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흥초교 교장 4년 임기 후 평교사로 “당연한 일”
야구부 해체로 학교운동장 모든 학생에게 돌려줘
전교조 조합원 복귀식 “비슷한 모범사례 많아져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에서 처음으로 교장에서 평교사로 복귀한 교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인천 서흥초등학교 교장을 맡았던 김지국 교사다.

그는 2016년 서흥초교 내부형 교장 공모에 지원해 4년간 교장을 맡았다. 올해 초 임기를 마친 김 교사는 서흥초교에 평교사로 남아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평교사로 복귀하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으로도 복귀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지난 25일 오후 조합원 복귀식을 열고 김 교사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줬다.

교장에서 평교사로 복귀한 김지국 교사가 25일 열린 전교조 조합원 가입식에서 동료 교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기존 승진에 따른 교장 임용 방식에 문제제기하면서 나타난 교장 선출 방식이다. 기존 교장 임용 방식에서 실적과 점수 위주로 취득하는 교장자격증이 교육활동 본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대안으로서 교장공모제는 각 학교 운영위원회가 주도해 공개모집으로 교장을 선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형식에 따라 초빙형ㆍ내부형ㆍ개방형이 있다.

그동안 교장공모제는 그 취지가 퇴색해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모 교장으로 선출돼 임기를 마친 뒤 다시 교사로 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온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임기를 마친 공모 교장 40명 중 교사로 돌아간 사람은 9명(22.5%)에 불과했다. 특히 인천ㆍ서울ㆍ광주에는 한 명도 없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공모 교장 임기가 끝나면 직전 직위로 복귀해야한다. 그런데 공모 교장 임용 후 교장자격 연수를 받게 규정한 법령에 따라 임기 중 교장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기를 마치고 다른 학교 교장이나 교육청 장학관으로 많이 진출한다.

이에 전교조는 ‘교장선출보직제’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이는 교장을 하나의 보직으로 보고 교장 임기를 마치면 반드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 돌아가게 하는 제도다. 대학에서 시행하는 총장선출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날 조합원 복귀식에서 하동협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교장공모제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교장 선출보직제까지 나아가기 위해선 김지국 선생님 같은 사례가 많아져야한다”며 “그동안 공모 교장이 평교사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아 안타까웠는데, 이번 일로 속이 시원하다. 학내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흥초교 공모 교장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로 복귀하는 김지국 교사.

“평교사 복귀 당연한 일, 교장선출보직제 자리 잡아야”

김지국 교사는 교장 재직 시 학교운동장이 야구부에 점용되지 않고 모든 학생이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학부모들과 논의해 야구부를 해체했다. 1981년에 창단해 송지만과 최지만 등 전ㆍ현직 프로야구선수 250여 명을 배출한 학교인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행복배움학교(인천형 혁신학교) 운영 취지에 맞는 결정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이밖에도 김 교사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서흥 꿈세움 마을교육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주민들과 비어있는 학교공간에 목공소를 만들어 학생들이 색다른 체험을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갈등 때는 학생들이 마을 문제에 관심을 두게 집회에 함께 나가기도 했다. 아래는 김 교사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교장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 복귀식을 하는 소감은?

= 정말 고맙고, 영광이라 생각한다. 이런 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인천에서 최초 사례라 그런 것 같다. 평교사로 돌아가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음에는 이런 반응이 오히려 어색한 상황이 돼야한다. 다시 평교사로서 내 자리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겠다.

▶평교사로 돌아오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 교장 4년 임기를 마치면서 아쉬움보다 홀가분함이 더 컸다. 수평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군림하기보다 교사와 학생들을 지원하겠다고 생각하고 임했지만, 그래도 교장이라 받는 필요 이상의 의전이나 대우가 있었다. 교장을 하면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가 망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느새 내가 듣기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들자, 교장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시교육청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다. 학교는 동료들이 공감해주면 작은 것부터 변화가 가능하지만, 거대 조직은 어렵다. 그 일원이 되는 것도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

▶서흥초교는 행복배움학교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서흥초교가 유독 많은 성과를 거둔 배경은?

= 서흥초교가 행복배움학교에 선정될 때 혁신학교 관련 지식이나 준비가 부족했다. 부랴부랴 공부하고 애썼다. 혁신학교 교장으로서 갖춰야할 소양이 부족했으나, 오히려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더욱더 배우는 자세로 교장에 임할 수 있었다.

또한 서흥초교 변화의 원동력은 평교사들이다. 이분들이 나보다 공부를 많이 했고, 내가 구현하고 싶은 활동들을 토를 달지 않고 인정해준 게 큰 효과로 나타났다.

▶서흥초교 야구부 해체는 언론에도 많이 나왔다. 엘리트 스포츠 교육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무모할 수도 있는 야구부 해체를 어떻게 추진한 것인가?

= 무식해서 용감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정도로 어려울 줄 몰랐다. 원래 옳다고 생각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격이다. 지역 내 엘리트체육의 병폐를 알게 됐고, ‘학생들에게 운동장을 돌려줘야한다’는 점을 주변에서 많이 공감해주니 힘이 됐다.

야구부 해체를 만류하기 위해 찾아오는 야구계 관계자들조차 ‘스포츠 교육과 학교문화가 달라져야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잘못된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모든 학생이 어떻게 운동장을 함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외부 연습장을 지원하는 대안까지 생각했으나, 결국 야구부를 해체하는 게 옳다는 결정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내렸다. 야구부 학생들이 상처받았을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인천 학교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기 위해 학교현장에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 주변 공모 교장들을 보면 평교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분이 많다. 교육철학도 나름 투철하고, 경청하는 자세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일반화하기 위험하지만, 교장으로서 봤을 때 두려움이 좀 많은 것으로 보이는 분들이 계신다. 겁내지 말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전교조가 말하는 교장선출보직제가 자리잡혀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전교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전교조는 지금까지 어렵고 만만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전교조가 학교현장을 얼마나 바꿨을까,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아있다. 각 학교에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겪는 어려움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부분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전교조가 나아가야할 커다란 방향은 내 깊이가 부족해 드릴 말씀이 없다. 평교사이자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작은 것부터 변화시키는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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