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인천투데이] 건전한 어업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선의 안전한 조업과 항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한 어선 안전조업법이 오는 8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어선의 조업과 항행 중 부주의 등으로 인한 충돌ㆍ침몰 사고가 빈발하고, 서해5도 해역에서 남북 대치상황으로 인한 사고위험이 상존하며,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이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선 사고 예방과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국가의 지원과 노력을 체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서해 접경해역에서 군부대장 통제를 명문화하고, 이러한 통제에 불응한 경우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한 조항은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을 일탈해 단순히 ‘서해5도 어민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서해5도 주민들은 수십 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고통을 감내해왔다. 야간조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조업하고 국방부ㆍ해경ㆍ지자체의 각기 다른 통제를 받아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한국전쟁 이후 거의 매일 실시한 포사격훈련도 견뎌야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에는 전쟁터로 다시 들어가 우리 영토를 지켜냈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당하면서도 법과 통제를 지키며 묵묵히살아왔다.

서해5도 어민들의 기본권 제한은, 그동안 놀랍게도 법률의 근거가 없는 ‘서북 도서 선박 운항규정’으로 이뤄져왔다. 이 규정에 따라 각종 기본권 제한 조치가 이뤄졌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행정처분으로 규율해왔는데, 이번에 법률에 제한 근거를 두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규정했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나, 이때 입법 재량권은 헌법상 평등의 원리나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반해 자의적으로 행사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법률이 부여하는 어떠한 의무에 대해 그 이행 확보수단으로 형사처벌을 할 것인지는 매우 신중히 판단해야하며, 특히 징역형은 다른 어떠한 제재 수단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해야한다.

서해5도 어업질서 확립은 철저한 행정 집행과 단속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기존 행정처분만으로도 질서가 잘 유지돼왔는데도 불구하고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서해5도 어선만을 대상으로 한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해 어민들을 윽박지르려하는 것은, 형벌의 일반 예방적 효과를 맹신한 조치로 과잉입법에 해당해, 헌법적 정당성이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

이에 덧붙여 서해5도와 강화도 어선만을 대상으로 한 이 처벌 조항은 과연 평등한 법률인지, 군사시설이나 군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항도 아닌데 군부대장의 통제를 위반했다고 형사 처벌하는 것이 민주헌법 원리에 부합하는 것인지, 통제방법과 불응유형을 전혀 구체화하지 않고 있는 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서해5도는 남북공동어로구역과 서해평화수역의 중심지이며, 서해5도 수역은 공존과 번영의 수역이고, 서해5도의 평화는 한반도 평화주권의 상징과도 같다. 서해5도 주민들이 그동안 받아온 기본권 침해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과 기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서해5도가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고, 대한민국의 평화도 가능할 것이다. 어선안전조업법이 서해5도 주민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지는 않는지, 참된 평화와 어선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법률인지, 돌아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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