 5월 15일 ‘신중년 퇴직 전문인력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초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하는 50세 이상 퇴직 전문인력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키우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기업에서 퇴직한 경영자ㆍ과학자가 중소기업이나 학교로 들어가 컨설팅ㆍ교육을 지원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시니어 인턴제’를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산업고용안정센터에 등록한 고령 퇴직자들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중소기업 컨설팅 등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노인 소득ㆍ소비 감소, 1인 가구 특히 취약
베이비부머 세대 유입으로 노-노 케어 필요

인천 노인들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 조사에서 인천 노인들은 다른 도시 노인들과 비교했을 때 더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인천의 만 65세 이상 노인 50만 명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20만 여명으로 전체 노인의 39.7%였다. 주요 소득원 비중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주택ㆍ농지연금, 공적연금 순이었다. 노인 1인가구와 부부가구의 소득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더 낮았다. 이들은 근로소득, 즉 일을 하지 않고는 삶을 영위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노인 사적연금 가입률은 24.0%로 국내 평균보다 낮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은 8.8%로 국내 평균 7.1%보다 높았다. 특별ㆍ광역시 7개 중 부산ㆍ대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수급률은 2018년 기준 국내 평균(41.6%)보다 낮은 39.8%로 나타났다. 또, 연간소득액과 월평균 소비지출액도 대전 다음으로 적었다.

부채비율은 낮지만 갚아야할 금액(부채액)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특별ㆍ광역시 7곳 중 두 번째,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첫 번째로 높았다.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부채를 갚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어 근로소득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노인 1인 가구는 부동산(집)을 가진 비율도 낮고 부동산 금액도 적어 식비 다음으로 주거비 또한 높게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 중에서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집단으로 분류됐다.

남일성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보니 일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구조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인구로 새롭게 유입되는 베이비부머는 (기존 노인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편이기에 할 수 있는 게 많다. 예컨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기존 노인을 돌보는 형태의 노-노 케어 등, 가지고 있는 역량을 사회로 환원하는 형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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